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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재벌들은 왜 홍만표式 ‘사외이사 군단’을 선호할까

‘전관 파워’ 앞세운 ‘그들만의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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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6.28 10:48:08

불법 로비와 탈세 혐의로 구속기소 된 홍만표 변호사가 수년간 대기업들의 사외이사를 겸임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려한 사외이사’의 세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는 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재벌들이 선호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CNB=도기천 기자)

▲전관 로비 의혹에 연루돼 구속기소 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는 최근 수년간 일부 대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해 논란을 빚고 있다. 홍 변호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 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홍 변호사는 2011년 10월 검·경 수사권 문제로 검사장 자리에서 퇴임한 직후인 그해 11월 이수그룹 계열사인 이수페타시스의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대기업과의 첫 행보를 시작한다. 

재벌들 너도나도 ‘전관(前官)’ 탐내
윗선로비·동향파악 등 ‘대관’ 수행
학계 "사외이사 제도 손봐야"

2014년 11월 이수그룹을 떠난 뒤부터는 최근까지 LG그룹 관계사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그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상습도박 수사 변론과정에서 법조계 청탁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지난달 말 구속될 당시, 범LG가 기업인 레드캡투어와 LG전자의 사외이사였다.   

LG계열사에 랜트카 공급으로 매출을 올려온 레드캡투어는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둘째 동생 고 구정회 씨의 손자 구본호(41)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구씨는 이 회사 지분 38.39%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LG계열사인 범한판토스가 39%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였다. 구씨와 범한판토스의 지분을 합치면 77%에 이르렀다. 

범한판토스는 구씨와 그의 모친 조원희 씨가 대부분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2015년 1월 범한판토스가 LG상사에 편입되면서 범한판토스의 레드캡투어 지분은 대부분 조씨에게 매각됐다. 현재 조씨·구씨 모자가 74% 지분으로 레드캡투어를 지배하고 있다.  

구본호 씨는 지난해 3월 횡령 등 혐의로 피소된 적이 있는데, 이때 레드캡투어는 검사장 출신 홍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검찰은 수개월 간의 내사 끝에 구씨를 불기소처분 했는데, 재계에서는 홍 변호사가 이름값을 톡톡히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LG전자도 홍 변호사를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대기업 재판 승승장구…오비이락? 

홍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들로 실제 전관 로비를 벌였는지는 예단하기 힘들지만, 상당수 사건들이 의혹을 받고 있다. 

홍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대검 중수부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굵직한 사건을 맡아온 ‘특수통’ 출신이란 점에서 전관 특혜를 받았는지, 로비를 받은 법조계 인사들이 누구인지가 수사의 핵심이다.  

홍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으로는 1조3천억원 대 사기성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발행해 4만여명의 피해자를 낸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2012년 저축은행 사태를 유발시킨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공군 훈련장비 납품 사기로 기소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2013년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 등 재계의 굵직한 사건들이 총망라 돼 있다. 

KT, 대림산업, 삼성물산, 한화건설, 삼성테크윈 등도 수억원대의 수임료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건들 중 일부는 선임계 없이 법률적 도움을 준 정황이 포착 돼 탈세혐의까지 받고 있다. 

홍 변호사는 논란이 일자 레드캡투어와 LG전자의 사외이사직을 모두 사임했다. 한때 연 90억원이 넘는 소득을 신고해 전국 개인소득자 중 15위에 오를 정도로 잘나가던 홍 변호사의 몰락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3월 LG전자 주총에서 지분 0.32%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홍 변호사가 레드캡투어 사외이사와 에이치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를 겸임하고 있는 점을 들어 반대표를 던졌다. 홍 변호사가 LG전자 임원까지 맡게 되면 총 3개 회사를 겸임하게 돼 상법에 저촉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다 올해 초에는 허가 없이 기업들의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변호사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홍 변호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이유는 오너 일가가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재벌 문화에서 지명도 높은 ‘전관(前官)’이 방패막이로써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CNB에 “사정기관 동향을 미리 파악해 대비해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정·재계가 연루된 ‘대어’만 맡아온 그의 타이틀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10대 그룹의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의 신임(재선임) 사외이사 숫자. <단위: 명, %, ( )장·차관 출신> (자료=재벌닷컴)


기업들, 고위관료 영입전쟁

이런 분위기다보니 기업들은 해마다 주총시즌이면 앞다퉈 권력기관 출신의 사외이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위 관료를 얼마나 사외이사로 영입했는지가 총수 일가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 3월 정기주총의 경우, 주요 대기업들이 사외이사의 절반가량을 이른바 ‘전관’ 출신들로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닷컴이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GS 한진 한화 두산 등 10대그룹의 3월 주총 안건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신규 혹은 재선임 된 사외이사 140명 중 정부 고위관료, 금감원, 국세청, 판·검사, 공정거래위원회 등 소위 권력기관 출신 인사가 61명으로 전체의 43.6%나 됐다. 

이들은 주로 기업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 CEO스코어가 2014년 기준 37개 그룹 167개 기업의 사외이사 활동내역을 조사한 결과, 692명의 사외이사들이 3774건의 안건에 대해 99.7%의 찬성표를 던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 따르면 2010~2012년 100개 기업의 이사회 안건 9101개 중에서 사외이사가 한 명이라도 반대한 경우는 33건(0.4%)에 불과했다.

이들이 방패막이 역할의 조건으로 받는 보수는 웬만한 중견기업 상근직 임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삼성·현대차·LG·SK·롯데 등 국내 5대 그룹 상장사 63곳의 2015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인당 평균보수는 연 6200만원이었다. 한 사람이 평균 9차례쯤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나, 회의 시간을 2시간으로 잡으면 평균시급이 337만원에 이른다. 홍 변호사의 경우 지난해 LG전자에서 받은 보수는 8300만원이었다. 

허덕회 상법박사는 28일 CNB와 통화에서 “오너 일가의 독단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외이사 제도가 되레 재벌 총수를 보호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사외이사를 사실상 오너일가(이사회)가 선임하고 있는 현행 추천 제도부터 손봐야 한다. 권력형 사외이사를 영입하는 것이 당장은 기업에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투명경영이 곧 경쟁력인 만큼, 길게 보면 결코 기업에 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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