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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서울우유·남양유업 ‘고급화 경쟁’ 숨은 의도는

이미 ‘최고등급’인데 웬 고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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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6.04.22 10:23:30

▲유업계가 우유 소비 촉진과 불황 타개를 위해 우유 품질향상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우유를 시작으로 세균수와 체세포수 모두 최고등급인 우유를 출시하고 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국내 생산 원유 대부분이 이미 고품질로 분류돼 일각에서는 “소비자 혼란을 야기하는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유업계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흰우유 사업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고급화 전략’ 마케팅에 팔을 걷어 붙였지만 국내 생산 우유의 절반 이상이 이미 최고등급으로 분류돼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유 업계의 ‘고급 우유’ 전략은 ‘더 나은 우유’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도일까, 아니면 판매 촉진을 위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꼼수 마케팅’일까. (CNB=김유림 기자)

국내우유 선진국 기준 이미 ‘최고등급’
우유업계 뜬금없이 ‘고급화 경쟁’ 선언
전문가들 “프리미어 전략은 마케팅 꼼수”

현재 유업계는 대체음료 증가, 수입 유제품 공세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출산율까지 저하되고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성장은커녕 장기적인 위기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불황 타개를 위해 서울우유를 시작으로 유업계가 원유 품질 개선을 통한 고급화 전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체세포수’ 마케팅이다.

지난달 서울우유는 국내 최초로 세균수와 체세포수 모두 최고등급인 원유로 만든 ‘나100%우유’를 출시했다. 이에 남양유업도 이달부터 ‘맛있는 우유 GT’와 ‘저지방우유’ 등 우유 주력제품에 세균수 뿐만 아니라 체세포수 역시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은 원유만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체세포수 1등급 원유를 생산하면 생산원가, 물류비 등 기존 제품 대비 3~5% 가량 늘어나지만 양사 모두 기존 우유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소비자가 우유 마케팅 중 익숙하게 보아왔던 ‘1A등급’ 표기는 집유 과정에서 원유가 얼마나 깨끗하게 관리되는지를 가늠하는 ‘세균수’의 최고 등급이다. ‘체세포수’는 얼마나 건강한 젖소에서 원유를 생산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며, 1ml당 20만 미만이 최고등급인 1등급이다.

앞서 지난 1997년 남양유업이 국내 유업계 최초 세균수 1등급 원유로 만든 우유를 시장에 내놓자, 대부분의 우유기업들이 뒤따라 우유 품질을 향상시켰다. 따라서 이번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의 체세포수 1등급 원유 제품출시로 인해, 다른 기업들도 빠른 시일 내에 체세포수 1등급 우유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매일유업도 당장의 출시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킨 제품 출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유업계의 이 같은 고급화 전략은 국내 우유의 전반적인 품질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우유 등급 자체가 무의미 하다”고 지적한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이미 국내 생산 원유의 91.4%가 세균수 1A등급이며, 체세포수는 56.7%가 최고등급인 1등급, 바로 밑 단계인 2등급(20만~35만 미만 개/ml)은 35.9%에 달한다. 낙농진흥회는 원유의 고품질 생산을 위해 체세포수 4등급과 5등급에 리터당 100원을 낮게 지급하도록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국내 낙농가는 고품질 원유를 생산해 왔다. 

우유업계 한 관계자는 “체세포수 1등급은 이미 국내 생산 원유 절반 이상이 받고 있는 등급이며, 2등급도 충분히 좋은 품질의 우유다. 마케팅을 위해 기존에 없던 원유를 쓰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데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낙농진흥회는 원유의 품질 향상을 위해 체세포수 4등급과 5등급에 리터당 100원을 낮게 지급하도록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생산 원유의 90%이상이 이미 최고등급(1~2등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료=식약처)

또 체세포수는 세균수와 달리 우유의 품질을 나타내는 절대 지표가 아니라는 점에서 “체세포수 등급을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은 소비자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유는 유방에서 혈액을 걸러 만들어지기 때문에 세균이 없다. 하지만 젖소가 우유를 분비하는 과정에서 농가 위생상태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오염이 발생된다. 세균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위생상태가 더 좋은 깨끗한 우유라는 얘기다.

하지만 체세포는 세균과는 달리 건강한 젖소, 늙은 젖소, 병든 젖소 등 모든 젖소의 원유에서 당연히 나오는 성분이다.

젖소의 면역기능이 저하되거나 나이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는데, 일정 기준치 내에서는 품질 변별력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학계에서는 체세포수 특정 수치 이내의 범위 안에서 우유 품질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낙농선진국인 네덜란드와 뉴질랜드는 1ml당 체세포수가 40만개 미만이면 1등급으로 매기고 있다. 

이는 체세포 외에도 여러 요인들을 감안하기 때문이다. 가령 20대 여성이 만들어내는 모유와 40대 여성의 모유가 있다면, 당연히 체세포수가 40대의 모유에서 더 많겠지만 20대에 비해 모유질이 나쁘다고 볼 수 없다. 체세포수는 20대가 더 적지만, 영양분 섭취를 고르게 한 40대 여성이 더 좋은 모유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윤성식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 겸 한국축산식품회장은 CNB에 “유럽에서는 원유 1ml당 체세포가 40만개 미만이면 우수한 품질을 갖고 있다고 본다. 체세포수 30만개인 것보다 20만개인 것이 더 좋은 우유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우유 체세포수가 적다고 하는 것은 젖소의 나이, 면역력, 미생물에 의한 감염 등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척도이기는 하지만, 체세포수가 적은 우유가 인간에게 더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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