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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신한금융 수장들 ‘릴레이 승급’의 비밀

카드사장→행장→회장→고문 ‘그들만의 리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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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2.14 08:59:14

▲신한금융의 CEO들이 사실상 내부 승진 성격의 자리 이동을 하게 돼 주목된다. (왼쪽부터)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이들은 각각 고문, 지주회장, 행장에 낙점됐다. (사진=각 사 제공, 연합뉴스)

신한금융 자회사들의 수장(首長)들이 사실상 내부 승진에 준하는 자리바꿈을 하게 돼 주목된다. 신한카드 사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신한은행장은 신한지주 회장으로, 지주 회장은 고문으로 사실상 포지션이 확정됐다. 공석이 되는 신한카드 사장 자리도 내부 인물로 채워질 것으로 알려졌다. CEO 인사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금융권에, 어찌보면 당연한 신한의 ‘순리(順理)’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내부평가만 적용, 외풍 없어
‘최순실 사태’ 이후 첫 시험대
신한사태 앙금 여전히 ‘난제’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신한의 릴레이 승급(?)은 지난달 20일 이사회 내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가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하면서 시작됐다. 조 행장은 다음달 정기주총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조 행장은 인사·기획부장과 뉴욕지점장, 글로벌사업그룹 전무, 영업추진그룹 부행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등을 역임한 순도 100% ‘신한맨’이다. 2015년부터 신한은행을 이끌고 있다. 국내 ‘리딩뱅크’ 자리를 넘보는 KB금융그룹의 끊임없는 도전에도 무난히 1위 자리를 수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9403억원으로 전년 대비 30.2%나 증가했다. 저금리 기조로 금융사들의 예대마진이 줄고 상황에서 이자수익이 전년대비 8.1% 성장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특히 만59세로 신한금융 사상 첫 50대 회장이 되는 조 행장은 격이 없는 소탈한 성격에다 마라톤 완주 경험이 10번 넘는 체력을 갖추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세대교체를 선택한 것으로 평가한다.

조 행장의 빈 자리는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채울 예정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7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위 사장을 신한은행장 후보로 단수 추천했다. 

위 사장 또한 평사원으로 입사해 신한금융 경영관리담당 상무와 부사장, 신한은행 자산관리부문그룹 부행장을 역임한 ‘신한맨’이다. 2013년부터 신한카드를 이끌며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의 영향으로 경쟁사들의 실적이 악화됐지만 신한카드는 수익이 증가했다. 자경위는 위 사장을 “경영능력과 조직관리 역량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했다. 

위 사장의 후임으로는 신한지주의 임영진 부사장과 김형진 부사장이 거론된다. 임 부사장은 기획, 홍보, 경영지원 등 지주 안방 살림을 맡고 있다. 신한은행 WM그룹 부행장 재직 당시 고 서진원 행장의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은행을 무난히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부사장은 최고경영자(CEO) 인사 때마다 우선 꼽히는 인물이다. 지주 전략기획과 글로벌전략을 총괄하는 ‘전략통’이다. 신한금융이 CEO 인사에서 중시하는 경력인 계열사 사장(신한데이타시스템 대표이사)을 역임했다는 강점이 있다. 

3월에 조 행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떠날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퇴임 후 고문 역할인 ‘상담역’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역은 경영 전반에 걸쳐 자문을 해 주는 자리다. 신한금융이 상담역을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숙인을 위한 따뜻한 보금자리’ 봉사활동에 참여한 (오른쪽부터) 조용병 신한은행장,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이들은 각각 지주회장, 고문, 행장에 낙점됐다. (사진=연합뉴스)


낙하산 옛말…뉴 인사시스템 정착

신한의 주요 CEO이 이처럼 한꺼번에 자리변동을 거치면서도 잡음이 거의 없었던 이유는 특유의 인사시스템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2011년 국내 금융지주사 중 최초로 ‘CEO승계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5개 자회사의 경영진이 수시로 열리는 이사회에서 경영성과, 자기계발, 내부평판 등을 평가받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나온 결과를 인사에 반영해 새로운 수장을 선출한다. 이 때문에 ‘현직 프리미엄’이 강할 수밖에 없고 외풍에도 비교적 흔들림 없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런 투명한 시스템이 도입된 데는 2010년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의 경영권 다툼인 ‘신한사태’가 계기가 됐다. 

다른 금융지주들도 비슷한 과정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외압 논란이 잦았던 KB금융은 지난해 7월에야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NH농협금융도 후보군 관리과정을 두고 있지만 농협중앙회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나금융은 2012년 경영평가 체계를 도입해 김정태 현 회장을 선임했지만, 최근 최순실씨 모녀의 독일 정착 지원 의혹에서 보듯 외풍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해 보인다.  

신한금융이 재일교포를 주축으로 한 순수 민간자본으로 세워졌다는 점도 외부세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이유 중 하나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1982년 신한은행을 설립한 이래 지금도 과점주주(여러 명의 주주가 각자 경영권 행사) 형태로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외국계 주주들은 투자자라는 의미를 넘어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이 매우 강하다”며 “이런 점이 독자적인 경영승계 시스템을 마련하게 된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한동우 회장도 최근 언론에 “외부인사가 CEO가 될 수도 있지만 임원 등으로 먼저 근무하면서 역량을 평가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맨앞줄 가운데)이 지난 6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신한은행 연수원에서 신입 행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조용병-위성호 ‘신한브라더’ 안착할까

하지만 신한금융이 안으로부터의 완전한 개혁을 이룰 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과거 신한 사태의 앙금이 노출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한사태는 2010년 라응찬 당시 신한지주 회장과 이백순 행장 측이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일어난 내분 사태다. 이후 2년 넘게 재판과 수사가 진행됐고 위증 논란, 고객정보 조회, 차명계좌, 부당대출 의혹 등 국내 최대 금융사의 모든 치부가 드러났다. 

이번에 신한은행장에 내정된 위 사장은 당시 라 전 회장 측에 섰다는 이유로 이번 인사 과정에서 적지 않은 견제를 받았다. 금융정의연대는 신한 사태 재판 때 위증을 했다는 혐의로 위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도 자격 문제를 제기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냈다. 자경위 내에서도 이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회장은 자경위 직후 “신한 사태 앙금이 100% 다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자가 필요한 때”라며 직접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다 보니 일각에서는 회장 내정자인 조 행장과 행장 내정자인 위 사장 간의 혹시 모를 불협화음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은행 집단에서 조 행장(1957년생)과 위 사장이(1958년생)이 한 살 차이라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CNB에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위 사장과 조 행장이 어떻게 화학적 결합을 이루느냐가 신한금융의 최대 현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신한금융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금융사의 투명성을 테스트할 첫 시험대에 올랐다. 

야권의 한 중진의원은 CNB에 “과거처럼 또다시 내분에 휩싸인다면 스스로 외풍을 불러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반대로 투명경영의 성과를 거둔다면 다른 금융사들도 외압을 차단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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