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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건국대 분쟁’ 교육부가 첫 단추 잘못 끼웠다

교육부·학교·비대위, 3자 주장 분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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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2016.02.23 15:04:40

▲건국대 전 교수 A씨가 2년 전 교육부 감사결과를 근거로 지난 18일 서울동부지검에 송희영 총장을 고발하면서 당시 교육부 감사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전경. (사진=연합뉴스)

교비회계를 부당집행한 사실이 적발돼 2년 전 교육부 감사에서 ‘경고’ 처분을 받았던 건국대 송희영(68) 총장이 이로 인해 뒤늦게 검찰에 고발되면서 당시 감사 결과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건국대 재단 측은 “학교를 흔들려는 불순한 의도”, 비대위 측은 “교육부의 봐주기 감사”, 교육부는 “감사 규정대로 했다”는 주장을 각각 펴고 있다. CNB가 당시 교육부의 감사자료·고발장 등을 단독 입수, 법조계 도움을 얻어 건국대 분쟁의 배경을 집중 분석했다. (CNB=도기천 기자)   

 

교육부 “고의성 없어 가볍게 징계”
비대위 “교비 유용 그 자체가 횡령”
‘횡령’ 기준 모호…사학법 판례 혼선

 

건국대 전 법대교수 A씨는 송 총장을 업무상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지난 18일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고, 검찰은 담당검사를 배정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교육부가 지난 2013년 11월 실시한 건국대 회계감사 결과를 토대로 이번 고발을 진행했다.

 

당시 교육부는 11일간에 걸친 ‘건국대 재산관리 및 회계운영’에 대한 감사 결과, 건국대가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구성된 교비회계에서 학교법인 소유의 미국대학인 퍼시픽스테이츠대(PSU) 총장의 급여를 지급한 사실을 적발했다. 건국대 이사회는 PSU에 안모 교수를 총장으로 파견한 뒤, 2013년 2월~10월까지 총 9개월간 안 교수의 급여 8489만을 교비회계에서 집행했다.

 

교육부는 특히 건국대가 1997년 PSU의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이사회 의결 및 교육부 허가가 없었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법인을 인수하려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김경희 재단이사장과 송 총장 등에 대해 ‘경고’ 처분하고, 부당하게 지급한 급여 8489만원을 PSU로부터 ‘회수’ 할 것을 명령하는 선에서 감사를 마무리했다. 이후 건국대는 급여 전액을 환수해 교비회계에 다시 채웠다. 

 

그러자 김 이사장 퇴진운동을 벌여온 건대 노조와 총학생회, 교수협의회 등 ‘건국학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측은 교육부가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이런 가운데 비대위와 한목소리를 내온 A씨가 이번 송 총장 고발에 나선 것이다. 비대위 측은 CNB에 “건국대 학생들의 교육목적과 관계없는 PSU의 총장 급여로 교비가 사용된 것은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횡령”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건국대 분쟁이 사회적 이슈였던 만큼 감사가 철저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당시 감사를 진행했던 교육부 사학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22일 CNB와의 통화에서 “교비에서 급여가 집행된 것은 부당하지만 고의성이 없고 이사장이나 총장이 개인용도로 착복하지 않았다는 점을 참작했다”며 “행정적으로 회계처리를 잘못한 것을 검찰에 고발한 전례가 없다”고 밝혔다.

 

건국대 측도 “가혹하리만큼 엄격하게 감사를 받았다. 단순한 행정실수로 마무리 된 일을 2년 넘게 지나서 다시 문제 삼는 것은 재단과 학교를 흔들려는 불순한 의도가 분명하다. 고발한 측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CNB가 단독입수한 교육부의 건국대 감사자료. 건국대가 교비회계로 美 PSU 안○○ 총장 급여를 9개월간 지급한 내역이다. 당시 교육부는 건국대 이사회가 교비를 부당하게 집행한 것은 맞지만 이사장과 총장 등이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이 없다는 이유로 학교 측에 ‘경고’하는 선에서 감사를 마무리했다. (자료=교육부)

 

교비 용도 모호, 곳곳서 혼란

 

공은 사법당국으로 넘어갔다. 쟁점은 ‘교비 용도’와 ‘회계처리 고의성’ 여부가 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사립학교법 제29조에 따르면 학생들의 등록금 등을 주요 재원으로 하는 교비는 교육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대법원 판례는 “사립학교에서 교비회계자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하였다면 그 자체로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밝히고 있다. 

 

동법 시행령 13조에는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및 물건비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ㆍ설비를 위한 경비 ▲교원의 연구비, 학생의 장학금, 교육지도비 및 보건체육비 ▲차입금의 상환원리금 ▲기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에 한해 교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따라서 건국대가 안 교수에게 지급한 급여를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로 볼 수 있느냐가 최대 쟁점이다.

 

학교 측은 PSU에 안 교수가 파견된 것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뤄졌고, 급여 외 용도로 지급된 바 없기 때문에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비대위 측은 PSU 자체가 인수 허가를 받지 않은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건국대와는 무관한 ‘김 이사장 개인소유’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교육부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교육부는 “PSU가 인수허가를 받지 않은 기관이기 때문에 여기에 집행한 교비에 대해 회수명령을 내린 것이며, (이사장과 총장이) 고의로 사익을 취하려 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것은 맞지만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이 없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단 얘기다.

 

▲교육부의 오래된 감사기준과 대법원 판례와의 간극이 커지면서, 교육부의 느슨한 감사가 학내 분규의 빌미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수 수원대 총장 엄벌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수원대 해직 교수들, 건국대 정상화를 요구하며 학내시위를 벌이고 있는 건대 비대위 구성원들, 김문기 상지대 총장의 사학비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상지대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 (사진=연합뉴스, CNB포토뱅크)

 

느슨한 감사규정, 사학비리 부추긴 셈

 

반면 사법부는 교육부나 건대 측의 해석과 달리 사립학교 회계에 대해 엄중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국고보조금을 대학 교비계좌로 송금해 교직원 급여 등으로 사용한 경우 업무상횡령죄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교비회계자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했을 때도 횡령죄가 성립된다. 특히 대법원은 “사립학교법위반죄와 횡령죄는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에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죄를 적용하는 것)의 관계에 있다”고 보고 있다.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하지만 형법에서 ‘횡령죄’는 재물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횡령죄는 재물죄, 배임죄는 이득죄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교비유용을 두고 법정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행정책임을 물어야할 사안을 재산범죄(횡령)로 몰고 있다는 피고(변호인)와 교비회계 부당집행 자체를 횡령으로 봐야 한다는 원고(검찰)가 맞서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 사학비리관련 재판에서 이 부분이 첨예하게 대립된다.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은 최근 학교와 관련된 소송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에서 집행했다는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검찰에 기소됐다. 심 총장은 “변호사 비용 지출에 교육 목적이 있다고 판단돼 교비에서 집행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 총장과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이인수 수원대 총장도 “변호사 비용은 학교교육에 필요한 직접 경비”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교비 문제를 두고 현재 진행 중인 사학재판이 10여건에 이른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1년에 수천건에 이르는 교비지출 항목이 전부 교육목적과 부합하느냐를 따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실제 재산적 이득을 취한 경우에 한해 검찰에 고발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규정과 대법원판례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얘기다.

 

한 사립학교법인 관계자는 “법인회계로 지출해야 하느냐, 교비로 지출해야 하느냐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한 항목이 한두개가 아니다. 교육부가 정확한 지침을 내린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앞뒤 상황을 종합해보면, 교육부의 감사기준이 법 정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건국대 경우처럼 감사에서는 가볍게 다뤄진 것들이 뒤늦게 사법당국에 의해 불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정부부처가 산하기관을 감사하다가 위법사항이 적발되면 검찰 고발 등 엄한 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교육부는 보수적인 감사 잣대로 진행하다보니 되레 ‘봐주기 감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감사규정을 강화해 논란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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