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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왜 등기임원의 길을 택했나

가시밭길 선택한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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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10.24 16:47:4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27일 열리는 삼성전자 임시주총에서 등기이사에 선임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갤럭시노트7의 단종 사태로 삼성 내부에 자성론이 쏟아지고 있는 시점에 사실상 책임경영을 선포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갤럭시 S8, 노트8 등 후속모델을 통해 자존심 회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넓게는 삼성그룹 혁신의 핵심인 ‘이재용식 선택과 집중’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NB=도기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1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갤럭시노트7로 구겨진 자존심
위기관리 능력 다시 시험대 위
이재용式 선택과 집중 중대기로

삼성그룹은 삼각편대로 불리는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이재용·이부진·이서현) 중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게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이 부회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등기이사가 아니다. 

등기임원은 주주총회 소집, 대표이사 선임, 사업계획 수립, 투자 등 중요 경영사안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이사회의 구성원이다.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자본충실의 책임 등 상법상 책임을 져야 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연봉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토록 하고 있어 매년 두 차례 사업보고서에 연봉도 공개된다. 

그러다보니 재벌 총수들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30대 그룹 총수 일가의 계열사 등기임원 현황(재벌닷컴 통계)을 보면, 2013년 360명에서 올해 8월 말 274명으로 23.6%(86명) 감소했다. 회사 수로는 2013년 110개에서 74개로 36개 줄었다. 

총수나 최대주주가 계열사 등기임원에 오르지 않은 그룹은 삼성,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대림, 미래에셋, 동국제강 등 8곳이다. 한화, CJ, 미래에셋, 동국제강 등 4개 그룹은 총수가 2013년 이후 종전에 맡고 있던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모두 물러났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21일 갤럭시노트7을 손에 쥔 채 서초동 삼성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 배터리가 위험하지 않다는 걸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이유에는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거나 사법처리 된 탓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2013년 이후 한층 강화된 보수공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 대기업 규제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총수일가의 권한은 막강하다. 이들은 순환출자 등 음으로양으로 엮인 지분구조를 통해 대부분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총수가 최종 결정한 굵직한 사업안들이 이사회에서 부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사진의 인사권한을 사실상 총수가 쥐고 있는 구조기 때문이다. 

이유1, ‘갤 시리즈’ 정공법 선택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굳이 등기임원의 길을 택한 점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은 갤노트7 단종 사태로 인해 정치권 일각에서 불거지고 있는 삼성 경영체제에 대한 비판을 정공법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경제민주화 이론의 원조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최근 갤노트7이 국가 경제에 끼친 영향과 관련해 재벌 중심 경영의 폐해를 강하게 지적한 바 있다. 형제간 경영권 갈등에서 비롯된 롯데 사태 또한 삼성에게 자극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주총은 이 부회장이 ‘앞으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등기이사직을 받아들임으로써 삼성에 쏟아지고 있는 따가운 시선을 직접 걷어 내겠다는 것. 

당장은 갤노트7의 후속 모델인 갤노트8, 갤S8의 출시로 구겨진 자존심 회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유독 갤럭시 시리즈에 대한 애착이 크다. 지난달 수요 사장단 회의 때는 배터리 문제로 교환 조치에 들어간 갤노트7을 손에 쥔 채 나타나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배터리가 위험하지 않다는 걸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막내딸(12)의 발레 공연을 취재하러 온 한 언론사 기자에게 갤럭시 최신폰을 즉석에서 선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그 기자는 LG전자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갤노트7을 계속 사용하겠다고 결심한 소비자들이 모인 카페의 회원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강력한 혁신안을 내놓기에 앞서 소비자들에게 법적·도덕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진=네이버 카페 ‘갤럭시노트7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임’ 캡쳐)


이유2, 삼성 팬심에 보답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애플을 이겨야 한다는 ‘혁신 조급증’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의 군대식 문화를 지적하는 외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안팎의 비판을 수용해 조직문화를 대수술할 혁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삼성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는 대다수 소비자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GSM아레나, 샘모바일 등 해외 주요 IT매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90% 이상의 소비자들이 갤노트7 사태에도 불구하고 갤럭시 시리즈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갤노트7을 계속 사용하겠다고 결심한 소비자들이 모인 카페의 회원수는 1만 명을 넘어섰다. 

따라서 이번 등기이사 선임은 강력한 혁신안을 내놓기에 앞서 본인부터 소비자들에게 법적·도덕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 계열사의 한 직원은 “고동진 사장(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이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갤노트7 발화 원인을 반드시 밝히겠다고 다짐하자 (사내 게시판에서) 응원과 격려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며 “현실적인 개발 여건을 등한시한 ‘무조건 빨리’라는 조급증이 실패를 불러온 만큼, 향후 삼성의 혁신은 느리더라도 최고가 되자는데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선임되면 삼성 구조개편의 핵심인 ‘이재용式 선택과 집중’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직원들이 ‘민방위의 날 지진대피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유3, 사업혁신 탄력

한편으로는 삼성의 사업구조 재편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미래 먹거리를 찾아 신규투자를 늘리면서 전반적으로는 몸집을 줄여나가는 이재용식 ‘선택과 집중’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3년간 이뤄진 삼성그룹의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의 경영혁신은 2013년 연말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기면서 시동을 걸었다. 2014년엔 삼성SDS, 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 삼성SDI 등 핵심계열사들이 줄줄이 합병·이전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지난해에는 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 등 4곳을 한화에 매각한 데 이어 삼성SDI의 케미컬 부문 등 3곳을 롯데에 넘기는 등 방위·화학 사업을 정리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도 성사시키며 몸집을 상당히 줄였다. 

앞으로의 큰 그림은 삼성전자 중심의 전자 계열사와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 계열사, 그룹 차원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분야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는 것이라는 데 대다수 전문가의 시각이 일치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TV와 가전 등 주력 4축을 기반으로 일부 사업은 매각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는 확장하는 작업이 계속될 전망이다. 달라지는 금융환경에 따른 금융계열사들의 재정비 필요성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중공업 분야의 재편도 과제다. 삼성생명의 중간 금융지주회사 전환, 삼성전자를 투자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시나리오 등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일도 남아있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CNB에 “이 부회장 스스로 어려운 시기에 냉정한 평가를 받겠다고 경영 일선에 나섰다는 점에서 삼성 뿐 아니라 재계의 관심이 크다”며 “이번 승부수로 위기 돌파에 성공한다면 다른 재벌그룹의 2~3세 경영에도 상당한 자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일에 가려진 일부 2~3세 오너들이 이 부회장으로 인해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란 얘기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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