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당선된 추미애 당대표 후보가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60여년 민주당사(史)에서 대구·경북(TK) 출신 여성 당수가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새천년민주당 시절인 2000년 경북 울진 출신의 김중권 대표가 있었으나,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경우여서 실질적인 선출직 당수는 아니었다.

추 신임 대표는 이날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차기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45%)와 권리당원 투표(30%), 일반 여론조사(일반당원+국민·25%)를 합산한 결과, 김상곤 이종걸 후보를 누르고 대표로 당선됐다.

4·13 총선에서 여성 최초의 지역구 5선 의원이 된 추 신임대표는 ‘대선후보를 지킬 강력한 야당’을 내걸고 전대 레이스 초반부터 대세론을 형성, 다른 후보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이변 없이 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추 신임대표는 대구 세탁소집 셋째 딸로 태어나 사법고시 통과 후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호남인 전북 정읍 출신 남편과 결혼함으로써 ‘대구의 딸이자 호남의 며느리’로 불리기도 됐다.

그리고 ‘추다르크’와 ‘삼보일배’라는 말로 대변되듯 급격한 부침이 있었던 21년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을 거치고면서 열린우리당 분당, 그리고 뒤이은 탄핵 사태로 한때 친노 진영과 대척점에 서 있던 추 신임대표가 친노·친문의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고 ‘추풍’(秋風·추미애바람)을 몰고온 것은 역설적인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우연의 일치’인지 이날은 광주에서 판사로 지내던 추 의원이 김대중(DJ)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영입 제안을 받아 입당원서를 쓴 1995년 8월27일로부터 꼭 21년 되는 날이기도 해 추 신임대표는 이날 전당대회 정견발표에서 이러한 사연을 소개하며 “오늘은 운명 같은 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37살이던 1995년 DJ의 전문가 수혈 케이스로 정계에 입문한 추 신임대표는 97년 대선 때 ‘잔다르크 유세단’을 이끌면서 높은 대중성에 더해 강한 돌파력, 추진력을 보여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그로인해 15~16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 직설적이고 매서운 의정활동을 펼치며 주목을 받았다. 당내 개혁적 소장파 그룹인 ‘푸른정치모임’의 일원으로서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과 함께 정풍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특히 2002년 대선 때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선대위 국민참여운동본부를 이끌며 ‘희망돼지 저금통’을 들고 거리로 나가 국민성금을 모아 ‘돼지아빠’로 불린 정동영 의원과 함께 ‘돼지엄마’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추 신임대표는 2003년 민주당 분당사태 당시 열린우리당 합류를 거부하고부터는 시련의 시기를 겪었으며, 특히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다가 역풍에 부딪혔고, 17대 총선에선 구 민주당 선대본부장을 맡아 ‘삼보일배’를 하는 등 고군분투했으나 대패를 면치 못했고 본인도 낙선했다. 이 와중에 이른바 '옥새 파동'으로 불리는 공천 파동이 터지기도 했다.

낙선 후 2년간의 미국 유학길에 올라 와신상담한 추 후보는 공백기를 딛고 2007년 구 민주당을 탈당,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며 정치활동을 재개했으나 컷오프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8년 18대 총선 서울 광진을에서 당선돼 복귀를 알렸고, 내친 김에 그해 7·6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했으나 정세균 당시 대표에 패해 다시 분루를 삼켜야 했다. 또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노동법 개정안 '날치기 통과' 논란에 휘말려 당원권 정지 2개월 처분을 받은 것은 정치일선 복귀 후 '아킬레스의 건'으로 남아 있다.

추 대표는 19∼20대 총선에서도 연이어 승리하며 5선 고지에 올랐다. 대선이 있던 2012년 6·9전대에서 3등으로 지도부에 입성, '이해찬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지냈고 문재인 후보 선대위의 국민통합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표 체제 하에서는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발탁된 뒤 당내 비노 진영의 공격에 맞서 문 전 대표 엄호에 나섰다.

이러한 과정에서 추 대표는 친노 진영과 '구원'을 풀며 정치적 화해를 이뤘고, 이번 전대 과정에서도 "노 전 대통령 탄핵 때 찬성표를 던진 것은 내 정치인생 가장 큰 실수"라며 가는 곳마다 공개 반성문을 썼다.

강성 이미지와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번 전대 과정에서 SNS에 엄마, 주부로서의 고된 일상을 소개하며 대중에게 다가서는 등 소통과 친화력 복원에도 적극 나섰다.

한편 각 부문별 최고위원에는 양향자(여성), 김병관(청년), 송현섭(노인)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