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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치킨값 파동 ‘오일천하’…비비큐는 왜 손들었나

제2의 ‘닭신정변’ 될뻔…여론 밀려 작전상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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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7.03.16 11:08:04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BBQ가 가격 인상을 추진했지만, 정부의 압력으로 사실상 철회했다. (사진=BBQ, 연합뉴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제너시스 비비큐(BBQ)가 치킨 가격을 대폭 올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된 치킨 파동이 비비큐 측의 인상안 철회로 5일 만에 막을 내렸지만, 소비자들은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치킨업계는 여전히 원자재,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인상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 가격 논란은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치킨값이 뭐길래 이토록 파장이 커진 걸까. (CNB=김유림 기자)

비비큐 5일 만에 인상계획 철회
힘든 시기에 서민 마음에 불질러
인상 초읽기…잠시 보류됐을 뿐 

이번 사태는 치킨업계 1위인 비비큐(BBQ)가 지난 10일 전국 모든 가맹점의 치킨 메뉴 가격을 오는 20일부터 일제히 인상한다고 밝히면서 비롯됐다.  

당시 비비큐는 황금올리브치킨은 마리당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2000원(12.5%) 오르고, 황금올리브속안심(1만7000→1만8000원), 자메이카통다리구이(1만7500원→1만9000원) 등은 평균 9~10%씩 올릴 생각이었다. 이리되면 4인 가족이 치킨 2마리와 맥주까지 곁들여 먹으면 5만원이 훌쩍 넘어가게 된다. 

치킨은 한 가정이 일주일에 평균 1~2회는 배달시켜 먹을 정도로 대중적인 서민음식이다.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주머니가 홀쭉해진 직장인들이 가족외식 대신 택한 ‘마지막 카드’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당시 인상 소식에 소비자들은 큰 불만을 나타냈다. 각종 포털과 SNS상에는 비비큐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넘쳤다. 

특히 비난이 컸던 이유는 인상 발표 시기 때문이었다. 비비큐가 가격인상을 발표한 시기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당일인 10일이었다는 점에서, 온 국민의 관심이 국가적 이슈에 쏠린 틈을 활용한 ‘꼼수 기습 인상’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졌다. 

또 1위 업체(비비큐)가 가격을 올리면 이를 신호로 삼아 뒤이어 올리는 업계 관행도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비비큐 뿐 아니라 교촌치킨, 네네치킨, BHC 등 다른 치킨 회사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였다. 

실제로 식품업계는 선두주자 기업을 시작으로 줄줄이 가격인상을 단행하는 관행이 있다. 지난해 롯데제과는 빠다코코낫 등 비스킷 5종, 월드콘과 설레임 등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올렸다. 뒤이어 삼양식품도 짱구와 사또밥 등을 30%, 크라운제과는 빅파이 등을 최대 20%, 농심은 새우깡 등 스낵류 15종을 평균 7.9% 인상한 바 있다. 

▲BBQ가 치킨 가격 인상을 발표한 후, 농림축산식품부는 “가격 인상할 이유가 없다”며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농식품부·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식품당국, 유독 치킨에 민감했던 이유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이번 비비큐의 가격인상에 강력 대응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치킨 가격을 올릴 이유가 없는데도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가격을 올릴 경우 부당이득을 취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 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결국 비비큐는 인상발표 5일 만인 15일, 막판까지 고심하다가 인상 계획을 보류했다. 곽성권 비비큐 상무는 이날 SBS 8시뉴스에서 “정부의 소비자 물가 정책에 적극 협조해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식품업계의 기습 인상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국이 혼란해진 틈을 타 지난해 늦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오비맥주, 농심, 파리바게뜨(SPC그룹) 등 내로라하는 식품업계 1위 기업들이 줄줄이 맥주, 라면, 빵값을 평균 5~6%가량 올렸지만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  

그랬던 정부가 유독 치킨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 데는 소비자들의 반발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몇 년 전 ‘통큰치킨’ 사태를 거치면서 ‘치킨값의 비밀’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치킨업계는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닭값(원재료) 인상 및 인건비와 임대로, 배달앱수수료 인상 등을 인상의 이유로 들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 2010년 ‘닭신정변’이라고까지 불리웠던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사건은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프랜차이즈 치킨이 1만5000원 선에서 형성돼있었을 당시, 롯데마트는 5000원짜리 ‘통큰치킨’을 출시했다. 소비자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환영했고, 3배 가량 비싼 프랜차이즈 치킨값에 거품이 있다며 비난 여론이 거셌다. 또 “2주에 한 번 치킨을 사먹는데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논란은 더 가중됐다.

▲지난 2010년 5월 출시됐다가 1주일만에 사라진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사진=롯데마트)


소비자들, 통큰치킨 데쟈뷰

반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원가와 마진을 공개하며 정면대응에 나섰다. 프랜차이즈협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프랜차이즈 본사가 닭 가공업체로부터 납품 받는 절단닭의 생산원가는 3910원(1년 평균가격)이고, 본사가 이 닭을 가맹점에 공급하는 판매가격은 평균 5200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가맹점은 튀김기름·튀김가루·음료·포장박스 등 부재료를 포함해 본사로부터 평균 7000~7900원 선에서 공급받은 재료를 바탕으로 전기·수도료, 인건비 등을 들여 완제품을 만들고 배달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합치면 제조원가는 1만1000~1만2000원 선이며, 이것을 소비자들에게 1만5000원 정도에 판매, 가맹점주들의 마진은 치킨 한 마리당 3000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협회의 발표 내용을 두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더 악화됐다.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원가를 공개했고, 중간에서 본사가 얼마나 많은 폭리를 취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프랜차이즈 치킨의 유통경로는 ‘생닭(농가)→닭고기 가공업체(하림·마니커 등)→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비비큐·BHC 등)→체인가맹점→소비자 가격 1만5000원’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협회는 생닭 이외에 튀김기름과 가루, 각종 소스, 포장재, 치킨무 등 본사가 체인점에 납품하는 모든 부재료에 대한 원가와 중간마진, 로열티를 쏙 빼놓고 발표한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통큰치킨 사태 덕분에 프랜차이즈 치킨 기업이 가맹점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지 알게 됐다. 이번에 비비큐가 인상계획을 철회하게 된 것도 결국 이런 앞의 사태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이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며 “치킨값 중 상당부분을 치킨프랜차이즈 본사가 가져가는 구조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정확한 이유를 제시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0대 주부 오모 씨는 CNB에 “치킨이 가장 친숙한 서민음식인데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 갑자기 (가격인상안을)발표하면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어려운 서민들 입장을 생각해 인상은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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