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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가짜 백수오 사태 그 후…가해자는 없고 농가 ‘피눈물’

제조사 ‘무혐의’…가해자 사라지고 피해자만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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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6.04.23 09:14:53

▲지난해 4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90%가 가짜라고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내츄럴엔도텍은 끝까지 부인하며 법정 대응까지 불사하겠다고 했지만, 식약처 전수 조사 결과 소비자원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졌다. 사진은 식약처가 지난해 5월 전수 결과 발표 당시 진열해놓은 백수오 제품. (사진=방송화면캡처)


지난해 4월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식약처는 시중 유통 백수오 제품 중 진짜는 5%에 불과하다는 발표를 내놨고, 이를 먹거나 선물한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었다. 그로부터 1년, 논란의 중심이었던 내츄럴엔도텍은 검찰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오히려 재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소비자와 판매·제조사 간의 법적 공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가짜 백수오 파동 때문에 정직하게 농사짓던 농사꾼들은 파산 상태에 놓여있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백수오 사태의 뒷얘기를 들여다봤다. (CNB=김유림 기자)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양산
법원 “피해사실 입증 불충분”
제조사, 해외 진출 다시 재기

지난해 가짜 백수오 파동 직후 한국소비자원은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에 이엽우피소(가짜 백수오)가 섞여 있어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등에 위반된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검찰은 “이엽우피소 혼입 방지 검증 시스템은 일부 미미했으나, 고의로 혼입했거나 묵인하기는 어렵다. 또한 이엽우피소의 유해성에 대해서 판단할만한 연구자료가 부족하다”며 김재수 내츄럴엔도텍 대표 등 회사 측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해 9월 김재수 대표는 국정감사까지 출석했다. 당시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민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냐”고 물었지만, 김 대표는 “따끔한 지적을 염두에 두고 회사 경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남 의원은 재차 “백수오 제품에 식용이 금지된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끼냐”고 묻자, “저희는 9개국에서 허가를 받았다”는 엉뚱한 대답을 했다.

소비자 소송 ‘가시밭길’

이후 1년이 흘렀다. 가해 당사자는 사라지고 정부는 여전히 이엽우피소 독성에 대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짜 백수오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제조‧판매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지난 20일에는 ‘가짜 백수오’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 501명이 제조‧판매업체 20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첫 재판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15부(김종원 부장판사)는 원고 측에 “개개인이 제품을 구입한 날짜, 청구액, 부작용 등 정리가 제대로 안됐다. 가짜 백수오가 구매 제품에 정말 포함됐는지, 몇 % 함유됐는지 등 객관적인 입증이 됐느냐”고 물었다. 이엽우피소 유해성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

이미 상당 시일이 흐른 상황에서 피해 당시 상황을 과학적·객관적으로 증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내츄럴엔도텍이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상황이라 이를 뒤집을 만한 확실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는 한 소비자들이 승소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홈쇼핑 6사는 백수오 환불로 투입된 금액이 4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가짜 백수오’ 제품 제조사 내츄럴엔도텍이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홈쇼핑 업체들이 떠안게 됐다. (사진=각 기업 홈페이지)

독박 쓴 홈쇼핑과 농민들 ‘한숨’

내츄럴엔도텍 제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유통업체 홈쇼핑 6사(롯데홈쇼핑·홈앤쇼핑·현대홈쇼핑·CJ홈쇼핑·GS홈쇼핑·NS홈쇼핑)는 소비자 환불로 지급한 금액만 400억원이 넘는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에 육박한 금액이지만, 제조업체가 무혐의 처분을 받음으로써 ‘독박’을 쓴 셈이 됐다. 판매사가 제조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홈쇼핑 관계자는 “법적으로 따지면 제품을 생산한 기업이 보상의무가 있지만, 소비자에 대한 도의적 책임으로 환불을 진행했다. 아직도 창고에 백수오 제품이 쌓여있으며, 제조사 무혐의 처분에 따라 독박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홈쇼핑사들은 대기업 제품 이외에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꺼리게 됐고, 자연스럽게 중소기업들에게 피해는 돌아갔다. 실제로 홈앤쇼핑은 백수오 사태 직전 건강기능식품 판매액이 월평균 140억원이었지만, 논란 이후 80억원으로 40% 가까이 줄어들었다.

또 진짜 백수오를 정직하게 재배하던 농가들 대부분은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백수오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해 원료를 사들이는 업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백수오 재배자는 “30년째 백수오 농사를 짓고 있지만 매출이 10분의 1까지 떨어졌다. 선량한 농가만 파산 상태에 놓여있다. 하루하루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경인식약청은 내츄럴엔도텍이 홈쇼핑 판매 당시 ‘과대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7일과 품목류제조정지 2개월 처분을 내렸지만, 내츄럴엔도텍은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사진=방송화면캡처)

백수오 공급사, 재기 움직임

이처럼 백수오 사태의 조연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정작 주연인 제조·공급사 내츄럴엔도텍은 재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9000원대까지 떨어졌던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현재 2만원대 초반까지 치솟았다.

내츄럴엔도텍은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 ‘에스트로지’를 캐나다 건강기능식품업체 내츄럴팩터스에 공급하며 북미 코스트코 온라인 시장에 진출했으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등 유럽연합(EU) 총 28개 국가에 대한 허가도 현재 최종 검토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경인식약청)의 영업정지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수원지방법원은 내츄럴엔도텍의 주장을 일정부분 받아들여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고, 경인식약청이 내린 행정처분의 효력은 소송 재판이 끝날 때까지 정지됐다.

앞서 경인식약청은 3월14일 백수오궁수 등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추출물 제품이 홈쇼핑 판매 당시 마치 질병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대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7일과 품목류제조정지 2개월 처분을 내린 바 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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