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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위는 惡 진압은 善? 경찰박물관들 역사인식 제각각

서울·대구 전시관, 뚜렷한 시각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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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2019.06.07 09:24:59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경찰박물관의 지난 5일 모습.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박물관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시민들에게 경찰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전국 곳곳에 개설된 경찰박물관(역사체험관)이 지역마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다보니 전시의 내용과 형식, 사료의 선정기준이 제각각이라 혼선을 빚고 있다. CNB가 서울과 대구의 경찰역사관을 현장취재를 통해 비교해봤다. (CNB=도기천 기자)

대구박물관 ‘일제경찰 사진’ 전시
서울박물관은 임정에서 뿌리 찾아
질서유지 경찰 vs 시위진압 경찰
유년기에 편향된 역사관 심을수도


현재 국내에는 경찰청 본청, 부산지방경찰청, 강원지방경찰청, 대구중부경찰서 등 4곳에 경찰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중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경찰박물관(이하 서울박물관)은 경찰청 본청이 직접 관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지방청 소관이다.

문을 연 시기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1995년 8월 11일 창립 50주년을 맞은 경찰이 관련 사료를 모아 임시사료관을 열고 전시를 시작한 것이 기원이다. 이후 창립 60주년이 된 2005년 10월에 서울박물관이 지금의 새문안로 자리에 정식 개관했다.

서울박물관의 경우 서울지방경찰청, 경찰대학, 경찰종합학교, 중앙경찰학교 등 산재해 있는 경찰사료를 이관해 보존, 관리하고 있으며 일반인에게 무료 개방하고 있다. 총 6개층에 층별로 테마관이 구성돼 있다. 1층 환영의장, 2층 체험의장, 3층 사무공간 및 수장고, 4층 이해의장, 5층 역사의장, 6층 영상관 등이다. 경찰의 복식과 장비가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고, 몽타주 만들기, 유치장 체험, 시뮬레이션 사격장 등 체험코너가 마련돼 있다.

 

서울박물관(왼쪽)은 대한민국임시정부 경찰들의 활약상을 전시한 반면, 대구박물관(오른쪽)은 일제강점기 경찰의 사진을 전시해두고 일본 연호인 ‘대정(大正)’으로 표기했다. (사진=도기천 기자)
 

문제는 지역별로 역사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서울박물관은 한국경찰의 뿌리를 상해임시정부 경찰조직인 경위대에서 찾고 있다.

‘경찰의 역사’ 코너에 ▲1919년 4월 25일 대한민국임시정부 최초 경찰기관인 경무국 창설 ▲같은해 8월 12일 경무국장에 김구 임명 ▲1941년 10월 7일 임시정부 경위대 규정 제정 ▲1943년 3월 30일 대한민국임시정부 잠행관제 제정 및 경찰업무 담당하는 경무과 설치 등 광복(1945년 8월15일) 이전의 임시정부 경찰 역사를 전시해뒀다. 또 일제강점기 초기에 일본이 대한제국의 경찰권을 침탈한 사실도 기록했다.

특히 나석주, 김석, 안경근 등 6인의 임시정부 경찰관을 선정해 그들의 항일운동 행적을 전시해뒀다. 나석주 의사는 1926년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던지고 일제 경찰과 교전하다 자결했다. 안경근은 안중근 의사의 사촌동생으로 김구 선생을 보좌했고, 김석은 윤봉길의 의거(일제 행사에 폭탄 투척)를 배후에서 지원한 인물이다.

 

서울박물관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경찰조직인 경위대의 활약상이 소개돼 있다(위쪽 사진). 대구박물관에는 임시정부 관련 전시물이 없고 대구경찰 순직자 명단(아래 사진)을 전시했는데 출생·순직 연도로 볼때 이중 상당수는 일제시대 경찰 출신으로 추정된다. (사진=도기천 기자)
 

일본 연호 버젓이 표기

하지만 대구중부경찰서가 운영하고 있는 경찰박물관(역사체험관)에는 임시정부와 관련된 전시물이 없다. 박물관 내 설치된 영상물과 안내 배너에 임시정부가 한국경찰의 기원이라는 내용이 짧게 들어있긴 하지만 영상물 전체를 눈여겨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반면 전시된 사진들 중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경찰의 단체사진 한 장이 눈에 띈다. ‘울릉경찰서 경찰관 대정 9년(1920년)’으로 표기된 이 사진은 흰색 정복을 입은 일제 경찰들이 일본도를 든 채 앉아있는 모습이다. ‘대정(大正)’은 일본의 연호다.

또 ‘추모관’을 만들어 대구 경찰로 순직한 170명의 이름을 벽면에 걸어뒀는데, 이중 절반 가량이 1940~50년대에 순직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들의 출생연도가 일제강점기 초기인 점으로 미뤄볼 때 이중 상당수는 일제 경찰 출신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5일 CNB에 “예전에 일제시대 경찰의 사료들을 전시했다가 논란이 된 적이 있어 지금은 최대한 (일제경찰 전시를) 축소한 것이며, 영상물과 안내 배너에 임시정부가 경찰의 뿌리라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또 순직 경찰관 명단에 대해서는 “유관기관의 자료를 근거로 명단을 선정했으며, 임의로 정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박물관이) 경찰청 본청 지휘 체계에 있지 않아 자체 예산으로 운영하다보니 예산 부족으로 소홀했던 점이 있고, 일제강점기 시절 행적에 대한 역사평가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일제경찰 출신 경찰관에 대한 역사평가가 분명하지 않아, 그들을 무조건 친일로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대구박물관(위쪽 사진)은 화염병 불길 속 시위진압 경찰 모습을, 서울박물관(아래 사진)은 평화시위를 보호하고 있는 비무장 경찰의 사진을 전시해 대조적이다. (사진=도기천 기자)

 

화염병·교수형…불편한 전시물들

시위·집회 등 국민의 저항권을 바라보는 시선도 서울과 대구 간 편차가 있어 보였다.

서울박물관은 폴리스라인을 친 비무장 상태의 경찰들이 집회 중인 시민들을 보호하며 질서를 유도하는 모습의 사진들을 전시해뒀다.

반면 대구박물관은 1980년대 민주화 시위 때 화염병 불길 속의 경찰관 모습을 담은 대형사진을 걸어뒀다. 사진 아래에는 “화염 속에서도 사회질서확립을 위해 노력하는 경찰, 갑옷 같은 숨막히는 옷을 입고 무거운 헬멧 속에서도 소리없이 흘린 눈물… 민생치안을 위해 불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에 고마움의 뜻을 전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또 상영 중인 영상물에서도 시위 진압 훈련 장면을 소개하고 ‘다중범죄 진압검열’이라는 자막을 넣었다.

이는 ‘시위가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2017년 촛불항쟁 등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정당한 저항권 행사로 역사평가를 받았음에도 이런 행위가 민생치안을 헤치는 범죄행위로 여겨질 수 있다.

사형제도를 옹호하는 듯한 일부 전시물도 눈에 거슬렸다. 교수형 장면을 스케치한 출처미상의 그림을 걸어두고 아래에는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되어 그의 말로는 사형수가 된다”고 적어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사형제도 폐지 및 대체형벌에 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형제 폐지와 대체형벌 방안을 수립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과 배치된다.

 

사형제도의 정당성을 표현한 대구경찰박물관의 전시물. 사형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사회적 흐름과 맞지 않아 보인다. (사진=도기천 기자) 
 

통일된 전시기준 마련돼야

대구박물관은 중부경찰서가 과거에 사용하던 유치장을 리모델링해 2011년 11월 11일 개관했다. 2개층 중 1층에는 ‘자해방지 유치장 체험관’·‘경찰 근무복 체험관’·‘과학수사 체험관’·‘복식 전시관’·‘추모관’·‘면회실 체험관’이 있고, 2층은 ‘영상관’·‘역사관’·‘무기류 전시관’·‘홍보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구시청 소속 문화해설사 5명이 하루 1명씩 교대로 안내를 맡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개관 후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총 12만6619명의 시민이 이곳을 방문했는데, 이중 상당수가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의 단체 방문이다. 어릴 때 잘못 주입된 역사관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객관적인 전시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경무과 관계자는 CNB에 “서울의 경찰박물관 외 나머지 박물관들은 지방청에서 각자 운영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통일된 전시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운영방식 개선에 대한 사항은 아직 각각의 전시실태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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