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게 될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가 1일 수사팀장으로 검찰 내에서 대표적 특수통으로 꼽히며 2013년 국가정보원의 ‘정치·대선 개입 의혹’ 수사과정에서 직속상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이른바 ‘항명 파동’의 중심에 선 인물인 윤석열(56·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를 지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대전=연합뉴스)

박 특검은 임명된 지 하루 만에 특검을 보좌해 20명의 파견검사를 통솔하고 수사 실무를 총괄하는 중요한 보직인 수사팀장으로 윤 검사를 파견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으며, 물론 법무부와의 협의 절차가 남아있지만 전례에 비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검 요청이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검법은 소속 공무원의 파견 근무와 이와 관련된 지원을 요청받은 관계 기관은 반드시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징계 절차 개시를 요청할 수도 있어 법무부 관계자는 “특검과 협의해 윤 검사의 파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금명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순실 특검’ 논의가 본격화할 당시 윤 검사가 파견검사 자격으로 특검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며, 특히 야당에서는 윤 검사가 꼭 특검 수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됐다.

박 특검이 윤 검사를 천거한 것은 박 특검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있을 때 윤 검사는 대검 중수부 검찰연구관으로 현대차 비자금과 론스타 사건 수사 등 각종 수사에 참여해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함께 일하며 맺은 깊은 인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며, 윤 검사가 고참 차장검사급인 데다 수사 경력이 풍부해 특검과 특검보, 수사 검사와 수사관 사이에서 매끄러운 연결 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특검은 이날 기자와 만나 윤 검사에 대해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 후배로서 제가 아주 강권했다”고 밝혔으며, 당시 중수부에서 함께 일한 한 검사도 “당시 박영수 중수부장이 원리원칙을 고수하고 저돌적인 윤 검사의 수사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 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박 특검이 ‘강골 기질’이 있는 윤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지목함으로써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강조하려 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윤 검사 개인적으로도 지난 3년간 고검 검사로서 수사 일선에서 벗어났다가 수사 검사로 복귀해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특검 수사팀장 지명에 대한 감회가 새로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있던 2013년 4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으로 수사를 지휘하면서 수사 도중 용의 선상에 오른 국정원 직원에 대한 체포 절차를 상부 보고 없이 집행한 일로 조직 내부에서 마찰을 빚었다.

윤 검사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도록 지휘한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혼외자 아들 의혹으로 사퇴한 직후인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수사 강도를 낮추기 위한) 검사장의 외압이 있었고 그를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하면서 ‘항명 파동’에 휘말려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관련 수사에서 배제됐다가 이듬해 초 대구고검 검사로 발령받았고 올 초에는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수사 능력을 인정받은 대표적 특수통 검사에서 한순간 조직 내 ‘반항아’로 낙인찍힌 그로선 이번 특검 수사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욕이 강할 수 밖에 없지만 한편으로는 국정원 사건의 여파로 ‘한직’으로 물러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건을 정면으로 다루는 모양새가 돼 심적으로 다소 불편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윤 검사는 전날까지도 “나는 빼 달라”며 박 특검의 제의를 사양하다가 막판에 이를 수락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졋으며, 이에 박 특검이 이날 ‘윤 검사가 자신을 좌천시킨 현 정권에 복수 수사를 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영화에 나오는 얘기다. 복수 수사를 할 사람이면 뽑지 않았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도 뒤집어보면 이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 배경이야 어찌 됐든 윤 검사로선 박 대통령은 물론 검찰 선배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도 정조준해야 하는 등 다시 한 번 정국의 태풍이 된 의혹의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