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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옷 장사 나선 유통공룡들, 불경기에 왜?

떠나는 패션기업 vs 자리 꿰차는 유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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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6.10.22 08:51:17

▲올 2분기 의류·신발 지출은 16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표=통계청)


토종 패션 대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사업 정리와 인력 구조조정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반면 유통 대기업들은 공격적인 M&A와 과감한 투자로 패션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떠나는 자와 차지하려는 자, 각자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CNB=김유림 기자)

전통적인 패션기업들 줄줄이 퇴장
유통 빅3, 쇼핑몰 앞세워 패션업 진출
세대교체 뚜렷…온라인 장악이 핵심 

장기화된 경제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은 굳게 닫혀 패션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불황에도 밥은 먹지만 옷은 그렇지 않다. 새 옷을 사 입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초라하다.   

중소 패션업체들은 이미 사업을 접은 곳들이 수두룩하며, 대기업들 역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가장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곳은 패션업계 1위 삼성물산이다. 

지난해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그 해 연말인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 이서현 사장이 원톱 자리에 올랐다. 이후 이 사장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브랜드를 과감히 철수하기 시작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4년 56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89억원으로 곤두박질했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 

그러자 21년 전통의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와 핸드백 브랜드 ‘라베노바’를 내년 2월에 철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실적 악화에 시달리던 브랜드를 철수하거나, 흡수·재편하기로 했다. (사진=방송화면캡처)


엠비오는 유니클로, 자라 등 SPA(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직접 맡아서 판매하는 의류 브랜드)의 저렴한 남성복 공세에 밀려 오랜 기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왔으며, 라베노바 역시 지난해 매출이 10억원대에 불과해 론칭 1년 만에 영업을 끝내게 됐다. 또한 남성복 브랜드 ‘로가디스’의 프리미엄 라인인 ‘로가디스 컬렉션’을 ‘갤럭시’로, 중저가 ‘로가디스 그린’을 ‘로가디스 스트리트’로 흡수해 재편하기로 결정했다. 

LG도 일찌감치 패션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계열사 LF(구 LG패션)의 올 상반기 매출은 6992억원으로 지난해 7208억원과 비교해 3% 감소했으며, 수익의 지표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 줄어 460억원까지 하락했다. 

부진을 타계하기 위해 LF는 오프라인 매장들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점도 있지만, 임대료, 인건비 등 매장 운영 비용부터 절감하기 위해서다. 

LF는 올해 초 여성브랜드 모그와 질바이질스튜어드, 남성브랜드 일꼬르소 등을 백화점 매장에서 철수시켜,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100% 외부 제품 매입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LF의 대표 편집샵인 어라운드더코너도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오프라인 점포 수가 10개를 넘었지만, 현재 3곳만 남아있는 상태다. 

SK네트웍스는 지난 4월 새로운 수장으로 오너 일가 최신원 회장이 이끌게 되면서, 패션사업 부문에 칼을 빼 들었다. 

SK네트웍스의 패션부문은 스마트 교복, 오브제, 오즈세컨 등 자체 브랜드뿐만 아니라 CK, 타미힐피거, DKNY 등 총 12개의 수입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이 모든 것을 통째로 현대백화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패션 부문이 회사 전체 매출(2015년 기준 20조3553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 밖에 되지 않는데다 시장 성장률이 연평균 3% 이하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코오롱, 이랜드, LS네트웍스 등도 비효율 사업 정리와 인력 구조조정 등을 거듭하며 몸집을 줄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2012년 인수한 패션업체 한섬과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등 유통 계열사간 협력을 통해 패션 사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한섬 홈페이지)


유통공룡들 옷 장사 성공할까

반면 이들과 달리 유통공룡들은 본격적으로 패션 사업에 뛰어들며 패션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자체 브랜드를 론칭 하거나, 기존의 패션회사를 인수해 백화점, 홈쇼핑, 마트 등 각종 유통 계열사와의 협력시스템을 통해 판매하며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SK네트웍스의 패션부문 인수를 앞두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12년 패션전문기업 한섬을 인수 후 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수 당시 한섬의 2012년 매출은 4963억원에 불과했지만, 2014년 5100억원, 2015년 6168억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7000억원을 무난히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마트 판매용 의류브랜드를 론칭하며 맞붙고 있다. 이들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옷은 품질은 낮지만 싼 맛에 산다”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며,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8월 이마트 PB의류인 ‘데이즈’ 제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착용한 후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 (사진=정용진 부회장 SNS)


이마트는 2010년 10월 SPA브랜드 ‘데이즈’를 론칭했다. 현재 데이즈는 남성복, 여성복, 유아동, 속옷, 잡화에 이르는 의류를 이마트 모든 점포에서 판매를 하고 있으며, 단독 매장은 84개 이마트 매장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데이즈의 초창기 연매출 규모는 2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500억원을 기록하며 2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올해는 데이즈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브랜드이미지, 운영 전략, 광고 마케팅 등을 대대적으로 새 단장을 하고 나섰다. 마트 판매 전용 브랜드임에도 해외 명품의류 및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고, 한류배우 윤시윤을 모델로 발탁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본인이 데이즈 옷을 입은 사진을 올릴 정도로 애정을 쏟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3월 PB의류브랜드 ‘테(TE)’를 선보였다. 현재 10여곳의 롯데마트 점포에 입점해있으며, 최소 6개월에서 1년을 앞선 사전 기획 생산 상품이 주를 이뤄 즉각적인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테’ 오픈 이후 기존에 입점 의류브랜드 대비 3~4배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올해 24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패션업계의 불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대기업도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도달했다”며 “반면 유통기업들은 의류 판매통로가 백화점에서 인터넷쇼핑몰, TV홈쇼핑, 대형마트 등 새로운 유통채널로 넘어가면서, 제조와 판매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패션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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