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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불황의 역설? 법인카드 사용 사상 최대 “왜”

직장인→자영업 폭증, 한 푼이라도 줄이려 카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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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3.29 16:52:15

▲“현금은 아끼고 카드를 써라.” 기업들의 씁쓸한 생존전략으로 법인카드 발급과 사용액이 크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나빠지는 등 국내 주력 산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투자를 줄이고 ‘돈 안 되는’ 사업들을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이 생존 전략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하지만 법인카드 사용 금액은 되레 급증하고 있다. 불황의 역설일까. (CNB=도기천 기자) 

법인카드 역대 최고 800만장 돌파
개인사업자 대출 1년새 30조 폭증
생존위기…카드로 막고 현금은 확보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법인 신용카드 발급 숫자는 815만9천장으로 전년 말(694만4천장) 대비 121만5천장 늘었다. 이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이후 가장 큰 증가세다.

법인카드 발급장수는 2011년 처음 600만장을 넘은 후 2012년 659만2천장, 2013년 687만3천장, 2014년 694만4천장으로 4년 동안 600만장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법인카드 발급이 급증하며 700만장대를 넘어, 바로 800만장대로 진입한 것이다.

법인카드 증가는 통상 호경기일 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2002~2003년 카드대란 당시 일부 카드사들은 신용등급을 따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했다. 법인과 개인 할 것 없이 카드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전 국민이 누구나 5~6개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을 정도였다. 

이는 당시 경기 상황이 상당히 양호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마다 5~6%대의 경제성장을 이뤘고, 카드대란이 시작된 2002년의 경제성장률은 7.4%에 이르렀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3.1%며, 국내외 경제기관들은 이마저도 내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2%대 저성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의 성장률이 2.8%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위기 상황인 셈이다.  

그럼에도 카드 발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뭘까. 

이는 법인 수 증가에다 세금 등 공과금의 신용카드 결제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법인 수는 9만3768개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가장 많았다. 

이는 경기상황이 좋아져서 창업이 늘어난 게 아니라,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퇴사·실직 등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회사를 떠난 직장인들이 자영업으로 전환하면서 법인수가 크게 늘어난 것. 

직장인의 자영업 전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되진 않고 있지만 이를 짐작할 수 있는 통계가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김기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이 1년 새 30조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39조621억원이었는데, 2014년 말 209조4578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29조843억원(14.2%)이 급증한 것. 

역대 개인사업자 대출액이 가장 많이 늘었던 2014년에 20조4천억원이 증가한 것을 능가하는 사상 최대 기록이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명예퇴직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자영업자 대출 증가는 퇴사자들의 법인 설립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법인카드 발급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매점에서 고객이 법인카드로 사무용품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불황의 씁쓸한 단면

공과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경우가 많아진 점도 이유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국세의 카드납부 한도를 폐지했다. 이에 발맞춰 삼성·신한·현대·하나·우리·롯데·KB국민카드 등 카드사들은 앞다퉈 공과금 납부에 특화된 상품을 내놨다. 무이자 할부나 포인트 납부, 캐시백 등의 혜택을 주는 식이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공과금서비스업종의 카드승인금액은 46조2900억원으로 전년(22조6300억원)에 비해 두 배 넘게 커졌다. 

이런 영향으로 전체 법인카드 이용금액도 크게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카드 이용금액은 146조7878억원으로 전년(131조4949억원)보다 11.6% 늘었다. 

과거에는 영업비용(접대비, 교통비 등) 지출이 늘면서 법인카드 사용액이 증가했지만 최근에는 공과금 무이자 납부, 캐시백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법인카드 사용이 늘어난 것이다.     

경기가 어렵다보니 법인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선 점도 카드 사용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각종 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현금 보유가 필요해진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 법인카드 결제 규모가 커진 것은 투자 확대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었지만, 현재는 현금 확보, 회계처리 편의성, 카드서비스 혜택 등이 이유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마다 신용카드사에서 주는 혜택이 다르다 보니 법인도 혜택에 맞게 카드를 여러 장 만드는 똑똑한 소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법인들이 카드 사용을 늘리고 있단 얘기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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