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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튀는 경제] 경험, 손맛, 사람…‘암묵적 지식’ 생각하라

구조조정, ‘재무(財務)파’에 맡기면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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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세현기자 |  2016.08.25 11:18:23

필요한 책을 사러 서점에 들렀다가 계획에 없던 요리책을 골라들었다. 책 표지에 찍혀있는 유명 요리사의 광고문구(이렇게 하면 당신도 일류 요리사)가 맘에 들기도 했거니와, 이번 참에 직접 주방에서 요리를 해보아 집에서 잃어버린 인기도 만회해볼 심산이었다. 

주말에 요리책의 메뉴 하나를 정해 직접 만들어봤다. 쓰여진 레시피 대로 한 치의 오차 없이 따라하였음에도 가족들은 내 음식에 두 번 이상 수저를 올려놓지 않았다. 집사람은 중국집 전화번호를 찾아 핸드폰을 들었다. 부엌만 어지럽혔다는 핀잔과 함께. 요리책에 쓰인 대로 따라했는데도 왜 이런 사단이 났을까?

학계에서는 지식의 종류를 명시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으로 나눈다. 명시적 지식은 문서 등의 형태로 표시된 지식을 말한다. 헝가리 출신의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가 만든 조어인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은 언어 형식을 갖추어 표현될 수 없는, 경험과 학습에 의에 몸에 쌓인 지식을 얘기한다.

요리책에 적힌 레시피는 명시적 지식일 뿐이다. 최종 음식의 맛을 만들어주는 것은 주방에서 보낸 시간에 비례하는 암묵적 지식인 것이다. 쉽게 말하면 형태불명의 ‘손맛’이 필요한 것이다. 

암묵적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없기에 그 유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태평양전쟁 초기 공중전의 주도권은 제로센 전투기를 보유한 일본에게 있었다. 미군 조종사들에게 민첩한 제로센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 민첩함은 기체를 얇게 만들며 조종사의 안전을 포기함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총알 한 방을 맞으면 기체는 바로 추락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노조원들이 조선업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조종사의 안전을 우선시한 미국은 F6F 헬켓 전투기를 만들면서 방탄 방풍창과 두꺼운 장갑판을 사용했다. 또한 일본은 적기 수 십대를 격추시킨 조종사를 전장에 계속 남겨둔 반면 미국은 이들을 빼서 훈련교관으로 활용했다. 이들이 후방에서 신규 조종사들을 훈련시켜 전선으로 보냈다. 결국 미드웨이 해전 이후 숙련된 조종사 보유 여부가 공중전의 승패를 결정짓게 된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말은 구조조정이지만 인력감축이 핵심내용으로 거론된다. 구조조정 시에는 재무(財務)파가 득세한다. 이들에게는 사람도 우선 인건비로 보인다. 

하지만 다년간 현장을 지킨 근로자들이 현장을 떠나면 암묵지(暗默知)도 같이 날아가는 것이다. 업무매뉴얼로 남아 있는 명시적 지식은 쉽게 전수 가능하지만 암묵적 지식은 그렇지 않다. 숙련도가 무엇보다 필요한 조선업의 암묵적 지식을 쌓는데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 [정세현의 튀는 경제]는 매월 1회 연재됩니다

■ 정세현 (문제해결 전문가)
현 티볼리컴퍼니(Tivoli Company) 대표, 현 ㈜한우리열린교육 감사
전 삼일회계법인 PwC Advisory 컨설턴트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영국 Nottingham Trent University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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