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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정유사 빅4, 원유가 고공 행진에 속으로 웃는 ‘3가지 이유’

정제마진, 재고이익, 석유화학…트리플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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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강훈기자 |  2018.09.22 07:10:48

▲국제유가 상승으로 기름값이 오르며 서민들은 울상이지만 실적개선이 예상되는 정유업계는 웃고 있다.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정유사 ‘빅4’가 속으로 웃고 있다. 기름값 상승은 원유 수입가격 증가로 이어져 정유사의 비용이 증가하게 되는데도 정유업계는 밝은 표정이다. 이유가 뭘까. (CNB=손강훈 기자)

연일 오르는 국제유가
‘물가상승’ 서민들 울고
‘실적개선’ 정유사 웃고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두바이유, 브렌트유 모두 1배럴당 70달러 선을 유지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경우는 76.44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연일 오름세다. 지난 6월 넷째주부터 11주 연속 상승세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은 지난 16일 9월 둘째주 휘발유 평균 가격은 1리터당 1630.3원, 경유는 1431.6원이라고 밝혔다.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163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4년 12월 셋째주(1655.97원) 이후 처음이다. 지난 21일 기준 휘발유 값은 리터당 1644.62원으로 전날보다 0.62원 올랐다.

당장 추석을 앞둔 상황에서 기름값 고공행진은 서민들에게 부담이다. 올 여름 이상고온 현상으로 차례상에 쓰일 농수산물 가격이 예년에 비해 크게 뛴 상황에서 휘발유·경유값 상승은 이중고가 되고 있다.  

더구나 국제유가가 오르면 공장가동 등에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물건 값도 오르게 된다. 즉, 물가상승으로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9.2포인트로 전달 101포인트에 비해 1.8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 이상이면 소비심리가 낙관적, 미만이면 비관적으로 본다.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반면, 국내 정유업계는 ‘표정 관리’에 나섰다.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서 국제유가 상승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악재라는 점에서 대놓고 웃을 수는 없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다.  

상반기 깜짝 실적을 기록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빅4 정유사들은 하반기에는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석유제품을 다시 판매하는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유가가 오르면 비싼 가격에 원유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유가 상승은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어 부정적이다.

▲국내 정유4사의 3분기 실적 전망이 밝다. 재고이익 증가와 회복된 정제마진의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진= 각사)

수입가 상승에도 표정관리 “왜”

하지만 업계는 이번 유가상승 흐름을 호재로 보고 있다. 세 가지 근거에서다. 

우선 국제유가가 상승으로 인해 정유사의 ‘재고이익’과 ‘수출액’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정유업계는 통상 2~3개월 전 원유를 구입해 가공한 것을 지금 판매한다. 원유를 구입한 시점보다 판매하는 시점에 유가가 오르면 시세차익을 얻는 구조다.  

실제로 두바이유의 올 1분기 평균 1배럴당 가격은 63.8달러, 2분기 평균 가격은 72.1달러로 10달러 가까이 올랐다. 현재 두바이유 가격이 77달러 전후인 것을 감안할 때 3분기 재고이익은 또 늘 수밖에 없다.

수출 마진도 쏠쏠하다. 올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단가가 배럴당 79.2달러로 전년보다 28.2% 상승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제품 수출액 187억68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유가상승으로 이런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석유제품 수출액은 287억61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2% 늘었다.

정유사 실적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정제마진’도 개선되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 운영비 등의 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말한다. 통상 국내 정유사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선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6월 넷째주 정제마진이 4.1달러까지 떨어지며 2분기 실적에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태풍 등의 영향으로 미국과 일본 정유업체들이 정기보수에 들어가면서 공장 가동률이 하락한 영향으로 정제마진은 지난 8월말 배럴당 6달러를 돌파했고, 9월 첫째주 6.4달러를 기록하며 오름세다.

여기다 석유화학 등 비(非)정유 사업도 흐름이 좋은 편이다. 올 들어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제조업 경기 호조로 이에 대한 설비·인프라 투자가 증가하면서, 중간재 중 하나인 석유화학 분야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 실적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올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의 42.7% 차지하는 6680억원의 영업이익을 비정유 부문에서만 올리는 등 이미 석유화학이 주요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자극받은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역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관련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시각도 비슷하다. 정유업계의 안정적 실적을 예상하며 이들에 대한 투자를 추천하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는 큰 폭의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고 정제마진은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또한 사업 불확실성 문제의 대안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CNB=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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