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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파견법’이 ‘치킨공화국’ 막을까

‘불안정한 일자리’가 ‘치킨집 사장’ 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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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강소영기자 |  2016.04.26 17:24:51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2일 은퇴자가 자영업, 특히 치킨업으로 몰리는 현상에 대해 “치킨공화국”이라고 말하며 ‘파견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치킨공화국과 파견법, 어떤 상관관계일까?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치킨공화국도 아니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2일 비공개로 열린 ‘2016년 재정전략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치킨공화국도 아니지 않느냐”며 파견근로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노동계가 들끓고 있다. 파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파견 시장을 넓히려는 의도로 비춰지면서, 일자리 창출을 둘러싼 찬반론이 불붙고 있다. ‘불안정한 일자리’는 과연 ‘치킨집 사장’보다 나은 걸까. (CNB=강소영 기자)

정부 “은퇴 후 재취업 위해 법개정 절실”
노동계 “파견제 확대는 비정규직 양산”
학계 “시장 감시 강화로 부작용 줄여야” 

전 세계 120개국에서 사랑받는 세계 최대 프랜차이즈기업 맥도날드의 점포는 총 3만 5000여 개다. 그런데 지난 2014년 기준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우리나라 치킨집은 총 2만 3800여 곳에 달하며, 현재는 맥도날드 매장 수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치킨집’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었다. 

중장년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기승전닭’이라는 말도 나온다. 은퇴자들이 자영업 특히 치킨집에 몰리는 이유를 전문가는 “진입장벽에 낮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박 대통령이 “치킨공화국”을 언급한 배경에는 은퇴자의 갈 곳 없는 현실을 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또 야당이 원하는 ‘파견법을 제외한 노동 3법 우선처리’ 방침에 대해 후퇴 없이 ‘노동 4법’ 처리 원칙을 강조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은퇴자를 위한 ‘파견법’이 무엇 때문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근로자 파견제도는 파견업체(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다음에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인력을 필요로 하는 업체에 파견해 그곳 사업주의 명령을 받아 일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회에 상정된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55세 이상과 뿌리산업에 한해 파견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본래 ‘노동개혁 5법’에서 출발했다. 그 중 비판여론이 많았던 ‘기간제근로자법’(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비난으로 폐기됐다. 이후 파견법을 포함한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통상임금), 근로기준법(근로시간단축)이 노동개혁 법안의 주축이 됐다.

비정규직법이 빠진 이후에도 노동 4법 중 ‘파견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 간사단 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서 “노동개혁 4법은 대표적인 청년·중장년 일자리 창출 법안”이라며 4월 임시국회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의중에 따라 파견법을 비롯한 노동 4법의 운명이 걸려 있어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현행 파견법은 1998년 외환위기(IMF)를 겪은 후, 노동시장 유연화 차원에서 행정‧서비스 등 32개 업종에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파견법 개정안은 금형, 주조, 열처리, 용접, 소성가공 등 부품 혹은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초 공정사업인 뿌리산업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 대상은 55세 이상 고령자, 근로소득 상위 25% 고소득 전문직이다. 

정부는 파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뿌리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해소될 수 있으며, 최대 1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는 26일 CNB와 통화에서 현재 파견법이 자리를 잡은 유럽을 예로 들며 “독일의 경우, 처음 파견법을 실시할 당시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현재 독일에서는 지방노동청에 파견회사 직원이 상주하며 직접 구직자가 원하는 곳과 연결해준다. 여러 보완 조치를 취한 결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고용률이 올라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기업이 파견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이번 노동개혁에는 (기업의 법악용을 막을 법안이) 반영이 되어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파견한 회사가 파견근로자에 대한 처우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도 “제도적으로 이를 보완할 방법들도 있다.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근로자와 사업주 간에 이견이 있으면 근로감독관이 노동위원회에 넘겨서 판단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독일에서는 우리나라 파견법의 모태가 된 ‘하르츠개혁’이 시행중이다. 파견법을 완화했던 ‘하르츠 개혁’으로 2003년 28만2000명이던 독일 내 파견노동자는 2015년 6월 96만1000명으로 급증했다. 또 35세 미만 젊은 노동자들이 파견직으로 흡수될 뿐만 아니라 파견노동자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노동자들이 파견노동을 다시 하는 악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져 오히려 법안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사진은 이러한 하르츠 개혁을 반대하는 시위자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반면, 야권과 노동계는 파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자유롭게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되므로 정규직 채용을 더 꺼릴 것이고, 이로 인해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회 전반에 있어 자연스레 일자리의 질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이중 착취, 고용불안, 노조활동 위축 등을 이유로 파견제도 자체에 대해 과거부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오고 있다.     

노동계는 파견 대상에 고소득 전문직과 55살 이상 고령자 등을 포함하면 900만여 명이 파견직으로 내몰릴 수 있어 파견법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정문주 본부장은 CNB에 “정부 말처럼 뿌리산업에까지 파견이 적용되면 제조업 전체가 파견직으로 둔갑할 것”이라며 “현재도 뿌리산업에서 상당수 사업장들이 불법 파견을 쓰고 있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불법이 합법이 되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본부장은 “작년 9월 15일 노사정 합의 당시 내용에는 상시지속적 일자리에 대해 정규직을 고용해 비정규직 남용을 하지 않겠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다음날 정부와 새누리당이 발표한 노동개혁법안에는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자는 내용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에 대한 안전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파견근로자를 늘리자는 것은 불확실성을 키우고 양극화를 조장해 결국 경제위기를 몰고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CNB=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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