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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식품업계 도 넘은 가족경영, 흙수저는 어쩌라고

“신선한 젊은피” vs “형제분쟁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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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6.12.02 10:25:00

▲아워홈, 남양유업, 동서식품, 동원그룹, 삼양홀딩스, 대상그룹, SPC그룹의 대표 제품 이미지. (사진=각 기업)


최근 몇 년 새 주요 식품 대기업의 경영 승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30~40대의 오너일가 자녀들이 초고속 승진을 통해 임원자리에 오르고 있다. 오랜 경기불황으로 침체된 식품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긍정론과 흙수저 직장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이 맞선다. (CNB=김유림 기자)

식품업계 ‘3세 경영’ 속도
침체된 분위기에 젊은 돌풍
형제간 경영분쟁 불씨 우려 

대기업들의 ‘가족경영’ 시스템은 사실 기업의 이익보다 오너 일가의 이익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 가족들이 대주주가 되어 이사회를 좌지우지하며 투자와 인사, 배당금 책정 등 기업의 핵심사안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 이사회는 오너 일가의 눈치대로 움직이는 거수기 역할로 전락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국내 재벌들은 연일 배임과 횡령, 탈세, 일감 몰아주기 등의 혐의로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 문턱을 넘나들고 있다. 그럼에도 부의 대물림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식품 대기업들 역시 경영권 세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왼쪽부터)김원 삼양홀딩스 부회장, 김정 삼양사 사장 겸 삼양홀딩스 사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김량 삼양홀딩스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올해 92주년을 맞이한 삼양그룹은 삼양홀딩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직계 가족과 삼촌, 사촌들이 가족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김상하(창업주의 5남) 삼양그룹 회장의 장남 김원(58) 삼양홀딩스 부회장, 차남인 김정(56) 삼양사 사장 겸 삼양홀딩스 사장, 고 김상홍(창업주의 3남)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윤(63) 삼양홀딩스 회장, 차남 김량(61) 삼양홀딩스 부회장 등 3세 4명이 회사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남양유업 역시 3세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고 홍두영 창업주의 장남)의 장남 진석(40)씨는 경영기획본부 상무직에, 차남 범석(37)씨는 생산전략부문장을 맡아 실무를 익히고 있다. 남양은 2003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고수하고 있지만, 결국 현재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3세들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그룹은 지난달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39) 상무와 차녀 임상민(36) 상무가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임세령 상무는 식품BU(Business Unit) 마케팅담당중역(전무)을, 임상민 상무는 식품BU 전략담당중역 겸 소재BU 전략담당중역(전무) 자리에 올랐다. 

▲(왼쪽부터)김재철 동원그룹 창업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동원참치로 잘 알려진 동원그룹은 금융부문을 김재철 창업주의 장남인 김남구(53)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그룹의 모태인 식품부문을 차남 김남정(43) 동원그룹 부회장이 물려받았다. 

또 최근 국내에 쉑쉑버거 열풍을 몰고 온 식품전문 대기업 SPC그룹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3세들이 모두 그룹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39)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차남 허희수(37)은 부사장 지난달 1일 부사장으로 발령 났다. 

커피믹스 시장의 강자 동서그룹은 창업주 김재명 회장의 장남 김상헌 고문이 (주)동서를, 차남 김석수 회장이 동서식품을 나눠 형제경영을 해왔던 것처럼,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3세들 역시 ‘사촌 경영’을 구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워홈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이같은 재벌가 30~40대 자녀들의 경영참여는 젊은 기업문화 도입과 식품업계 특성인 장인정신을 이어받는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롯데, 현대, 효성, 두산, 금호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과거 ‘형제의 난’을 벌였던 데서 보듯,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항상 잠재돼 있다. 

▲(왼쪽)구본성 아워홈 부회장과 구지은 전 아워홈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실례로 범 LG가 종합식품기업인 아워홈의 사례는 이런 우려가 기우(杞憂)에 불과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막내딸인 구지은(49) 전 아워홈 부사장(현 캘리스코 대표)은 지난해 2월 정기인사를 통해 그룹 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내부 갈등으로 퇴진했다. 

구 전 부사장이 승진할 당시, ‘장자승계’의 원칙을 엄격하게 고수하는 LG가에서 최초로 여성 후계자가 나올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특히 구 전 부사장이 1남 3녀 중 유일하게 2004년부터 경영에 참여해 온 데다, 외할아버지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친할아버지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라는 점에서 재계의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취임 5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보직해임 돼 회장실로 좌천됐고, 올 1월 경영에 복귀했지만 3개월 만에 계열사인 캘리스코로 밀려났다. 업계에서는 기존 경영진과 구 전 부사장 세력 간에 알력 다툼이 벌어졌고, 결국 구 회장이 오랫동안 회사를 함께 이끌었던 중역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아워홈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구 전 부사장은 해임 직후인 지난해 7월 자신의 SNS에 “그들의 승리. 평소에 일을 모략질 만큼 긴장하고 열심히 했다면 아워홈이 7년은 앞서 있었을 것. 또 다시 12년 퇴보”라는 글을 게재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빈 후계자 자리는 한번도 경영에 참여한 적 없던 장남 구본성씨가 지난 6월 부회장 자리에 오르며 마무리됐다. 하지만 만일 구 전 부사장이 장녀 구미현씨와 차녀 구명진씨의 지지를 받아 과반수 이상의 아워홈 지분을 확보하게 될 경우, 경영권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워홈 지분은 구본성 대표(38.56%), 구미현(19.28%), 구명진(19.6%)씨와 구지은 전 부사장(20.67%) 등 오너일가 3세들이 총 98.11%를 보유하고 있다.

아워홈 관계자는 CNB에 “구지은 전 부사장은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외식사업을 하고 있는 캘리스코로 발령난 것뿐, 경영권 분쟁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 위평량 연구위원은 CNB에 “‘경영권 대물림’과 ‘가족경영’은 식품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재벌 대기업의 전체적인 고질병”이라며 “객관적인 검증 없이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젊은 나이에 중요한 임원을 맡고 경영권을 나눠 갖는 병폐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이 될 수가 없고, 한국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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