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은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된 직후 마무리 발언은 통해 “시간이 오래 지연됐지만 여야가 의논해 오늘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불행 중 다행스럽지만 그 과정에서 승자는 없었다. 여당도 야당도 패자라고 본다”며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국회가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렸다.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장의 이 같은 지적은 추경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길어지면서 본회의 표결이 정족수 부족으로 지연되는 등 진통을 겪은 상황에서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은 야당 의원은 물론, 다른 일정 등으로 불참한 일부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국회 처리가 늦어진 것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어 정 의장은 “국정이 여러 가지로 어렵고 민생이 어려운데도 국회에서는 정쟁이 난무했다”며 “국민의 눈높이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를 운영한다면 국회의 존립 의의가 지속해서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정 의장은 “저부터도 항상 협치를 실천하고 국민을 제대로 섬겨야 한다고 노력해왔지만, 부족한 점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다시 한 번 반성한다”며 “여야 의원 모두가 왜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지, 우리 책무가 뭔지를 신중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은 “우리는 정당 당원이기 이전에 국회의원이고,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면서 정파적 이해관계에 너무 치우친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자리에 계신 의원들은 이 말씀을 안 들으셔도 될 분들이라 생각하지만 반성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1야당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정당의 깊숙한 물밑 협상 과정에 고스란히 배제됐다가 부랴부랴 본회의 참여로 회군할 때까지의 상황은 ‘종속 변수’로 전락하며 ‘신사협정’을 어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도록 스스로를 옭아맨 측면도 크다.
따라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기존 양당제 구도가 붕괴된 데다 보수정당마저 분열해 초유의 교섭단체 4당 시대를 맞아 여야의 이합집산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등 국회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는데, 한국당 지도부는 막판 야3당 연대의 구심을 확보하지 못한 채 여당에 끌려 다니며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