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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스크린에 꽃비 내리다…삼성전자의 특별한 ‘디지털 미술展’

TV패널에 김정수 작가 작품 담아…‘관람+유통’ 새시대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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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19.04.22 13:23:02

미디어 작품이 나오고 있는 삼성 TV 옆에서 김정수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회화 작업과 전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일까? 삼성전자의 후원으로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김정수 작가의 개인전은 이런 물음을 던진다. 배치부터 평범하지 않다. 전시장 벽에 캔버스와 대형 TV가 섞여 걸렸다. 원화와 나란한 화면에선 같은 그림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동일 소재를 유화와 영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관람객들 사이에서 참신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 아트 작품은 TV째 판매할 계획으로, ‘그림 유통’의 혁신을 예고하기도 했다. (CNB=선명규 기자)

페인팅 원화를 미디어 아트로 구현
삼성전자와 김 작가, 구상부터 협업
김氏 “의도한 색감 충분히 담겨 만족”



장면 하나.

연분홍 꽃잎이 바구니에 푸지게 담겼다. 할머니가 퍼주는 밥처럼 꾹꾹 눌려 빈틈이 없어 보인다. 몇몇 잎은 차다가 넘쳐 주변에 흩뿌려졌다. 다른 ‘화폭’에선 엷은 빛깔을 띤 꽃이 잿빛 도시의 상공에 피었다. 회색으로 일관된 지상을 비추려는 듯 색감 좋은 꽃잎이 점점이 맺혔다. 이제 삭풍 부는 세상에 봄이 오려는 듯하다.

장면 둘.

진분홍 꽃잎이 바구니에 풍성하게 담기고 있다. 하늘에서 하늘하늘 떨어진 정이 점점 쌓여간다. 무심히 툭툭 하강하는 도중에 일부는 낙하지점을 빗나가 바닥에도 내려앉는다. 다른 ‘화면’에선 인색한 빌딩숲 위로 소생의 계절의 전령사가 내리는 중이다. 여명이 밝아오듯 선연한 선홍색 꽃잎이 날아들고 있다. 서광이 강림하고 있다.

 

두 장면이 혼재된 전시장엔 봄꽃이 흐드러졌다. ‘진달래-축복’이 제목인 이번 전시에서 캔버스와 TV 화면은 여러모로 대비된다. 정적과 동적, 미세한 차이의 색감이 전달하는 따스함과 찬란함.

그러나 서정적인 작품 분위기는 일관성 있게 유지된다. 원화(아마포에 유채)를 렌더링 작업해 미디어 아트로 구현, 삼성전자가 후원한 9대의 ‘QLED·더 프레임’ TV(55·65·75인치)를 통해 선보였기 때문이다. 유화작품은 20여점이 내걸렸다.

 

'진달래-축복'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엔 김 작가의 원화와 삼성‘QLED·더 프레임’ TV가 섞여 걸려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또 다른 통일성의 비결은 호흡이다. 삼성전자와 김 작가는 ‘진달래’를 화면에 고스란히 담기 위해 구상부터 완성에 이를 때까지 손발을 맞췄다.

지난 12일 찾은 전시장에선 사진과 동영상을 번갈아 촬영하는 관람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정지된 평면작, 움직이는 작품을 모두 담으려는 이들이 많았다. 이날 만난 한 중년 남성은 “진달래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며 “특히 영상에서 꽃비가 내리는 장면이 환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년간 진달래를 소재로 고집스럽게 그림을 그려온 김정수 작가의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그가 영상 작품을 선보이는 첫 자리란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김 작가는 “진달래 연작에서 무엇보다 공을 들인 부분은 진달래 꽃잎 고유의 색감 표현”이라며 “첫 미디어 아트를 준비하면서 일반적인 스크린으로 의도한 색감을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QLED와 더 프레임을 만나 보여주고자 했던 따스함과 충만함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최대 4000니트(nit) 밝기를 기반으로 한 뛰어난 명암비와 색 재현력을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진달래 꽃잎의 유려한 색채와 바람과 함께 변화되는 꽃잎의 디테일까지 완벽하게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김 작가의 작품을 가정에서도 감상할 수 있도록 3점을 선정해 다음 달부터 ‘더 프레임’ TV의 아트스토어(세계적 작가의 작품을 제공하는 삼성의 아트 유통 플랫폼)에 추가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선 정지와 구동의 작품을 오가며 살펴볼 수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이번 전시는 ‘회화 유통’의 전환기를 알리는 예고편이 될 가능성도 있다. 미디어 작품 판매 계획에 대한 질문에 선화랑 측은 “TV째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가격은 원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TV와 작품이 한 몸이 된다는 얘기다.

김정수 작가 역시 “캔버스가 아닌 TV를 구매하길 바란다”며 패널이 ‘도화지’가 되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암시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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