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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서러운 한반도…구글과 포켓몬이 맞다

쇄국적 지도정책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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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7.25 08:05:01

 [CNB=도기천 부국장]

“마을 어린이들이 통째로 사라졌어요”

1999년 11월 미국 <타임>지는 ‘포켓몬스터의 침공’이라는 기사에서 ‘포켓몬’을 탄생시킨 게임업체 닌텐도를 동화 속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 비유했다. 독일의 중세시대 도시 하멜른(Hameln)에서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한 사나이가 피리소리로 130명의 아이들을 유혹해 외딴 동굴로 들어갔는데, 그 후 그 사나이와 아이들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포켓몬에 열광했던 당시 어린이들을 빗댄 얘기다.  

그때 사라졌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Pokémon GO)’는 출시된 지 며칠 만에 전 세계 거리 풍경을 바꿨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서,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체코 프라하에서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괴물’을 찾아 헤매고 있다. 수킬로 미터를 걸어 다니며 포켓몬스터 주인공 10살 ‘지우’의 자유를 꿈꾼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포켓몬 고는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다. 구글은 포켓몬 고 게임 지원을 위해 최근 국내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하겠다고 신청했지만, 정부는 군사시설 등이 노출돼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이러는 사이 해외계정을 이용한 포켓몬 고 국내 이용자가 13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유일하게 이 게임이 가능한 지역인 강원 속초시 일대와 울산의 한 바닷가는 게이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 게임이 출시되지 않았고, 구글이 한국 지도를 갖고 있지도 않은데도 속초에서 게임이 가능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포켓몬 고를 출시한 ‘나이언틱’은 전 세계를 작은 마름모꼴의 구획으로 나눠 게임 지역을 설정했는데 속초가 미국이 포함된 북미권역으로 묶였다는 설이 유력하다. 국경을 초월한 구글의 지도특성이 속초를 유별나게 만든 것. 

이러다보니 혼란이 생겼다. 구글의 속초 지도는 공식지도가 아니라서 상당히 허접하다. 벌판처럼 펼쳐진 화면에서 포켓몬을 잡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벌판이 아니라 도로, 해안, 심지어 군부대 등이다.  

호사가들은 군사시설의 포켓몬 출현을 문제 삼고 있다. 시민들이 촬영 금지된 최전방에서 게임을 하는 바람에 군사보호시설이 노출되고 있다는 식. 심지어 게임 캐릭터가 출몰한 곳이 지뢰사고가 났던 장소라며 호들갑을 떤다. 구글이 국내에서 세금 한푼 안내면서 장사한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정부는 “국가안보를 따져서 지도 반출을 결정할 일”이라며 쇄국적인 지도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외국의 ‘포켓몬 고’ 실행 화면(왼쪽)과 속초에서의 실행 화면(오른쪽). 군사안보시설의 노출을 우려한 우리 정부가 구글에 지도를 공급하지 않아, 향후 정식서비스가 되더라도 이처럼 벌판 같은 화면에서 게임을 해야 한다.


남과 북이 포켓몬 잡는 상상

하지만 포켓몬과 구글에게 국경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처음 151가지로 시작한 포켓몬스터는 현재 750여종으로 늘어났다. 괴물들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진화하고 번식했다. 

<포켓몬 마스터 되기>의 저자 건국대 김윤아 교수는 바로 이 다양성이 포켓몬의 치명적인 매력이라고 말한다. 인종 국경 종교 빈부로 나눠진 어른들의 세계를 ‘포켓몬 세대’가 뛰어넘고 있다는 것. 실제로 미국에서는 나이와 성별, 피부색과 관계없이 게임을 즐기려 모인 사람들이 자연스레 교류하다보니 인종 장벽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게임보다 안보가 우선’이라는 주장에 토를 달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포켓몬이 전세계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크다.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막는다는 사드의 배치를 두고 미국과 북·중·러시아가 대치하며 전운이 감돌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포켓몬은 세계인들과 떠들고 웃고 있다. 휴전선과 군부대를 가리기 않고 깜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 귀여운 괴물을 마주하는 한반도는 서럽다. 우리는 언제까지 외면해야 하나? 

전세계 게이머들이 남과 북을 오가며 포켓몬을 잡는 상상을 해본다. 국경과 이념이 사라진 세상에서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휴전선을 넘나드는 사람들… 그들이 잡는 건 게임 캐릭터가 아니라 분단 70년 장벽이다. 

“사드도 탱크도 핵미사일도 발목지뢰도 모조리 포획하라”

(CNB=도기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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