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새해를 맞아 한동안 움츠렸던 게임업계가 다시 기지개를 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해에는 주요 게임사들이 그동안 미뤄뒀던 신규게임들을 대거 출시할 예정이라 유저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기로에선 게임업계의 2019년을 들여다봤다. (CNB=이성호 기자)
움츠린 게임사들, 새해에 반전 노려
‘히든 카드’ 대거 출시, 기대감 커져
中정부 보호정책 완화 움직임도 호재
대한민국 게임산업 규모는 세계 4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10월 기준 글로벌 게임산업 매출 1위는 중국으로 344억달러(한화 약 38조8700억원)였다.
2위는 미국 315억3500만달러, 3위 일본 177만1500만달러, 4위 한국 57억6400만달러, 5위 독일 49억8900만달러다. 이어 영국, 프랑스, 캐나다, 스페인, 이탈리아 순이었다. 하지만 4위인 우리나라는 1~3위와 비교하면 매출 격차가 크다. 인구 및 인터넷사용자 수에 따른 체급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지나친 간극이다.
또한 글로벌 상위 10개 게임 기업에 한국 회사는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텐센트(Tencent)가 101억 8900만달러(한화 약 11조5100억원)의 매출과 20%의 매출성장률을 달성하며 1위에 올랐고, 이어 2위 소니, 3위 애플, 4위 마이크로소프트, 5위 액티비전 블리자드, 6위 넷이즈, 7위 구글, 8위 일렉트로닉 아츠, 9위 닌텐도, 10위 반다이남코다.
애플 iOS 매출 상위 10위권(2018년 1분기 기준)에도 한국 기업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다만 구글플레이 매출에서는 넷마블이 선전했다. 넷마블(한국)은 2억8600만달러로 킹(스웨덴, 6억5500만달러), 슈퍼셀(핀란드, 4억1600만달러), 반다이남코(일본 3억8200만달러), 플레이릭스 게임즈(3억1700만달러)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이처럼 게임산업 매출이 세계 4위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10대 게임사 순위에는 없는 현실이다.
꽉 막힌 중국 판로…실적 추락
이렇게 된 배경에는 답답한 글로벌 영업환경과 근로환경의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 및 유안타증권·케이프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37.6%)으로의 게임 수출이 완전히 막혔다. 중국 정부의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과 자국 게임산업 보호정책 등의 여파로 2017년 2월 이후 현재까지 단 한 건의 판호(版号: 중국내 게임 등 콘텐츠 서비스에 요구되는 허가증)가 발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모처럼 숨통이 트이나 싶었지만 이마저도 중국 정부의 외국 게임 규제강화 정책에 막혀 다시 좌절됐다. 사드배치에 따른 ‘한한령(限韓令·한류 및 단체관광 제한령)’에서 시작된 악재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자국산업 보호정책까지 더해져 판로가 완전히 막히게 된 것이다.
또한 주 52시간 근무시간 제한도 게임업계에 악영향을 끼쳤다.
2018년 7월부터 기존 최대 근로시간 68시간(법정 40시간+평일 연장 12시간+휴일16시간)에서 주52시간(법정40시간+평일 연장 12시간)으로 주 근로시간이 최대 16시간 감소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근로시간에 비례해 생산물이 산출되는 게임산업 특성상, 특히 게임 출시가 임박한 시점에는 밤을 새워 일을 했던 과거 관행이 허용되지 않게 되자, 게임사들의 인원수·인건비 증가는 물론 신작출시가 연기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대내외적인 악재들로 인해 2018년 한 해 동안 게임업계는 고전했다. 엔씨소프트의 2018년 3분기 매출은 2017년 동기대비 44.6% 감소한 4038억원, 영업이익은 1390억원으로 57.6%나 줄었다.
넷마블도 9.6% 감소한 5260억원의 매출을 보였고, 영업이익은 39.8% 하락한 673억원에 머물렀다. 컴투스는 3분기 매출 1198억원, 영업이익 38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7년 동기대비 각각 4.7%, 23.3% 줄어든 수치다.
게임빌 역시 2018년 3분기 매출이 9.3% 감소한 230억원으로 집계됐고 영업손실은 68억원이다.
다만 넥슨의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국내에서 ‘던전앤파이터’의 여전한 인기와 ‘메이플스토리’의 검은마법사 업데이트가 국내에서 큰 호응을 받으며 3분기 매출 6961억원, 영업이익 2381억원을 기록해 2017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 4% 증가했다.
미뤘던 신규대작 속속 등장
게임업계는 올해 신규작 출시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미뤄뒀던 ‘빅카드’들을 속속 출시할 계획인데, 이에 따른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요게임사의 2019년 신작 라인업을 살펴보면 넷마블의 경우 ▲방탄소년단 월드(실사형 시네마틱) ▲A3: 스틸 얼라이브(배틀로얄+MMORPG) ▲세븐나이츠2(MMORPG)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액션 RPG) ▲세븐나이츠(콘솔, MMORPG) ▲쿵야 캐치마인드(일본, 위치기반 소셜 게임) ▲극열마구마구(일본, 스포츠 RPG) 등이 대기 중이다.
넥슨도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M(액션 아케이드) ▲트라하(MMORPG) ▲스피릿위시( MMORPG) ▲런닝맨 히어로즈(액션게임) ▲던전앤파이터 2D 모바일(중국, 액션 RPG) ▲마비노기 모바일(MMORPG) ▲바람의나라: 연(MMORPG) ▲테일즈위버M(MMORPG) ▲린: 더 라이트브링어(수집형 RPG) ▲카운터사이드 2D(캐릭터 수집형 게임) ▲드래곤하운드(PC, 액션 RPG) ▲어센던트 원(MOBA) 등을 출격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MMORPG인 리니지2M, 아이온2, 블레이드앤소울M, 블레이드&소울2, 블레이드앤소울S 등을 2019년 출시작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M(일본, 글로벌)과 프로젝트K(PC·콘솔, MMO 기반 FPS), 프로젝트V( 캐쥬얼 MMORPG), EVE War of Ascension(Sci-fi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게임빌은 탈리온(MMORPG)을 글로벌 출시하고 엘룬(전략 RPG), NBA 나우(스포츠 게임) 게임빌 프로야구(스포츠 게임)등을, 컴투스는 댄스빌(캐쥬얼 게임), 히어로즈워2(RPG), 서머너즈워(MMO MMORPG)를 새해에 선보일 계획이다.
증권가 ‘장밋빛 전망’ 쏟아져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 증권가는 게임업계가 전반적으로 실적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업종은 2018년 신작 부재에 따른 기저효과 및 대형 신작 출시에 따른 실적 개선폭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게임사들 대부분이 출시 이후 실패한 것이 아니라, 출시 지연에 따라 시장에 공개되지 못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대형 신규 게임 출시가 2019년에 이뤄지고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둔다면 현재 게임 산업을 둘러싼 부정적인 정서는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임 산업 성장의 핵심은 신규 게임의 성공여부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베스트 시나리오는 신작게임이 성공을 거두고, 거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하며 성공한 게임의 라이프 사이클상 성숙기를 지나갈 때 또 다른 신규 게임이 성공을 거두면서 계단식으로 매출이 증가한다는 얘기다.
더불어 중국 규제 당국이 최근 게임 판호 발급 심사를 재개했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중국 중앙선전부 판권국 부주석 펑실신(冯士新)은 지난 12월 21일 ‘2018년 중국 게임산업 연례회의’에서 초기에 판호 발급을 신청했던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 심사를 마쳤다고 밝힌 것.
그러나 판호 발급을 신청하고 대기 중인 게임이 많기 때문에 심사를 마치는데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윤구·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외자 판호 발급을 시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면서도 “이번 판호 심사 재개 소식으로 국내외 게임사들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외자 판호 발급이 재개되면 이미 판호를 신청했으나 발급 중단으로 게임을 서비스하지 못하고 있는 넷마블(리니지2 레볼루션), 엔씨소프트(리니지 레드나이츠), 펄어비스(검은사막), 웹젠(뮤 IP 게임) 등의 추이와 2019년 쏟아지는 신작게임들의 중국 러시 가능성에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중국 내 게임 출시가 이뤄진다면 실적 성장은 물론이고 밸류에이션 상향이 함께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새해 들어 중국 내 게임 진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은 판호 발급 대상이 내자 판호인지 외자 판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당국에서 결정을 내리는 문제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19년도 게임산업 전망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시각도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국내 게임업종과 기업에 대한 중장기 성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신작 및 외산 게임과의 경쟁 심화 모바일 게임 이용시간 감소, 주52시간 영향에 따른 추가적인 출시 지연과 인건비 증가 우려 등도 이어져 마냥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