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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글로벌 광풍 ‘포켓몬 고’, 분단 한국은 서럽다

정부, 군사안보 문제로 ‘구글 지도’ 거부…‘글로벌 루저’ 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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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16.07.16 08:59:35

▲지난 6일 출시된 ‘포켓몬 고’가 전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포켓몬 채널)

구글과 닌텐도의 합작 AR(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Go)’가 출시 당일부터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과 유럽, 호주 게이머들은 너나없이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 거리와 공원, 산과 호수를 헤매고 있고, 국내 게이머들은 유일하게 게임이 가능한 ‘속초’로 몰리고 있다. ‘지도 반출 규정’ 문제로 국내에서는 정식 서비스가 어렵다는데, 그 내막을 짚어봤다. (CNB=정의식 기자)

‘포켓몬 고’ 신드롬, 전세계 강타
구글 지도 연동, 한반도는 제외
군사시설 알려질까 게임도 못해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포켓몬 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사진=유튜브)

전 세계의 거리 풍경이 한 순간에 바뀌었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서도,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에서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담 광장에서도, 심지어 한국 속초의 청초호 호수공원 인근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있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Pokémon GO)’를 즐기는 사람들이 게임 역사를 바꿔놓을 기세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유명 게임·애니메이션 프랜차이즈 ‘포켓몬스터’를 소재로 ‘나이안틱 랩스(Niantic Labs)’가 개발한 이 게임은 지난 6일 출시된 이후 불과 10여 일 만에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게임 방식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서 게임을 실행한 후 거리를 걷다보면 다양한 포켓몬(현재는 1세대 149종)이 나타나고, 화면 하단의 ‘몬스터볼’을 던지면 이를 포획할 수 있다. 여러 마리의 포켓몬을 ‘도감(Pokédex)’에 채우고 레벨업을 시키면 점점 능력치가 강해진다. 이들을 이용해 ‘체육관(Gym)’ 등에서 대결을 시켜 승리하면 체육관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용기(Team Valor)와 신비(Team Mystic), 본능(Team Instinct) 등 3개의 진영에 소속되어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포켓몬 고’ 실제 게임 화면. AR을 이용해 가상의 몬스터가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다. (사진=인터넷)

걷기운동 유도…사건·사고 유발 

어떻게 보면 그간 나온 수많은 게임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이 게임이 현실을 무대로 하고 있다는 점. 실내에서 게임 화면만 바라보게 했던 여타 게임들과 달리 게이머들을 실외로 나오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켓몬 수집과 육성을 위해서는 2~10km까지 엄청난 거리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다보면 자연스럽게 운동이 된다. 자전거, 스케이트보드, 전동휠 등 시속 30km 미만의 속도로 움직여야 ‘이동’으로 인정하고, 자동차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이 게임 출시 이후 미국과 유럽, 호주 등지에서는 때아닌 밤나들이, 야외 모임이 늘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에서는 뜬금없는 인종 간 화합 분위기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나이와 성별, 피부색과 관계없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자연스레 교류하다보니 일어난 현상이다.

물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며 거리를 걷다보니 다양한 접촉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기본이고, 게임 시스템을 활용해 게이머들을 갈취하는 무장강도 사건도 발생했으며, 교통 사고, 무단 가택 침입, 절벽 실족사 등의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인종 갈등 문제까지 희석시킨 포켓몬 고의 위력. (사진=트위터)

국내 서비스, 타국보다 늦어질듯

전 세계가 함께 즐기는 포켓몬 고 열풍이지만, 한국 게이머들에게는 ‘못먹는 감’이다. 이 게임의 국내 서비스가 불투명하기 때문. 

지난 10일 포켓몬 고 공식 페이스북은 중국 출시 여부를 묻는 한 중국인의 질문에 “중국과 한국, 대만, 쿠바, 이란, 미얀마, 수단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플레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답변은 곧 삭제되어 나이안틱 랩스의 공식 입장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나이언틱 랩스는 “현재 해당 국가에 대한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며, 출시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현재 시점에서 명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나, 출시 여부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의 전작으로 이번 포켓몬 고 개발의 기반이 된 것으로 알려진 AR 게임 ‘인그레스(Ingress)’의 사례를 감안하면, 포켓몬 고의 한국 출시는 타국에 비해 상당히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그레스는 2012년 11월 출시 이후 1년이 지나서야 국내에 정식 출시됐으며, 한글화에는 3년이 걸렸다.

▲나이안틱의 전작 ‘인그레스’의 지역 구분 맵. 현재 국내에서 게임이 가능한 속초 인근 지역이 한국 맵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속초시 페이스북)

8·25 회의 끝나면 출시 여부 판가름

출시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정부가 구글에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룬다.

포켓몬 고는 구글 지도(Google Map)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게임인데, 한국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구글이 정식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은 지리 정보의 국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구글이 한국 지도 데이터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 안전행정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및 국가정보원장 등 관계 기관의 장과 구성한 협의체’의 허가가 필요하다.

구글은 꾸준히 지도 데이터를 요청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구글 어스(Google Earth)의 위성사진 데이터에서 청와대, 군시설, 발전소 등의 모자이크 처리’ 등을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고, 구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구글 측은 “러시아의 얀덱스(Yandex),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도 위성사진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우리 정부는 “구글의 지도시장 점유율이 워낙 압도적이라 우선적으로 요청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서비스 되는 해외에서의 포켓몬 고 실행 화면(왼쪽)과 속초에서의 포켓몬 고 실행 화면(오른쪽). 국내에서는 정식 서비스가 실시된다해도 이처럼 지도가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인터넷)

지난 14일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포켓몬 고는 정밀 지도데이터가 필요하지 않은 게임이고, 전작 ‘인그레스’ 역시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므로, 지도 반출 여부와 포켓몬 고 서비스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인그레스의 국내 서비스에서 사실상 지도가 보이지 않는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포켓몬 고가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가 이뤄진다 해도 인그레스와 마찬가지로 허허벌판에서 GPS 신호만 보이는 ‘반쪽자리 게임’을 하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속초·양양·양구·고성 인근과 울릉도 등 일부 지역에서만 이같은 방식으로 게임이 가능하다.

어쨌든 구글은 지난 6월 초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서를 제출했고, ‘공간정보 국외반출 협의체’ 회의는 8월25일까지 결론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의의 결론이 어떻게 나는지에 따라 포켓몬 고의 국내 서비스 여부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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