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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직장인 자산가’ 자금줄 된 ISA의 진짜 얼굴

서민 없는 ‘서민 재테크 통장’, 실패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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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9.21 09:27:54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한 고객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관련, 창구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3월 ‘국민 재테크 통장’으로 출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극소수 ‘직장인 자산가’의 자금줄로 전락하고 있다. 

CNB가 21일 금융위원회 자료를 토대로 세금혜택, 수익률, 가입자현황 등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지금 상태대로라면 평균 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 수준에도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비과세 혜택도 당초 정부가 내세운 장밋빛 전망과 달리 미미한 수준이며, 깡통계좌를 제외한 나머지는 고소득 자산가로 확인되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고소득 자산 ‘묻어둔 통장’ 
있으나마나한 비과세 혜택 
대부분 직장인 ‘그림의 떡’

ISA는 저금리·저성장으로 목돈 만들기가 힘든 시대에 개인의 재산형성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하나의 계좌로 예·적금은 물론 주식·펀드·ELS 등 파생상품 투자가 가능하다. 한 개의 바구니에 여러 종류의 계란을 담을 수 있다는 것. 

가장 큰 장점은 세제 혜택이다. 가입자는 소득 수준에 따라 5년 의무 가입기간을 채우면 200∼250만원의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총급여액 5000만원 이하인 경우 수익의 250만원, 5000만원 이상은 200만원까지 비과세된다. 비과세 한도를 넘는 이익에 대해서는 9.9% 세율로 분리과세한다.  

현행 이자소득세가 15.4%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혜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CNB가 모의실험 해 본 결과, 이 같은 수치는 ‘그림의 떡’이었다. 

ISA는 연간 2000만원, 5년간 총 1억원까지만 불입할 수 있다. 매년 2000만원씩 5년간 1억을 납입해 10%(연2%)의 수익을 봤다고 가정할 경우, 1000만원이 수익이다. 1000만원 중 200만원은 비과세, 나머지 800만원에 대해서만 9.9% 과세된다. 계산하면 79만2000원이 세금이다.

세제혜택이 없는 일반과세일 경우 154만원(15.4%)의 소득세를 내야한다. 따라서 74만8000원(154만원-79만2000원)이 최대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이는 5년간 돈이 묶인 결과다. ISA는 의무가입기간인 5년 내에 해지하면 정상 과세된다. 

이 계산에 연2%의 수익을 가정한 것은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25%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예금·채권상품의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조금 높은 1.5~2% 안팎에 형성돼 있다.

실제로 ISA수익률 공시사이트인 ‘ISA다모아’에 공개된 150개 상품 중 ‘저위험’ ‘안정형’에 속하는 채권형과 예·적금의 경우, 평균 수익률이 연2%에 못미치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ISA상품(일임형)의 수익률을 공시한 금융사는 KB국민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동부증권, 메리츠종금,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SK증권, HMC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키움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모두 19곳이다.  

▲지난 3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당시 은행과 증권사들의 고객유치 홍보 사진들. 화려한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부분(78.8%) 계좌는 10만원 이하의 소액으로 집계됐다. (사진=각사 제공)


주식형 상품, 비과세와 무관

물론 ISA계좌에 ‘고위험’ ‘중위험’으로 분류되는 주식형 상품을 담아 고수익을 노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현행 세법은 주식형 펀드의 매매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주식형 펀드 수익의 대부분이 매매 차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세금이 없는 셈. 따라서 5년간 자금이 묶이는 ‘주식형 ISA’를 굳이 택할 이유가 없다.   

앞뒤 상황을 종합해보면 결국 ISA계좌에 5년간 1억원(연2000만원)을 불입해 얻을 수 있는 최대 세금 이득은 74만8000원(연2%수익률)인 셈이다. 

그나마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연간 한도액 2000만원을 12개월로 나눠 불입하면 세금혜택 금액이 더 줄어든다. 1월에 입금한 금액과 12월에 입금한 금액의 이자(복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간 한도액 2000만원은 재형저축, 소득공제장기펀드와 합산한 금액이다. 재형저축(연1200만원)과 소장펀드(연600만원) 한도액을 다 채웠다면 ISA에 넣을 수 있는 돈은 1년에 200만원 뿐이다.

▲금융사 간 ISA 유치전이 치열해지면서 직원들은 실적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풍경. (사진=연합뉴스)


빚 권하는 시대…실패한 정책

서민들이 ISA를 피부로 못 느끼는 이유를 가계부채와 연계해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행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2분기 가계대출 증가액이 10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8.4%로 13년째 비교 대상 신흥국 중 1위다. 1년 새 가계부채 증가 폭도 신흥국 중 가장 컸다.

이런 효과로 저축은행 79곳의 올해 상반기 잠정 순이익은 483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74.1%나 늘었다. 신한과 삼성, 현대, KB국민, 롯데, 우리, 하나 등 7개 전업계 카드사의 상반기 카드론 수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514억원(10.64%) 늘어난 1조5745억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ISA가 ‘직장인 자산가’들의 재테크 창구로 전락하면서 갈수록 가입자가 줄고 있다. (단위:명, 자료=ISA다모아)

이런 상황에서 매년 2천만원씩 ISA에 투자할 수 있는 직장인은 극소수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국민재산늘리기 ISA 출시 6개월 성과 및 향후 계획’에 따르면 ISA 출시 6개월 동안 240만 계좌가 개설됐는데, 이 중 잔고가 1000만원 넘는 계좌는 전체의 3.8%(9만1000개)에 불과했다. 대부분(78.8%) 계좌는 10만원 이하의 소액이었다. 가입자 수도 점점 줄어 지난 7월 가입자 수는 전월과 비교해 92.4%나 감소했다. 

ISA가 ‘직장인 자산가’들의 재테크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의 은행권 관계자는 CNB에 “실적 압박에 가족 친척 지인을 총동원해 ISA에 가입시키면서 은행원이 아니라 ‘잡상인’ 같다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결국 이때 가입시킨 사람들은 그대로 (깡통계좌에) 머물고 있고, 자산가들만 몇 만원 정도의 세금 이익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ISA는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한마디로 완전 실패한 정책”이라며 “서민들이 왜 소 닭 보듯 하는 지를 지금부터라도 현장에 나가서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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