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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IPO 분석(下)] 롯데정보통신·현대유엔아이·현대오일뱅크·…재벌家 기업들의 상장 도전기

저마다의 ‘속내’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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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8.07.17 09:34:32

▲미중 무역전쟁으로 증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중에도 현대중공업, 롯데그룹, 현대그룹 등이 계열사 상장을 서두르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왼쪽),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증권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무역전쟁 여파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속속 상장계획을 보류하거나 철회하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도 일부 기업들은 상장이 절실한 과제다. 이에 CNB는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을 2회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상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일부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뉴롯데 출범후 첫상장, 다음 주자들에 영향
현대그룹, 핵심계열사 내세워 제2도약 발판
수혈 절실한 현대重, 오일뱅크 상장에 사활  
시장상황 어려워 공모가 뜻대로 될지 ‘의문’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기준금리 인상, 원·달러환율 급등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자금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6월 말까지 3조8000억원으로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연속 매도세다. 지난달에만 총1조5872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먼저 당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지난 6일부터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조만간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추가로 관세를 발효할 태세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수입자동차를 대상으로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일부 외신은 수입승용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의 10배인 25%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미국 관세당국이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현대차동차를 비롯, 최근 자동차 전장사업에 뛰어든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 증시가 맥없이 주저앉고 있다. 올해 초 2500을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는 현재 10% 가까이 추락해 2250선을 힘겹게 방어하고 있다.  

이는 신규상장(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장신청 건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으며, 상장심사를 통과한 곳도 작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애경산업 뿐이다. 상반기 IPO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혔던 SK루브리컨츠는 최근 스스로 상장 추진을 철회했다. 

▲롯데정보통신은 롯데그룹의 지주사 출범 후 첫 상장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을 지닌다. 롯데정보통신 사옥. (사진=CNB포토뱅크)


증시 내리막길인데 “왜”

이런 와중에도 일부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 등과 맞물려 알짜 계열사들을 상장 반열에 올려놔 주목된다. 현대중공업과 롯데그룹, 현대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그룹의 롯데정보통신이다. 롯데는 작년 10월 유통·식품 부문 42개 계열사를 편입한 롯데지주를 창립해 ‘뉴롯데’를 출범시켰다. 이후 롯데지주에 주요 계열사들을 합병하는 형태로 한때 74만8000여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했다. 

올해 초 단행된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이라 할 수 있는 신규 임원을 100명 넘게 발탁하고, 50대 CEO를 주요 계열사에 전진 배치하는 등 인적쇄신도 이뤄냈다. 

하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에 연루돼 지난 2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되면서 ‘뉴롯데 플랜’이 차질을 빚어 왔다.

이런 차에 지난달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이 재신임을 받음으로써 다시 개혁에 속도가 붙고 있다.   

롯데는 ‘오너일가-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호텔롯데-한국롯데지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한일 롯데의 연결고리가 일본롯데홀딩스라는 점에서 지난달 주총은 롯데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일본 주주들이 경영비리 문제에 우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신 회장이 재신임을 받은 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런 분위기는 롯데지주 출범후 첫 IPO 케이스인 롯데정보통신의 코스피 상장에 힘을 싣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데 이어 지난 16일 공모가를 확정, 이달 말 상장을 앞두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과거 전체 매출액의 90% 이상을 롯데그룹 계열사에 의존할 정도로 내부거래가 심했다. 이러다가 올해 초 롯데지주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롯데그룹은 상장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정보통신은 롯데의 그늘을 벗어나 ‘새 손님’을 유치하고, 사업 분야를 넓혀나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 회사의 상장은 롯데지주 출범 후 자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첫 번째 상장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무게를 지닌다. ‘내부거래 회사’라는 꼬리표를 떼 내고 홀로서기에 성공해 주식가치가 올라가면 대기 중인 다음 계열사들의 상장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다른 계열사의 상장계획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상장이 유력한 계열사는 호텔롯데, 코리아세븐, 롯데지알에스(롯데리아), 롯데로지스틱스 등이 꼽힌다. 특히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회사 격이자 한일 롯데의 연결고리인 호텔롯데의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완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롯데홀딩스가 99%의 지분을 가진 호텔롯데를 상장하면 국내 일반주주의 지분율이 40%대로 높아지게 돼 롯데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일본 기업’ 논란도 불식시킬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재무구조를 안정시키기 위해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이 절실하다. 현대오일뱅크가 주유소 현장에서 즉시 품질을 검사할 수 있는 이동식테스트 ‘모바일랩’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유류시장 어려워도 ‘가즈아~’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지주)의 현대오일뱅크도 하반기 IPO시장에서 주목받는 ‘대어’다.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10월 상장을 목표로 최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이 깊어지면서 수주 급감으로 위기에 처한 상태다. 지난해 군산조선소 의 가동을 중단했음에도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 12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핵심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을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 실적의 70% 이상이 현대오일뱅크와 연동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장 성공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 그룹 전체의 재무안정성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상장 예정 주식수와 장외시장 호가를 감안하면 기업가치가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유상증자와 IPO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현대중공업의 실적 저하로 인한 리스크가 상당부분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세로 인한 수익 감소와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현대중공업그룹으로서는 위기돌파를 위해 상장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유엔아이의 상장을 통해 제2도약에 나설 계획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최근모습. (사진=연합뉴스)

현대유엔아이, 단숨에 경협주 반열에?

현대그룹의 현대유엔아이는 남북 해빙의 여파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 회사의 상장을 통해 줄어든 몸집을 다시 키우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현대그룹은 과거 현대아산을 설립해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확대해왔다. 2000년 북한 노동당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 체결 등을 통해 북한 내 각종 개발사업에 참여해 왔다. 현대아산이 대북사업에 투자한 자금은 2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대북교류가 중단되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현대증권, 현대상선 등 주요계열사들이 채권단 손에 넘어가 매각되면서 자산규모가 크게 줄어 지금은 중견기업 처지로 전락했다.  

그런데 최근 남북교류가 재개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현대아산이 북한 7대 SOC사업 개발 독점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현대그룹의 유일한 상장사(현대아산은 비상장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으며,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로템 등 범(凡)현대가 기업들의 주가 또한 큰 폭으로 오른 상태다.

이런 가운데 현대유엔아이가 상장에 성공하게 되면, 유상증자 등을 유입된 자금이 남북경협의 실탄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으며, 기업가치 또한 크게 오를 전망이다. 현대유엔아이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43.5%), 현대엘리베이터(30.5%), 현대상선(19.0%), 특수관계인(5.9%) 등 사실상 현대그룹이 100%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이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미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한다는 가정에서다.  

성패 핵심은 ‘공모가격’

이밖에 CJ그룹은 ​CJ CGV 베트남 법인의 상장에 나서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CJ는 최근 베트남 법인인 CJ CGV 베트남홀딩스의 국내증시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베트남홀딩스는 베트남 현지에서 극장운영 및 영화배급을 목적으로 지난 2004년 설립됐다. CGV의 해외 법인 가운데 손에 꼽히는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에 “미중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주식시장이 침체된 가운데에도, 일부 기업들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과 재무제표 수정 등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며 “다만 올해 ‘대어’로 꼽히던 SK루브리컨츠가 공모가를 비싸게 산정하는 바람에 상장에 실패한 사례가 있는 만큼, 공모가를 어떻게 책정하느냐가 흥행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악재로 전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내려간 만큼 예전에 비해 낮은 공모가를 책정해야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출발선에 서야하는 셈이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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