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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LH·부영·호반건설…누더기 된 문재인표 ‘분양전환 아파트’

신의 꼼수? 끝없는 논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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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8.02.20 09:16:52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 카페 회원들은 작년 연말부터 분양전환 가격 개선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 다음 카페)

일정기간 월세를 내고 거주한 뒤 분양받는 ‘임대 후 분양전환제도’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면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인 ‘주거복지로드맵’이 초장부터 삐걱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는 민간건설사들의 ‘꼼수 임대’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다, 고분양가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첫단추가 잘못 끼워진 걸까? CNB가 누더기가 된 이 제도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분양전환가 제각각…통합기준 마련 시급 
공급확대 묻혀 대통령 공약 공염불 될판
‘임대 후 분양’도 분양가상한제 적용해야

‘임대 후 분양전환 아파트’는 크게 공공과 민간부문으로 분류된다. 공공부문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관하고 있는 5년공공임대와 10년공공임대, 신혼희망타운 등 3개 유형이 있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5년공공임대는 5년간 월임대료를 내고 거주한 뒤, 건설원가와 감정가액의 평균치로 산정한 금액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 통상 주변시세의 70% 선에서 분양이 이뤄지고 있다.  

10년 임대거주 뒤 분양받는 10년공공임대는 ‘분양전환가격이 감정평가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만 규정돼 있어 LH가 거의 시세대로 분양금액을 책정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신혼희망타운은 시세의 80% 수준에서 분양가가 정해질 예정이다. 입주자가 분양형과 임대형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 중 분양형 주택은 총 가격의 30%를 초기 부담하고 1%대 저리 모기지 대출과 연계해 20~30년간 원리금을 갚아나가는 구조다. 

민간부문에서는 부영건설, 호반건설 등이 분양전환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따라 임대의무기간(4년 또는 8년)이 지난 후 분양으로 전환되는데, 건설원가와 감정가를 산술평균한 값으로 분양가를 정한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연일 ‘임대 후 분양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3배 오른 가격에 분양 받으라니…

우선 불거진 문제는 형평성 시비다. 5년공공임대와 신혼희망타운은 상당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지만, 10년공공임대는 시세 수준의 분양가를 부담해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10년공공임대 분양방식 개선’을 공약했고 이후 정부는 이를 국정과제에 올렸다. 하지만 LH의 반대와 국토교통부의 의지 부족으로 최근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주거복지로드맵에 ‘분양전환 시 임차인과 협의절차를 의무화 한다’는 내용이 공표된 게 전부였다. 

더구나 LH공사는 아전인수 격으로 입주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분양가격은 감정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는 법 규정을 이용해 입주자와의 계약서에 ‘감정금액으로 분양가를 산정한다’고 못박았다.  

이로 인해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LH는 계약서에 따라 ‘감정금액=분양가’를 주장하지만, 세입자는 법규정을 근거로 ‘감정금액 이하 분양가’를 요구하고 있다.   

당장 문제가 불거진 곳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 지구다. 10년전 입주가 시작돼 수천세대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분양전환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아파트 시세가 3배 가까이 상승해 이를 감당할 수 없는 가구는 거리에 나앉을 판이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연일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작년 연말 진행된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는 2만879명이 참여했다.  
 
소나기 피하려 ‘임대전환’ 꼼수

민간부문에서는 분양금액을 책정할 때 기준이 되는 건설원가의 산정방식을 놓고 건설사와 입주자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2011년 LH공사와 분양자 간 소송에서 건설원가는 표준건축비가 아닌 ‘택지비+실제 건설비’라고 판시했는데, 이로인해 기존에 표준건축비를 건설원가로 책정해온 부영건설 등 임대사업자들을 상대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임대 후 분양전환’ 방식을 이용하는 사례까지 등장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10년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어 세입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에 명시된 관련 부분(빨간색 테두리).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 안정화의 일환으로, 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사의 적정 이윤을 보탠 가격을 산정해 그 금액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그런데 ‘임대 후 분양전환 아파트’는 이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일반분양택지 용도로 땅을 불하받은 뒤, 임대 후 분양전환으로 사업방식을 변경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달 초 호반건설 자회사인 호반건설산업이 경기도 하남의 위례 신도시에 임대분양한 ‘위례 호반가든하임’이다. 호반은 2016년 LH로부터 3.3㎡당 740만원에 이 아파트 부지(일반분양택지)를 불하받았다. 하지만 호반은 작년 말 관할 지자체인 하남시에 ‘4년 임대 후 분양’으로 사업전환 신청해 허가 받았다.

호반가든하임은 전용면적 101~149㎡로 구성된 699가구의 대단지인데다 위례신도시에서 2년여 만에 공급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청약 로또’를 기대했던 실수요자들은 임대로 전환되자 “건설사에 대한 부당한 특혜”라며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등에 연일 민원을 넣고 있다.  

이 단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더라면 3.3㎡당 2000만~2400만원 가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주변시세는 3.3㎡당 3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따라서 호반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함으로써 최소 2000억원(단지 전체 기준) 이상을 더 남길 수 있게 됐다. 

비슷한 사례로 제일건설도 지난해 말 성남고등지구 ‘제일풍경채’ 543가구를 임대 후 분양 방식으로 바꿔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런 방식이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CNB에 “결국 집값 상승분은 입주자의 몫이 되는 반면 건설사는 그만큼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구로구의 한 공공주택을 방문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업수익 vs 주거안정 ‘양날의 칼’

이처럼 분양전환 제도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이유는 뭘까. 이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계속돼온 주택 공급 확대정책이 배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4년 처음으로 국민임대주택건설등에관한특별조치법을 제정, 공공주택 확산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 때 뉴스테이(기업형임대주택)와 행복주택 등으로 확산돼 갔다.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서는 정점을 찍었다. 국토부는 연평균 20만호씩 총100만호를 5년간 공급할 계획이다. 

문제는 민간건설사의 참여 여부다. LH가 소화할 수 있는 공급물량이 채 절반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유인책이 쏟아지고 있다. 

일례로 정부가 기존 뉴스테이를 폐지하고 도입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공공택지를 민간기업에 싸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금호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는 8년 의무임대기간 이후 분양전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아직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가 대형건설사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뉴스테이가 민간 수익 제한으로 실패한 전례 때문에, 정부가 분양가 기준 마련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LH가 천문학적인 적자 공기업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LH는 부채 비율이 342%(133조)에 이르는데 2022년까지 부채비율을 250% 아래로 감축하겠다는 목표 하에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렇다보니 10년공공임대의 분양가 인하가 대통령 공약사항임에도 개선이 쉽지 않다.    

▲작년 11월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분양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분양가 상한제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를 ‘임대 후 분양주택’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원가와 건설사의 적정수익, 임대기간 등을 감안해 훗날 분양전환 될 때의 분양가격을 미리 정해 두자는 주장이다. 국회에서는 정동영 의원(민주평화당) 등이 이와 관련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분양 시점의 적정분양가를 미리 정해두면 집값 상승을 염려할 필요가 없게 돼 입주자들의 주거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시세 차익을 노리고 집을 처분할 경우에 대비해 몇 년간 매매를 금지하는 식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거권실현을위한대구연합 관계자는 CNB에 “분양전환제도는 법조항 한 줄에 따라 수천~수억원씩 분양가 차이가 날 수 있는 만큼 여러 유형의 임대주택을 정부가 통합 관리해야함은 물론 이에 따른 매우 세밀한 규정이 필요하다”며 “공공주택 100만호 건설이라는 눈앞의 목표보다 형평을 맞추고 주거안정을 이루는 일이 더 우선이 돼야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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