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7.03.19 13:01:50
이들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가 이뤄진다면 4월 3일까지 약 2주간, 과반득표자가 없어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면 4월 8일까지 약 3주간 혈전이 계속될 전망이며, 특히 야권 민심의 풍향계이자 첫 순회경선지인 호남에서 누가 기선을 제압하느냐가 전체 경선판도를 좌우할 수밖에 없어, 주자들은 이번 주 앞 다퉈 호남으로 달려가는 등 모든 역량을 호남에 ‘올인’하며 텃밭민심에 구애작전을 벌이고 있다.
호남 경선은 25~26일 ARS 투표, 27일 순회투표가 이뤄지며, 권역별 순회투표를 한 뒤에는 그 자리에서 곧장 개표가 이뤄지는 만큼 주자들은 호남에서 첫 중간성적표를 받아드는 셈이므로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의 압승한 뒤 여세를 몰아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를 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반면, 안 지사나 이 시장 그리고 최 시장 등 역시 호남에서 선전해 ‘바람’을 일으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순회경선 전 마지막으로 부산·경남 지역을 방문한 뒤 20일에는 곧바로 광주로 넘어가 SNS를 통해 출마선언 동영상도 공개하면서 경선캠프가 마련한 호남 지역공약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광주 일정을 소화하며 공식 출마를 알리는 셈이 된다.
문 전 대표는 21일엔 서울에서 방송토론이 예정돼 있어 상경하지만, 23일 다시 전주를 찾아 광주 순회경선이 열리는 27일까지 4박5일간 호남에 머물면서 맞춤형 공약 등을 내세워 호남이 열망하는 정권교체에 가장 ‘준비된 후보’임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도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토크콘서트를 열고 청년창업자를 만나는 등 텃밭민심을 공략한 뒤 22일부터 2박 3일의 일정으로 전북과 광주·전남을 훑으며 그야말로 호남에 총력전을 기울인다.
이에 안 지사 측 한 핵심관계자는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그럴듯한 지역 공약을 제시한다고 해서 호남의 수준 높은 민도가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며 “호남은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누가 더 좋은 나라를 만들지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야권 주자들 중 가장 먼저 호남으로 내려가 광주를 아예 본부로 삼고, TV토론 등이 있을 때에는 수도권으로 출퇴근을 하는 등 27일까지 일주일간 머물면서 텃밭민심에 모든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 시장은 탄핵 정국에서 ‘촛불민심’과 가장 가까이 활동했다는 점을 앞세워 선명한 진보노선 후보로서의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호남 경선을 앞두고 문 전 대표는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비문 연대’ 등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를 이뤄내, 결선투표 없이 당 후보로 확정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반면 안 지사나 이 시장으로서는 어떻게든 문 전 대표의 과반을 저지해 결선투표까지 끌고 가 ‘문 대 비문’ 구도가 이뤄지면 역전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문 전 대표의 과반 저지하는 것이 지상과제다.
이처럼 주자들의 생각이 갈리는 가운데, 문 전 대표의 경우 호남에서 어느 정도 격차를 유지하며 1위를 기록한다면 지금까지 이어왔던 ‘대세론’이 더욱 강화되면서 과반득표의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안 지사가 호남에서 승리하거나 문 전 대표와 호각을 이룰 수 있다면, 바로 다음 경선지가 ‘안방’인 충청인 만큼 역전의 기대감을 키울 수 있으며, 특히 ‘노무현의 장자’를 자처하는 만큼 노 전 대통령이 경선 승리로 바람을 일으킨 호남에서 ‘어게인 2002’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효과도 있다.
이 시장 역시 호남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촛불민심’에 이어 ‘광주정신’의 계승자를 자처하면서 이후 경선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면서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선투표여부 역시 호남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주에는 대선주자들도 호남에 '올인'할 것으로 보여 한 주 동안은 사실상 '부부동반 호남 상주' 모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의 부인인 김정숙 씨는 6개월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1박 2일 일정으로 호남 지역을 찾아 목욕탕 등 지역 주민들이 많은 곳을 돌며 ‘참여정부 호남 홀대론’ 등에서 비롯된 이곳의 ‘반문’ 정서를 해소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최근에는 항일운동 발원지로 알려진 전남 완도군 소안도에 가서 독립운동가 김남두 선생의 셋째 며느리인 김양강 할머니를 만나는 등 호남의 각계 인사를 만나 문 전 대표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안 지사 측 관계자는 “궂은일을 마다치 않고 안 지사보다 더 스스럼없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성격 덕분에 지역 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다”며 “남편의 정치 행보를 지지해 온 부인의 진정성이 신뢰감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씨는 호남 시민단체나 소외계층을 만나는 것은 물론 1월 말에는 한겨울 강추위 속에서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 피케팅에 동참하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에 이 시장 측 관계자는 “이 시장과 마찬가지로 부인인 김씨도 ‘사이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김씨의 노력에 호남 분들이 많이 격려해주셔서 우리가 더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