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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물류회사와 꿀벌…CJ대한통운 ‘녹색 혁명’은 성공할까

회사 옥상 활용 ‘도심양봉’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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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6.05.28 09:05:02

▲CJ대한통운 가산동 택배터미널 옥상에 설치된 벌통. (사진=이성호 기자)

물류기업과 양봉사업.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지난해부터 꿀벌을 키우고 있는 물류기업이 있다. CJ대한통운은 NGO와 손잡고 물류센터 옥상 등 활용되지 않는 공간에서 양봉사업을 통해 꿀을 얻고 있다. 최근 첫 수확을 거둬 화제다. 이 기업은 왜 ‘벌’에 공을 들이는 걸까? CNB가 현장으로 가봤다. (CNB=이성호 기자)

숲-인간-생물 선순환 프로젝트
벌 키워서 번 돈 ‘숲’에 투자
녹지 적어 힘들지만 도전 계속  

한 여름의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20일 서울 금천구에 소재한 CJ대한통운 가산동 택배터미널을 찾았다. 옥상에 올라가보니 한켠에 흡사 나무상자처럼 보이는 벌통 5개가 일렬로 자리 잡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뜨거운 햇볕 아래 꿀벌들은 분주히 날아다니고 있었고 벌통에도 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산과 들이 아닌 삭막한 빌딩 숲, 그것도 건물 옥상에서 벌을 키운다는 것은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CJ대한통운 가산동 택배터미널 관계자는 “당초 옥상은 직원들의 휴식공간으로만 활용했었지만 최근 양봉을 시작했다”며 “벌통과 사람들이 앉아서 쉬는 곳과는 거리가 있어서 벌들이 쏘거나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벌통이 있는 옥상 밖 주변을 둘러보니 벌들이 꿀을 채집할 만한 녹지가 눈에 띄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꽃들이 있는 인근 안양천까지 벌들이 날아갔다 온다”고 전했다.

▲CJ대한통운 가산동 택배터미널 옥상 모습. (사진=이성호 기자)


지난 13일 이곳 가산동 터미널 옥상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날 CJ대한통운은 도시양봉을 통해 수확한 꿀 50kg을 판매해 얻은 1000만원의 수익금을 NGO인 그린트러스트에 전달한 것. 이는 양봉사업의 첫 결실이다.

CJ대한통운은 도시양봉을 통해 ‘도시 숲 조성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부지 및 사업 지원을 하고, 기존 도시양봉 사업을 전개해온 사회적 기업인 어반비즈 서울이 양봉을 맡고, 서울그린트러스트가 도시 숲 조성을 맡는 구조다.

양봉사업으로 얻은 꿀을 팔아서 도심에 숲을 조성하고 벌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숲에서 또 꿀을 모아오고, 다시 수익금으로 숲을 조성하는 순환구조다. 일터가 작은 ‘생태계’인 셈이다.  

‘생태계’는 한 곳이 더 있다. 이 회사의 ‘경기도 군포 복합물류터미널’ 내 관리동 옥상이다. 아름누리 생태공원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을 약 15만 마리의 벌들이 지난해 6월부터 드나들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그동안 그룹의 나눔 철학에 기반해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기업·사회·국가가 공동으로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는 공유가치 창출(CSV) 활동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며 “도시 숲 사업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잘 맞는다”고 밝혔다.

이 사업이 잘된다면 벌과 사람이 공존하는 ‘친환경 도심’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덤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도 가능하다. 

▲경기도 군포 복합물류터미널’ 내 관리동 옥상 양봉 모습. (사진=CJ대한통운)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가산동 터미널에서 키우는 벌은 500여 마리에 불과하다.  15만 마리를 키우고 있는 군포를 따라 잡으려면 한참 멀었다. 이는 서울 도심에 적응할 수 있는 벌 개체수가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가산동 양봉은 이제 시작단계로 벌통 1개당 100여 마리가 운집해 있으나 차츰 늘려나갈 예정”이라며 “벌통을 많이 놓고 싶어도 인근에 있는 녹지 규모에 따라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벌들의 이동거리가 일정한 만큼 주변 녹지가 줄어들면 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회사가 수익금 전액을 숲 조성에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류회사의 작은 도전이 숲, 인간, 생물이 공존하는 ‘녹색 혁명’의 단초가 될지, 주변 개발에 밀려 ‘꿈’으로 끝날지는 결국 인간의 손에 달렸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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