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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이재용·이부진·이서현 ‘각자도생’…삼성家 ‘삼남매 경영시대’ 저문다

이서현, 경영 손 떼고 복지재단 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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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8.12.12 09:11:5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전 사장이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이동하면서 사실상 삼성가(家)의 ‘삼남매 경영’이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구심이던 미래전략실의 해체와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 포기 등에 이어 이 전 사장마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새해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CNB=도기천 기자)

 

(왼쪽부터)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 장녀 이부진(48)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45) 삼성복지재단 신임 이사장. (사진=CNB포토뱅크)

 

이서현 前사장 행보 두고 설왕설래
평소 전공 살려 문화·복지사업 올인
‘오빠에게 힘 싣기’와는 무관한 듯


이서현 전 사장이 지난 6일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것과 관련, 삼성 내부는 물론 재계에서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에 힘을 싣기 위해서라는 설에서부터 그룹 이미지 개선에 나선 것이라는 설까지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진행된 삼성의 구조개편 과정을 잘 들여다보면 이 전 사장의 행보에 큰 의미를 두기는 힘들어 보인다.

삼성은 지난해 2월,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이 1959년부터 매주 수요일 실시해온 사장단 회의를 58년 만에 폐지하는 등 강력한 쇄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없앴으며 순환출자 구조도 거의 해소했다.

삼성전기와 삼성화재는 지난 9월 각각 이사회를 열어 보유중인 삼성물산 주식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마지막 남은 순환출자 고리(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 간 상호출자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계열사 간 출자 고리가 대부분 끊어진 지금은 각자도생(各自圖生)하고 있다.

이 전 사장이 몸담았던 삼성물산의 경우, 이 부회장이 17.08%의 지분을 보유(9월말 기준) 하고 있긴 하지만 경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앞뒤 상황으로 볼 때 이 전 사장의 퇴진을 이 부회장이나 삼성의 지배구조와 연결짓기는 힘들어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미래먹거리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5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900억불 수출탑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거와 180도 달라진 지배구조

하지만 과거 삼성이 그렸던 큰 그림은 삼남매가 그룹을 세 줄기로 분화해서 경영하는 ‘3분(分) 전략’이었다.

외아들인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금융 계열사를 맡고, 장녀인 이부진(48)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을, 차녀인 이서현(45) 전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맡는 것. ‘전자(이재용)-서비스(이부진)-패션(이서현)’ 삼각편대 체제다.

이를 위해 정리할 곳은 정리하고 키울 곳은 키우는 과감한 사업재편이 수년 간 진행돼 왔다. 종착점은 전자, 금융, 건설(또는 바이오) 분야에 각각 지주사를 세워 그룹을 분할하는 것.

하지만 금산분리(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규제로 삼성생명의 비금융계열사 지분율을 5% 아래로 줄여야 하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해 금융지주사 설립은 무산됐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전자계열사들이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 역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미전실이 해체되고 이 부회장이 구속기소 되면서 백지화 됐다.

현재의 삼성은 이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미래먹거리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반도체 시장의 돌파구로 바이오, 전장(전자장비), 5G와 함께 인공지능(AI)을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내세워 시장 선점에 나선 상태다. 채 1년이 되지 않는 기간에 세계 곳곳에 인공지능(AI) 연구센터 7곳을 설립했으며, 이 부회장이 직접 유럽 주요국과 캐나다 등을 돌며 관련 현안을 챙기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그룹 내 영업이익 비중이 여전히 90%를 넘고 있고, 그 중에서도 반도체 사업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큰 상황은 반드시 극복해야할 숙제다.

 

잇단 사건사고로 이미지가 실추된 삼성은 이서현 전 사장의 복지·문화 분야 역할이 더욱 절실하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 설치된 반도체 피해자를 형상화한 소녀상. (사진=연합뉴스)
 

삼성 이미지 제고에 ‘올인’

이 전 사장은 평소 관심이 많았던 복지·예술 분야에 올인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복지재단은 1989년 이 전 사장의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소외 계층의 자립 기반을 조성하고 복지 증진을 위한 공익사업을 추진하자는 취지에서 설립했다. 현재 드림클래스 장학사업, 어린이집 보육사업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전 사장은 평소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측은 “이서현 신임 이사장은 평소 소외계층 청소년과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온 만큼, 재단의 설립 취지를 계승하고 사회공헌 사업을 더욱 발전시킬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 전 사장은 우선 본인의 전공을 살려 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리움미술관을 활성화하는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리움미술관은 이 전 사장의 모친인 홍라희 관장이 작년 3월 사퇴하면서 운영에 차질을 빚어왔다. 이 전 사장이 이번에 재단 이사장에 오르면서 동시에 미술관 운영위원장을 맡게 된 만큼 삼성의 문화예술사업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 전 사장이 삼성의 문화·복지사업을 총괄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이사장 취임을 위상이 격상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삼성그룹은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반도체 노동자 산재 사태 등 잇단 사건사고로 이미지가 실추된 상태다. 따라서 이 전 사장의 복지·문화 분야 역할이 그룹의 위상을 되살리는 측면에서 절실한 상태다.

 

이서현 사장이 떠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사업규모를 줄이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주관한 세계적 거장 고(故) 아제딘 알리이야의 콜라보 작품 전시장. (사진=삼성물산 제공)
 

패션사업 몸집 축소 가능성

삼성물산은 향후 이 전 사장의 공백을 메우기보다는 패션 부문의 몸집을 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회사의 주력인 건설부문이 내년 글로벌 경기 악화로 고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수익이 신통치 않은 패션부문에 투자할 여력이 크지않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 전 사장 취임 후 첫해인 2016년에 매출 1조8430억원에 45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에 매출 1조7495억원과 영업이익 32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올해에는 다시 125억원의 영업손실(3분기까지 누적기준)을 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이 전 사장은 뉴욕 파슨즈 디자인스쿨을 졸업한 뒤 2002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패션부문 전신)에 입사,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시작해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을 거치며 16년간 패션 사업에 몰두해왔다. 섬세한 리더쉽을 발휘하면서 구조조정과 신사업 전략을 과감하게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런 여러 상황들로 볼 때, 이 전 사장의 향후 경영 복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대기업 오너 일가의 여성이 경영에서 물러나 문화사업에 헌신하거나 복지재단을 맡는 것은 재계에서 흔한 일”이라며 “다만 이 전 사장의 나이가 젊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삼성의 사업구조를 보면 다시 경영에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 측도 이 전 사장의 행보를 확대해석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CNB에 “이재용 부회장과 이번 일을 연결짓는 시각은 삼성의 구조를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경영에 관여할 일도 없고, 이 전 사장이 경영승계에 역할을 할 일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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