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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불붙은 신격호 후견인 재판…롯데家 여인들 선택은

롯데그룹 운명 달린 ‘세기의 재판’ 최대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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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2.04 15:02:41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후견인을 선정하는 재판이 3일 시작된 가운데, 이번 재판의 캐스팅보트로 등장한 롯데가(家) 여인들. (왼쪽부터)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의 과거 영화배우 때 모습, 신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 (사진=CNB포토뱅크, 연합뉴스)

2014년 연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급작스레 부회장직에서 해임되면서 시작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결국 법원에서 끝을 보게 됐다.

경영권을 둘러싼 여러 법정 다툼 중에서도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후견인 지정 재판에 롯데의 운명이 결려있다. ‘가족 판결’로 회자되는 이번 재판에서 그동안 중립을 지켜온 신씨 일가 여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CNB=도기천 기자)

롯데가 여인들 “신 총괄회장 후견인 필요”
신동주 “건강 이상 없다” 나홀로 반대
법원 정신감정 결과로 롯데 운명 결정 

그동안 롯데가(家)는 아버지 신격호(94) 총괄회장을 등에 업은 신동주 전 부회장(장남)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차남) 간의 골육상쟁(骨肉相爭)이 계속돼왔다.

지난해 8월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 측이 승리하면서 분쟁이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이후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과 함께 한·일 양국에서 신 회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법정으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오너 일가는 해임무효, 손해배상청구, 가처분, 업무방해, 재물은닉, 명예훼손 등 무려 9건의 법정분쟁을 한국과 일본에서 벌이고 있다.

이 중 롯데그룹의 운명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재판이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 선정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이다. 성년후견제도는 장애·질병·노령 등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성인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해 재산관리 등을 맡기는 제도다.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가 온전치 못하다고 판단할 경우, 신 총괄회장은 경영에 관여할 수 없게 된다. 또 앞서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 측을 상대로 낸 각종 민·형사소송에도 불리한 영향을 끼친다.

후견인이 신 총괄회장을 대신해 롯데계열사 지분 등 재산을 관리하게 되면, 이는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경영 장악을 의미한다. 반대로 신 총괄회장과 한 배를 타고 있는 신 전 회장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신격호 건강상태 상반기에 판가름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12월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인 신정숙씨가 제출한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을 받아들였으며 이에 대한 첫 심리가 3일 열렸다.

법원은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측이 각각 제출한 의료기록과 증거물 등을 취합해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통상 후견인 선정까지 3~6개월이 소요되므로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이상 유무는 올 상반기 내에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가족들이 성년후견인 지정을 원하는지 여부와 법원이 지정한 의료진의 신 총괄회장에 대한 신체감정 결과다. 또 신 총괄회장의 그동안의 병원기록, 발언록, 주변지인의 증언 등이 주요 잣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판세는 신 전 회장 측에 불리한 형국이다. 그동안 노출된 신 총괄회장과 관련된 일련의 상황들이 그렇다.

이미 롯데그룹의 주요계열사의 임원진은 신 회장 편에 섰다. 계열사 사장단 회의, 주주총회 등에서 신 회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이들은 일관되게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언론을 통해 신 총괄회장의 문제 사례들을 흘리는 등 여론전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1년 넘게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롯데그룹發 스토리 ‘충격’

롯데그룹 측이 전하는 몇 가지 얘기는 이렇다. 지난해 11월 15일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만 93세 생일을 맞아 아버지의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을 방문했다.

처음에는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서로 안부를 묻는 등 평화로운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한다. 중간에 신 전 부회장이 종이 한 장을 아버지에게 내밀자 그때부터 태도가 돌변했다. 신 총괄회장은 신 회장에게 “당장 1주일 안에 나와 신동주를 제 자리(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로 돌려놓으라”고 호통을 쳤다. 

종이에는 ‘① 신동빈이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보고도 없이 중국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1조4천억원의 적자를 봤음 ② 신동빈이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아버지와 나(신동주)를 쫓아냈음 ③ 신동빈과 롯데그룹이 아버지가 치매에 걸렸다고 떠들고 다녔음’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는 게 롯데 측 전언이다.

이는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동생 신 회장을 공격하기 위해 끊임없이 제기했던 의혹과 주장의 핵심들이다. 사실이라면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 상태가 ‘일관적 판단’을 기대하기 힘든 수준으로 보인다.

한 롯데 임원은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에게 신동빈 회장의 과오를 정리한 이 메모를 반복적으로 활용해 신 총괄회장을 ‘학습’시키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종류의 증언들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임원은 “총괄회장에게 1시간 보고 내내 20~30번 같은 질문을 해서 20~30번 같은 대답을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임원은 “8~9년 전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조는 일이 잦아졌고, 5~6년 전부터는 보고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신 총괄회장이 (집무실인) 롯데호텔에서 내려와 택시를 잡아 탄 뒤 어디로 가자는 행선지를 말하지 못해 택시기사가 다시 호텔로 데려다 준 적이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들이 이번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설 경우, 신 총괄회장의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신 회장 측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측은 ‘근거 없는 낭설’이라는 입장이다. 신 전 부회장의 대리인 격인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상무는 “신 총괄회장이 메모를 보고 격노했다는 등의 얘기는 조작된 것이며, 신 회장 측이 총괄회장을 정신 무능력자로 몰아가려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리에 참석하기 위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50대 때나 지금이나 판단 능력에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셋째부인 서미경, 40년간 ‘베일 속’

가족들의 태도도 신 전 부회장에게 불리한 형국이다. 신 전 부회장을 제외한 대부분 가족들은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 지정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에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을 지정해 달라고 신청한 이는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78) 씨다. 신씨는 롯데 경영에 모습을 드러낸 바 없으며, 평소 신 총괄회장과 왕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신씨가 후견인 재판의 총대를 메자, 배경에 신 회장이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신씨는 3일 열린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리에서 신 총괄회장의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 총괄회장을 곁에서 보좌해온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자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도 성년후견 개시에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츠코 씨는 그간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두 아들이 경영권을 두고 다투자 최근 전격 입국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그녀는 서울체류 기간 내내 확실한 의중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일본으로 돌아갔다.

신영자 이사장은 신 총괄회장과 그의 첫번째 부인 고 노순화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맏딸이다. 신 총괄회장이 가장 총애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닷컴, 롯데칠성음료, 롯데정보통신, 롯데푸드 등 계열사 지분을 고루 갖고 있다.

신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신 전 부회장이 자신을 내쫓은 일본롯데홀딩스 이사들을 해임하기 위해 신 총괄회장을 앞세우고 일본으로 날아갈 때 비행기에 동승했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신 전 부회장 측에 선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신 이사장이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 지정에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섬으로써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 씨는 아직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영화배우 출신인 서씨는 1977년 제1회 미스 롯데로 뽑혀 활발한 활동을 하던 도중 신격호 회장의 셋째 부인이 되며 연예계를 떠났다. 이후 40여년 간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슬하에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있다.

이처럼 주요 가족들이 후견인 찬성입장을 밝히거나 중립을 지키고 있어 신 전 부회장은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할 형편이다. 

▲지난 40년간 롯데그룹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부인 서미경씨.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 선정 재판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미스롯데 시절 잡지의 표지모델로 등장한 서씨.

‘외통수’ 걸린 신동주, 마지막 카드는

신 전 부회장이 불리한 환경을 딛고 막판 뒤집기를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법원의 정신 감정이다. 후견인 지정 절차에 따르면, 법원은 후견인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신 총괄회장의 신체검진을 명령 할 수 있다.
 
신 총괄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김수창 변호사는 “공식적인 병원을 통해 신체 감정을 명명백백하게 다 받은 다음에 그 상태에서 정확한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3일 재판에 직접 출석해 “50대 때나 지금이나 판단 능력에 차이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신 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은 똑같은 이야기를 수십번씩 되풀이했으며 어떤 이유로 법정에 나왔는지, 나온 곳이 법정인지 등도 잘 몰랐다”고 전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신 총괄회장(신 전 부회장) 측이 법원 감정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후견인 지정신청은 형사재판이 아닌 민사재판이라 법원이 강제로 감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3일 CNB에 “재판의 성격이나 흐름으로 봐선 신 전 부회장 측이 검진을 거부하는 게 결코 유리하지 않아 보인다”며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친자확인 소송에서 김 전 대통령이 유전자 검사에 응하지 않아 패소한 것과 마찬가지 원리”라고 설명했다. 법원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정신적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는 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신 총괄회장은 신체 감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결과에 따라 롯데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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