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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테러방지법, 더민주당이 첫단추 잘못 끼웠다

약혼해도 결혼은 없다? 오락가락 행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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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2.29 09:05:47

▲더민주당이 지난해 연말 테러방지법을 새누리당과 합의처리키로 약속한 것이 빌미가 돼 지금의 국회 마비 사태를 불러 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7일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가고 있는 야당 의원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민주당 김광진 의원,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 더민주당 은수미 의원, 정의당 박원석 의원, 더민주당 유승희 의원, 더민주당 최민희 의원, 정의당 김제남 의원, 더민주당 신경민 의원, 더민주당 강기정 의원, 더민주당 김경협 의원, 정의당 서기호 의원, 더민주당 김현 의원. (사진=연합뉴스)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가 계속되면서 국회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4.13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 획정안조차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야권은 테러방지법을 ‘국정원 강화법’이라며 29일 현재 7일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다 총선이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여야는 왜 테러방지법을 두고 한치 양보도 없는 걸까.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배경에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책임은 없을까. (CNB=도기천 기자) 

여야, 테러방지법 3개월 전 ‘기습 합의’
새누리 “약혼 해놓고 결혼 안된단 얘기”
양당 모두 야당 땐 ‘반대’ 여당 땐 ‘추진’

이번 사태의 시작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테러로 국제사회가 테러방지에 나서면서 우리 국회에서도 그동안 잠자고 있던 테러관련 법안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19대 국회 들어 발의된 테러방지법안은 모두 5개다. 크게 ‘직접 테러’와 ‘사이버 테러’로 나뉘는데 모두 여당이 대표 발의했다. 

직접 테러와 관련된 법안은 ▲2013년 3월 송영근 의원의 ‘국가대테러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안’ ▲지난해 2월 이병석 의원 등 73명이 발의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 ▲지난해 3월 이노근 의원의 ‘테러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이다. 

법안의 골자는 테러와 관련된 정보 수집과 분석 등을 위해 국가정보원장 산하에 ‘대테러센터’(가칭)를 두도록 한 것. 테러위험인물에 대해 통신이용과 출입국, 금융거래 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대테러센터에 주자는 것이다.  

사이버테러에 관한 법안은 ▲2013년 4월 서상기 의원의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에 관한 법률안’ ▲지난해 6월 이노근 의원의 ‘사이버테러 방지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이다.

국정원장이 사이버 위기관리를 위한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국정원장 산하에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두도록 한 것이 핵심. 온라인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테러 모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개인 사이버영역에 접근할 수 있으며,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사업자들이 이에 협조토록 했다.  

이밖에 감청관련 법안, 정보기관이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등 테러 방지와 우회적으로 연결된 법안들도 있다. 새누리당은 주로 국가안보를 위한 목적으로 감청, 금융정보 접근을 허용하는 법안을 제출한 반면 야당에서는 사생활보호를 위해 감청이나 해킹을 규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야가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에 합의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지역구를 7석 늘려 기득권 챙기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런 분위기를 타고 테러방지법도 함께 통과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세환 중앙선거관위 선거구획정위원회 사무국장(오른쪽)이 28일 국회 의장실을 찾아 이명우 의장실 정무수석 비서관(가운데)에게 선거구획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초 탄생은 김대중 정부 시절

테러방지법은 16~18대 국회에서도 계속 논의돼 왔다. 최초의 테러방지법은 김대중 정부 시절, 정부안으로 발의됐다. 2001년 미국에서 벌어진 동시다발 자살 테러로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수천여명이 사망하는 대참사(9.11테러)가 배경이 됐다.  

당시 발의된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에 국가대테러센터를 설치하고 국정원에 수사권을 부여해 통신금융정보 수집은 물론이고 계좌추적도 가능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새누리당이 발의한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2003년 3월 미국이 9.11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를 침공하자, 17대 국회도 법제정을 서둘렀다.  

이라크 무장단체가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한국인 김선일씨를 인질로 피랍해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테러방지법이 급물살을 탔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요구로 이라크에 전후복구와 의료지원 활동을 위해 서희·제마부대를 파병한 데 이어, 전투병력인 ‘자이툰 부대(Zaytun division)’를 창설해 파병한 상태였다. 

당시 여야가 합의해 정보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던 법안을 보면, 국정원에 출입국·금융거래·통신이용정보 수집 조사 등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때인 18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 2건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단 1건도 통과되지 못하고 사장됐다. 

법안들이 폐기된 이유는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기구이기 때문. 테러방지 법안들의 골자가 국정원을 강화하는 내용인데, 이는 대통령의 권한 강화를 뜻한다.    

여야가 대립해온 상황이 과거에도 다르지 않다보니, 새누리당이 야당이었던 시절에는 현재의 더민주당과 비슷한 논리로 반대했다. 반대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집권했던 시절에는 더민주당이 이 법안을 밀어붙였다. 더민주·새누리 모두 야당이 되면 반대하고 여당이 되면 추진했단 얘기다.
 
반대하는 논리도 지금과 비슷했다. 국정원이 테러방지를 구실로 국민 누구라도 영장 없이 감청할 수 있고, 통신기록이나 금융기록, 출입국 관리기록 등을 마음대로 열어볼 수 있어 개인정보 침해와 인권 유린 등에 악용될 소지가 더 많다는 주장이었다.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필리버스터 중단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왼쪽)과 국회 앞에서 열린 ‘테러방지법 반대 시민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녹색당 김수민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더민주 ‘갈지자(之) 행보’로 사태 악화

하지만 이 법안이 다시 고개를 들게 된 이유는 더민주가 돌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더민주(당시 새정치민주연합)와 새누리당은 지난해 12월 1일 3:3회동(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을 갖고 쟁점법안 처리에 합의했다. 다음날 공개된 합의문에 따르면, 노동시장 구조개편 관련 법안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을 정기국회와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키로 했다.

당시 여야 지도부 모임은 내년도(2016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만남이었다. 여기에 뜬금없이 테러방지법 등이 포함된 것.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을 서둘러 확보하기 위한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테러방지법과 맞물려 나온 결과로 해석되면서 인권·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당내에서도 이견이 많았다. 여야 합의 과정에서 정보위 소속 위원들조차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더민주당 소속 한 정보위 의원은 “원내지도부와 정보위 의원들 간에 의견조율이 전혀 안됐다. (테러방지법) 합의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후 새정치연합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쪼개졌고 두 야당은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국민의당이 광주정신 운운하며 정치개혁에 나서자 더민주로서는 더 획기적인 뭔가가 필요했다. 특히 더민주가 박근혜 정부 경제사령탑이었던 김종인 전 한나라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영입하자 지지층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불똥은 테러방지법으로 튀었다. 이미 여당과 합의처리키로 한 상태였음에도, 더민주는 필리버스터로 국회를 마비시켰다. 필리버스터는 의사진행을 합법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다. 야당은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며 7일째 단상을 차지하고 있다. 약혼은 해놓고 결혼은 안된단 얘기다.

총선 코앞…통과 가능성 높아

하지만 더민주의 과거 성향, 국회 일정 등으로 볼 때 결국은 테러방지법에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선거구 획정안이 통과돼야 4월 총선을 치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본회의가 열리게 되면 필리버스터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한번 중단하면 다시 재개할 수 없다.
 
선거구 획정안은 여야 모두 만족하는 ‘신의 한수’로 불린다. 양당이 원하는 대로 지역구 의석이 7석 늘어났고, 비례대표는 7석이 줄었다. 따라서 획정안이 통과될 때 테러방지법도 함께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테러방지법 정국에서 새누리당이 상대적으로 느긋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CNB와 만나 “야당이 (테러방지법을) 예산안과 연계했듯이 이번에는 선거구 획정 등 다른 법안들과 연계해서 합의하지 않겠느냐. 더민주로서는 필리버스터를 통한 지지층 결집이라는 효과와 함께 여러 쟁점법안들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얻을 건 다 얻었으니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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