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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최은영 회장은 한진해운 ‘내부정보’ 몰랐을까

한진家와 갈라선지 2년…그녀는 왜 주식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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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5.04 10:43:31

▲한진해운의 경영주였던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직전 주식을 전량 매각해 ‘내부정보 활용’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 여의도동 한진해운 건물. (사진=연합뉴스)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직전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판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 일가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 주식 거래에 혐의를 두고 있지만, 매도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이에 따른 차익을 입증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CNB=도기천 기자)    

2년전 한진해운 청산했던 최 회장
자율협약 공시직전 보유주식 처분
‘최 회장-한진해운’ 연결고리 없어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단장 김홍식)은 최근 최 회장을 직접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최 회장과 두 딸의 금융거래 내용을 추적하고 있다. 이들이 한진해운 주식을 처분하면서 이용한 증권사의 위탁 계좌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 회장과 두 딸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결정 공시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달 6일부터 20일까지 총 18회에 걸쳐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 전량을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37만569주, 두 딸은 각각 29만8679주를 정규장 거래를 통해 팔았다. 이는 한진해운 전체 주식의 0.39%에 해당하는 규모며, 금액으로는 약 31억원 어치다. 

최 회장 일가가 보유주식을 전부 내다판 지 5일 뒤인 지난달 25일, 한진해운은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에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했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에 용선료 절감, 임원급여 반납, 사옥·지분 매각 등을 통해 4112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특단의 자구책을 내놓은 상태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2007년부터 한진해운의 경영을 맡았지만 고전하다 2014년 경영권을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넘겼다. 따라서 최 회장은 표면적으로는 한진해운의 내부정보를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사진=연합뉴스)


범한진家 커넥션 있었나

금융당국은 최 회장 일가가 한진해운 주식 사전 처분을 통해 회피한 손실액을 약 1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최 회장 일가가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한 지난달 6일 한진해운의 주가(종가기준)는 3160원이었고, 마지막 남은 잔량을 처분한 지난달 20일 주가는 3039원이었다. 자율협약을 신청했다고 공시한 지난달 25일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며 1825원으로 추락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수치들을 종합해 대략 손실회피액이 10억원 가량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금융위의 의뢰로 한진해운 주식 거래 상황을 정밀 분석하고 있으며 수일 내로 금융위에 심리 결과를 제출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주식처분 이유를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최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지병으로 2006년 별세하고서 물려받은 주식에 대한 상속세를 내려고 대출을 받았는데 이를 상환하고자 최근 잔여 주식을 팔았다고 해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자금 흐름을 분석해 최 회장 측 주장대로 주식 처분으로 확보한 자금이 상속세를 내려고 받은 대출금 상환에 쓰였는지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재산 보유액이 1850억원에 달하는 최 회장 일가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을 목전에 두고 31억원 어치의 주식을 전량 처분한 것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상장·비상장 주식과 부동산(시가 반영) 등을 합쳐 최 회장은 모두 1천억원에 가까운 재산을 본인 명의로 갖고 있다. 두 딸도 각각 420억원 상당의 재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최 회장이 과거 대출을 어떤 방식으로 갚아왔는지가 조사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유 재산으로 대출금을 착실히 갚아 오다가 갑자기 한진해운 주식을 팔았다면 의심을 피하기 힘들다. 반대로 그동안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면 최 회장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내부정보 활용’ 적용 모호

▲최은영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유수홀딩스가 입주해 있는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빌딩 로비 전경. 한진해운 콘테이너선 조형물 뒤로 유수홀딩스의 CI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이 최 회장 일가의 내부정보 활용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공개(내부) 정보 활용’이 성립되려면 이를 통해 매매당사자가 취한 이득이 분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례로 최근 삼성그룹 고위 임원 9명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지난해 합병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 주식을 거래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금융당국은 이들을 무혐의 처리한 바 있다.  

이들은 삼성 측이 합병 타당성 검토 용역에 들어가기 전 시점에 제일모직 주식을 사들였지만 이후 제일모직 주가가 합병 후에 크게 떨어져 시세차익을 누리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이들이 취한 이득이 없다는 점에서 조사를 종결한 것이다. 

지난해 수조원대 신약 기술수출 대박을 낸 한미약품의 경우도 수출 공시가 나오기 전부터 대량 주식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검찰이 조사를 벌였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최 회장 일가의 주식 매도는 차익을 남긴 게 아니라 ‘손실을 회피했다’는 모호한 개념이라  내부정보 활용으로 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자율협약을 신청한 지난달 25일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며 1825원으로 추락했지만, 이후 2000원대로 다시 회복된 상태라 손실회피금액 자체를 추산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최 회장이 내부정보를 알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인 최 회장은 2007년부터 한진해운의 경영을 맡았지만 고전하다 2014년 경영권을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대한항공) 회장에게 넘겼다. 당시 한진해운은 지주회사인 한진해운홀딩스에서 분리됐으며 이후 한진해운홀딩스는 유수홀딩스로 명칭을 바꿨다. 

따라서 최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유수홀딩스와 한진해운은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최 회장 측은 “이미 정리한 회사(한진해운)의 주식을 판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정보 활용여부를 떠나 최 회장 일가가 자신들이 한때 경영했던 회사의 주식을, 가장 회사가 어려운 때에 전량 매각 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한진해운의 금융부채는 지난해 연말 기준 5조 6219억원이고 이 중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부채가 3조 1808억원인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재벌사>의 저자 이한구 교수(수원대 경제금융학과)는 CNB에 “한진해운이 급여를 삭감하는 등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해 전사적인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범(凡)한진가 오너 일가가 회사주식을 전량 매각한 것은 주주와 직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벗어난 몰염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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