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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유통공룡에게 면세점은 계륵일까 황금알일까

다시 맞붙은 대기업들…‘속 빈 강정’ 노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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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6.10.17 08:53:24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울세관은 신규 시내면세점에 대한 특허 신청을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입찰에 유통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번이 면세점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말이 돌면서 출혈경쟁이 예고됐다. 하지만 이미 면세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속 빈 강정‘이란 말도 나온다. 유통공룡들에게 면세점은 독일까 약일까.  (CNB=김유림 기자)

서울 시내면세점 높고 ‘빅5’ 격돌
롯데면세점·SK네트웍스 설욕 다짐
당장은 실익 없지만 시너지효과 커

지난 4일 관세청은 서울 4개, 부산 1개, 강원 평창 1개 등 총 6개의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을 마감했다. 관세청은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신청서 내용 검증, 현지실사 등을 통해 올해 안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은 단연 서울 시내면세점이다. 롯데면세점, SK네트웍스, HDC신라면세점,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 등은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출사표를 던졌으며, 대기업에 배정된 3장의 티켓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게 됐다.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관전포인트는 롯데와 SK의 부활 여부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은 특허권 사수에 실패하자, 가장 먼저 이번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영업종료를 했음에도 빅3 명품인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와 계약 관계를 유지하며 여전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사진은 폐점하기 전 월드타워점에서 영업 중이던 (윗쪽부터)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매장. (사진=김유림 기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폐점 전까지 하루 평균 방문객은 주중 3500~4500명, 주말 4500명 이상이며 연매출은 6000억원대로 국내 면세점 단일매장 매출 3위였다. 두산, 신세계, 한화 등 신규면세점들이 유치에 고전하고 있는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빅3 명품이 모두 입점해 있었다.

이런 경험으로 본다면 이번 입찰 참여 기업 중 단연 우위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CNB에 “폐점하기 전 월드타워점의 연매출은 면세점 단일 매장 세계 5위권이었다”며 “외부적인 환경요소를 제외하고 면세점 경쟁력으로만 심사를 받는다면 다시 문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외부적인 환경요소’는 롯데그룹 오너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미한다. 롯데그룹은 지난 6월부터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호텔롯데, 롯데물산 등 주요계열사들이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상태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 리조트 스파 조성을 비롯해 향후 5년간 워커힐면세점에 6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표=SK네트웍스)

SK네트웍스는 회사를 이끌고 있는 최신원 회장(최태원 SK 회장의 사촌형)의 강력한 워커힐면세점 재탈환 의지를 앞세워 향후 5년간 지역사회 관광인프라 확충과 면세점 시설에 총 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워커힐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2874억원으로 중소기업인 동화면세점 매출 3188억원에도 못 미쳤으며, 24년 동안 빅3 명품 중 한 곳도 입점 시키지 못했다. 서울 도심에서 대중교통으로 최소 1시간 넘게 걸린다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기존의 서울 시내면세점 9곳 가운데 8곳이 강북에 포진해 있는 상황이라 워커힐이 강북에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워커힐은 도심 속에서 벗어나 휴양과 레저를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며, 지하철역 앞에 무료 셔틀버스도 운영하고 있다”며 “빅3 명품은 없지만, 고가의 시계나 보석 부티크 전문점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면세점에 도전장을 낸 신청 기업 5곳 중 SK네트웍스를 제외한 4곳이 강남권을 후보지로 내세워 이번 입찰은 ‘강남대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부터 신세계 센트럴시티,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사진=각 기업)

현재 SK네트웍스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면세점 부지를 포화상태인 강북을 피해 강남권으로 선정해 ‘강남대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백화점은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유통 3사 중 유일하게 면세점 입성을 하지 못한 만큼, 사력을 다해 반드시 서울 시내면세점 입성을 이뤄낸다는 목표다.

신세계면세점은 고속터미널 센트럴시티, HDC신라면세점 역시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를 면세점 예정 부지로 확정했다.

하지만 면세점 사업은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는 탓에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아니라 ‘독이 든 성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특허를 획득해 문을 연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5곳 중 단 한 곳도 올 상반기에 흑자를 내지 못했다.

신세계디에프의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영업적자는 175억원으로 가장 컸으며, 뒤이어 한화갤러리아 174억원, 두타면세점 160억원, SM(하나투어)면세점 140억원, HDC신라면세점 91억원의 적자를 내며 줄줄이 쓴맛을 봤다.

▲과도한 한류스타의 광고 모델료가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의 영업 손실을 키우는데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갤러리아면세점 모델 송승헌, 신세계면세점의 지드래곤, 두타면세점의 송중기. (사진=각 기업)

콧대 높아진 명품들, 갑을 뒤바뀌어

이들이 부진의 늪에 빠진 이유 중 하나는 면세점 입점 브랜드들의 위상이 높아져 ‘갑과 을’의 관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면세점 기업이 명품 브랜드를 선별해 매출의 10%의 수수료를 받고 입점 시켰다. 하지만 이제는 수수료를 내리지 않으면 브랜드를 철수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면세점이 우후죽순 늘어나 사업자 간 브랜드 유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명품들의 콧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면세 사업자가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지급하는 모객 수수료도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5곳의 수수료는 최근 1년 사이에 매출의 10%대에서 30%대까지 치솟았다. 태국과 일본이 2~6%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에 비해 최소 5배 이상 높다.

또 과도한 마케팅 비용도 적자 행진에 한 몫하고 있다. 신규면세점들은 인지도 확보를 위해 이민호, 엑소, 슈퍼주니어, 빅뱅, 송중기 등 수많은 한류 스타를 모델로 내세우고 있는데 모델 한 명 당 10억원에서 많게는 60억원까지 지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유통업계는 왜 면세사업에 목을 매는 걸까?

유통사업은 내수소비산업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하지만 장기화된 경제 불황으로 국민들의 지갑은 닫혀 내수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유통업계는 한국을 찾는 큰 손인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내수시장의 새로운 메인 고객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나 롯데 등은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백화점에 면세점을 입점시켜 시너지 효과를 만들고 있다. 지난 5월 신세계디에프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5개층에 면세점을 입점 시킨 결과 5~8월의 중국인과 일본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9.9%, 187.7%나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시장은 나눠먹을 입이 너무 많아져,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며 “하지만 백화점·쇼핑·숙박·식음료 등 다른 계열사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유통대기업들 입장에선 그냥 간과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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