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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롯데 나비효과? 제약사 ‘3대 세습’ 정말 문제없나

전문성 부족한 2∼3세 오너들…결국 피해는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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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6.09.26 14:42:07

▲국내 제약사들 대부분은 세습 경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맨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이경하 JW중외그룹 회장,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 남태훈 국제약품 대표, 류기성 경동제약 부회장,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이사, 유원상 유유제약 부사장, 조성환 조아제약 대표이사,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 (사진=각 기업, 연합뉴스)

롯데 사태를 계기로 재벌의 세습경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제약사의 경영권이 창업주에서 2~3세 체제로 잇따라 전환되고 있어 주목된다. 업계 일각에선 이들이 창업주의 자녀, 손자라는 이유로 제약산업의 전문성과 상관없이 경영권을 대물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NB=김유림 기자)

각종 규제 피해 소리 소문 없이 경영승계
배당·주식증여·일감몰아주기…수법도 다양
보수적 경영문화 원인 “족벌 체제 쇄신해야”

한국 제약산업의 역사가 어느덧 100여년을 넘긴 가운데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19조2354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현재 600여개에 이르는 제약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제약사 대부분은 여전히 재벌 기업의 고질적인 병폐들을 유지하고 있어, 기업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경영권 대물림’이다. 제약산업 특성상 기초과학과 복잡한 화학구조부터 임상시험까지 상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만, 경영주의 자손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영권을 물려받고 있는 것.

대부분 제약사들은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창립119주년) 제약사인 동화약품은 고 윤창식-윤광렬 회장을 거쳐 오너가 3세 장남인 윤도준 회장이 2008년부터 이끌고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 8월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오너 3세 윤웅섭 사장을 단독 대표이사로 내세웠으며, 일양약품은 오너 2세 정도언 회장의 장남인 정유석 상무가 3세 경영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3세 이경하 회장이 지난해부터 경영하고 있다.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 허승범 삼일제약 사장,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부회장, 권기범 동국제약 부회장, 조성환 조아제약 사장,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남태훈 국제약품 대표, 유원상 유유제약 부사장, 우석민 명문제약 대표,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 류기성 경동제약 부회장, 유용환 이연제약 부사장, 이원범 환인제약 사장, 한상철 제일약품 부사장 등 내로라하는 제약사들의 CEO는 창업자 집안의 2~3세들이다. 

지분 증여는 ‘기본’

물론 이들 중에는 전문적인 경영수업을 받았거나, 제약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이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지분을 증여받는 식으로 경영권을 키우고 있다. 지분 증여는 아주 어릴 때부터 미리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 JW중외제약, 동아쏘시오그룹 등의 오너 일가의 미취학 아동들은 억대에 이르는 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받는 배당금 역시 웬만한 대기업의 임원급 연봉을 뛰어넘는다.

일부 제약사들은 재벌닷컴 등이 매년 집계하는 ‘미성년자 주식 증여 랭킹 순위’에서 해마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일감 몰아줘서 ‘키워주기’

일감을 몰아주는 수법으로 오너일가의 경영지배력를 키우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한국콜마홀딩스의 핵심계열사인 에치엔지는 한국콜마, 한국콜마홀딩스, 콜마비앤에이치, 케이디파마 등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 비중이 2012년 80%, 2013년 91%, 2014년 92%에 달한다. 에치엔지는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자녀 윤상현 사장 남매가 최대주주다. 윤 사장은 이번 달 한국콜마홀딩스 사장으로 취임하며 본격적인 2세 시대를 알렸다.

보령제약도 자식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며 경영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 등 오너일가는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들을 통해 김 회장의 아들 김정균 보령제약 이사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보령수앤수’를 적극 밀어주고 있다.

이처럼 상당수 제약사들은 일감몰아주기, 배당, 증여 등을 통해 경영승계에 필요한 지분과 실탄을 마련하고 있다.


▲제약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리베이트 관행이 ‘경영권 대물림’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의약품리베이트감시본부)

규제 피하려 ‘사업확장 NO’

유독 제약업계에 경영승계 사례가 많은 이유는 뭘까.

이는 사업영역을 크게 확장하지 않는 제약계의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다른 대기업들이 문어발식 확장을 벌이는 과정에서 전문경영인들이 영입되고 있는 것과 달리 제약사는 규모가 커지더라도 사업분야가 한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너일가가 지배하기가 그만큼 쉽다는 얘기다.

또 공정거래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회사규모를 키우지 않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제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공시의무 등 규제를 받는다.

이런 점 때문에 제약사들은 덩치를 키우지 않거나 키우더라도 대기업군에 속할 정도로까지는 회사를 확장하지 않고 있다. ‘문어발식 확장’보다는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곳곳이 시한폭탄?

이러다보니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경영 경험이 부족한 젊은 오너가 등장하면서 회사 기반이 흔들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 제약사는 경영권을 이어받은 오너 2세가 한미약품이 신약 개발로 ‘잭팟’을 터트린 것에 고무돼 모든 자금을 R&D에 갑자기 쏟아 붓는 바람에 회사 전체가 휘청거리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형제간 분쟁’처럼 오너일가 내에서의 갈등으로 인해 사회적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아킬레스건’이다.  

실례로 녹십자는 지난 3월 오너가 3세 허은철 사장 1인 체제 출범을 본격화했는데 허은철 사장은 허일섭 녹십자 회장의 조카다. 허일섭 회장의 장남 허진성 녹십자 경영관리실 부장도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영권을 둘러싼 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제약업계 내에서도 이런 문제들을 지적하는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업계의 악습인 리베이트가 창업주 세대부터 아들, 손자까지 벌어지는 가장 큰 원인이 경영권 대물림 때문”이라며 “제약사들은 당국에 각종 규제를 풀어야 제약산업이 발전한다고 앓는 소리를 하기 전에, 폐쇄적인 족벌경영 문화부터 스스로 쇄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김유림 기자)   

 

제약업계, 유한양행 경영모델 교훈 삼아야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제약사가 이 같은 병폐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산업계 통틀어서 가장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올해로 창립 90주년을 맞이한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1969년 주주총회에서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당시 조권순 전무에게 경영권을 넘긴 이후부터, 현재까지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CEO는 평사원 출신에서 선출되며 임기는 3년, 연임은 1회만 가능하다. 현재 유한양행을 이끌고 있는 이정희 사장 역시 오리지널 ‘유한맨’이다.  

이처럼 유한양행의 투명경영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유일한 박사의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다’라는 신념과,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시킨 조권순 사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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