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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코스피는 왜 진보정권 시절에만 오를까

‘재벌개혁’의 역설? 증시 오르는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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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5.26 11:23:12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보좌진들에게 직접 일자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사진=연합뉴스)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진보정권 시절에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통상 보수정권은 법인세 인하 등 재벌친화 정책을, 진보정권은 증세·규제 등 재벌개혁 정책을 폈다는 점에서 얼핏 보면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이유가 뭘까. (CNB=도기천 기자)

‘재벌저격수 김상조’ 공정위원장 배치
재계 잔뜩 움츠렸지만 주가는 ‘훨훨’
文정부 핵심은 ‘소통’…시장반응 좋아 

코스피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던 지난해 12월 8일 2000선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상승해 현재 2342포인트(25일 종가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불과 6개월도 되지 않는 기간에 17% 넘게 상승한 것. 특히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로 확정된 지난달부터  한달 새 100포인트 넘게 뛰었다.      

시총 1위 삼성전자를 비롯, 대부분의 대형주들이 크게 상승했다. 올들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 등 IT대형주들이 20% 넘게 급등했으며, 건설 유통 금융 등 대부분 기업이 고른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중국의 사드 제재 완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롯데쇼핑, 신세계,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호텔신라 등 사드 관련주가 큰 폭으로 올랐다. 일부 증권사들은 올해 안에 주가가 3000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런 흐름은 재벌개혁 분위기로 잔뜩 움츠린 재계 모습과 대비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삼성·현대차·LG·SK그룹을 콕 집어 최상위 4대 재벌부터 손을 보겠다고 밝혔음에도 이 회사 계열사 주식 대부분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점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가 ‘정경유착’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현재의 재벌을 적폐·구태세력으로 규정해 개혁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대선 당시부터 강력한 재벌개혁을 예고했으며, 최근에는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회장에 내정했다. 김 교수는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를 이끌며 소액주주 운동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는 총수 일가의 전횡을 감시하기 위해 계열사 간 자본 출자가 적정범위를 넘지 않는지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통합금융감독시스템의 도입을 비롯, 전자투표제(주주가 컴퓨터·스마트폰을 통해 의결권 행사) 의무화, 계열공익법인·자사주·우회출자를 통한 편법증여 근절 등을 약속한 상태다. 

또 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주총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주주에게 이사 수만큼 의결권 개수를 부여하는 집중투표제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재벌의 금융자본 소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은행·보험·증권·제2금융을 대주주의 지배로부터 독립시키겠다는 취지의 은산분리(금산분리) 강화 원칙을 천명했다. 은산분리는 비금융회사(산업자본)가 금융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의결권은 4%이내)할 수 없다는 이른바 ‘10% 룰’을 이른다. 은산분리가 강화되면 대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등 4차산업혁명(핀테크)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새정부 들어 코스피의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재벌개혁, 오히려 대기업에 긍정적”

따라서 재벌들에겐 ‘문재인’ 그 자체가 악재다. 주가는 하락하는 게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주가가 반대로 움직인 이유는 뭘까? 이는 진보정권이 보수정권보다 시장 친화적이었다는 과거의 학습효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한 2003년~2008년 초까지 코스피는 무려 197%나 상승했다. 중국의 고도성장과 함께 당시 정부의 개방적인 정책이 위력을 발휘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코스피 수익률이 18%에 그쳤으며, 박근혜 대통령 집권기간 중 상승폭은 3%에 불과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0년대에 코스피가 7배 가량 급등한 적이 있지만 이는 정부의 의도적인 부양에 의한 것이라 의미를 두긴 힘들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들어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이유를 우선 재벌개혁 대한 기대감에서 찾고 있다. 

<한국재벌사>의 저자 이한구 교수는 CNB에 “편법증여, 일감몰아주기, 문어발식 확장 등 재벌의 고질적인 병폐가 일정부분 해소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재벌정책이 일시적으로 악재가 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대기업이 건강해지게 된다는 것. 주식시장 특성상 이런 기대가 선반영 됐다는 해석이다. 

여기다 외부환경도 우호적이다. 글로벌 경기가 점차 회복세에 접어들고 반도체 시장이 슈퍼 호황을 누리면서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실적이 크게 나아지고 있다. 북핵문제, 중국의 사드보복 등 지정학적 악재의 해소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들이 ‘바이 코리아’에 나서면서 4월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잔고는 전체 시가총액의 32.7%(5445조6850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달에만 외국인들은 1조3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LG전자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시장을 통제하려는 성격이 강했다는 평이다.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지난 23일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기저효과 덕분?

한편으로는 이번 활황을 ‘기저효과’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주도한 각종 경제정책이 실패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를 만들었는데, 이에 따른 기저효과 덕을 지금 정부가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사드 배치 결정, 최순실 게이트, 대통령 탄핵 사태 등 박 전 대통령과 연관된 이슈들이 터질 때마다 주가가 크게 출렁거렸다. 

작년 초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자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카드로 맞섰다. 남북 간 충돌 우려가 고조되면서 코스피지수는 1800선으로 후퇴했다. 

여름에는 사드 한파가 증권가를 덮쳤다. 지난해 7월 정부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국내 증시를 견인해온 중국 소비 관련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시장을 확장해 가던 화장품·유통·관광 관련주가 평균 30%이상 추락했고, YG엔터테인먼트, 에스엠 등 엔터주도 줄줄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정부는 주식시장 30분 연장, 환율 방어 등을 통해 증시 부양에 나섰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2016년 수출입 특징’ 자료에 따르면, 작년 수출액은 사드 여파로 전년보다 6%가량 감소했다. 사드가 우리 증시의 발목을 잡는 최대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도 불확실성을 키우며 우리 증시를 나락으로 몰고 갔다. 사건이 터지기 직전인 작년 10월 말 2040선이었던 코스피는 이후 1960선까지 추락했다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겨우 안정을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자본시장과 소통하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참모진과 토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새정부 출범은 이런 불확실성들을 일거에 해소하는 효과를 낳았다. 특별한 호재가 있어서가 아니라 위험요소가 줄어들면서 시장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분석이다. 이는 시장과의 ‘불통’이 경제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쳤는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CNB에 “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은 시장을 틀어쥐고 통제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정부주도의 창조경제, 재벌의 약점을 잡아 만든 미르·K스포츠재단, 기업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드 배치 등이 대표적인 예”라며 “반면 문 대통령의 기본적인 생각은 자본시장과 소통하겠다는 것으로, 재벌개혁 또한 일자리 창출과 내수 진작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 점이 주가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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