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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롯데·신세계·애경…저마다 영등포역이 절실한 이유

28일 운명의 날…최고가 써낸 곳이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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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06.27 11:48:47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입구. 이곳의 새 주인이 28일 결정된다. (사진=김수식 기자)

연매출 5000억원짜리 백화점이 누구 품에 안길까? 서울 영등포역 상업시설의 신규사업자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유통업계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 기존 주인인 롯데가 강한 수성 의지를 밝힌 가운데 신세계와 애경그룹이 도전장을 낸 상태다. 오는 28일 오전에 이곳의 새주인이 결정된다. 저마다의 절박한 사연을 CNB가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판도라의 상자’ 28일 오전 개봉
인천 뺏긴 신세계, 영등포서 설욕
혁신 나선 애경, 서울 교두보 절실
롯데, ‘전국 탑5 매장’ 반드시 수성


현재 영등포역에는 롯데백화점이 30년 넘게 영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철도공단)의 사용허가 기간이 만료되면서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재 이곳은 국가에 귀속된 상태다.

입찰 과정은 적격성 평가와 금액으로 결정된다. 적격 평가 통과자 중 높은 금액을 써낸 곳이 낙찰 받는다. 평가는 정량·정성평가로 진행되며 기본 가이드라인을 넘으면 동일한 대접을 받는다. 결국 입찰 금액이 당락을 결정짓는 구조다.

철도공단은 최근 적격성 평가를 통과한 롯데역사, 에이케이에스앤디(애경그룹의 AK플라자 법인명), 신세계를 입찰자로 확정했다.

철도공단의 ‘영등포역사 사용허가 공모 지침서’에 따르면, 정량평가는 사업수행능력이다. 대규모 점포 운영(매출) 실적, 경영상태 건실도(신용평가등급) 등이 주요 평가항목이다.

또 정성평가에서는 공공성·사회적가치, 공공성 제고를 위한 공간확보계획, 고용승계 및 고용안정계획,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사업의 지속가능성 등을 본다.

롯데와 신세계, 애경은 이 항목들을 통과했다. 따라서 이들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곳이 최종낙찰자가 된다. 이미 해당 기업들은 입찰가격을 써낸 상태며 현재는 서류가 밀봉된 상태다. 철도공단에 따르면, 오는 28일 오전 10시에 개찰을 시작해 이날 중 최종낙찰자가 결정될 예정이다.

철도공단 민자역사관리처 관계자는 26일 CNB에 “3개 기업이 정성·정량 평가를 거쳐 적격자로 선정된 상태며, 이후 입찰금액을 접수마감일(27일) 전에 써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기업을 개찰일(20일)에 낙찰자로 결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영등포역사 상업시설 사용면적도. (한국철도시설공단 제공)

 

인천에선 졌지만…2라운드 고대

이처럼 운명의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업마다의 절박한 사연이 눈길을 끈다.

우선 신세계는 최근 인천터미널점을 롯데에 내준 만큼 영등포점 인수를 통해 설욕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인천터미널점은 신세계백화점이 1997년부터 인천시와 20년 장기임대계약을 맺고 영업해오던 곳이다. 그러나 2012년 9월 롯데가 인천시로부터 터미널 부지와 건물 일체를 9천억원에 매입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시작됐다.

신세계는 롯데가 건물주가 됨에 따라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면 알짜배기 점포를 롯데에 고스란히 내줘야 할 처지가 되자 소송으로 맞섰다. 신세계는 “인천시가 롯데에 특혜를 줬다”며 시와 롯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1·2·3심 모두 패했다.

 

유통업계 ‘빅2’를 형성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최근 모습. (사진=연합뉴스)

결국 신세계백화점은 작년 말 영업을 종료했고, 롯데는 올해 초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쳐 백화점과 롯데마트를 개장했다.

롯데는 인천터미널 부지와 주변 농산물도매시장 부지를 합친 총13만5500㎡(약4만1천여평)에 백화점, 복합쇼핑몰, 시네마, 주거단지 등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인 ‘롯데타운’을 조성해 인천의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롯데는 인천의 핵심상권으로 꼽히는 남동구 구월동·미추홀구 관교동 일대를 중심으로 명실공히 인천 지역 최대 유통사업자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롯데와 앙숙이자 최대 경쟁자인 신세계 입장에서는 반드시 반격이 필요하다.

영등포점의 경우 연 매출이 5천억원에 달하는 ‘알짜 점포’인데다 영등포역을 오가는 하루 유동인구가 15만명에 달한다. 기존의 신세계 영등포점과 이마트가 인접해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신세계로서는 매력적이다.

영등포 상권은 강남, 홍대와 함께 서울의 3대 핵심 상권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영등포점을 품게 된다면 롯데가 인천터미널 일대에 조성 중인 ‘롯데타운’에 버금갈 ‘신세계타운’으로 조성할 수도 있다. 신세계가 이번 입찰에 참가하면서 “지난 35년간 운영해 온 신세계 영등포점과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한데는 이런 속내가 깔려있다.

 

폐점을 앞두고 있는 AK플라자 구로 본점. 애경그룹 입장에서는 구로 본점의 철수로 인해 영등포점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진=CNB포토뱅크)

 

애경, 영등포 교두보에 사활

오는 8월 구로점 철수를 앞둔 애경그룹(AK플라자)도 영등포점이 절실하다. 1993년부터 운영해온 구로점을 폐점한 것은 대대적인 사업혁신에서 비롯됐다. 비효율 점포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한 지역밀착형쇼핑센터(NSC)에 힘을 쏟겠다는 계산이다. NSC는 해당 지역과 상권에 맞는 상품구성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유통전략이다.

실제 AK플라자는 최근 NSC형 쇼핑몰로 AK& 홍대, AK& 기흥을 오픈했으며, 2022년까지 추가로 5~6곳을 더 개점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영등포는 NSC 전략의 핵심거점이 될 수 있다. 특히 구로 본점 철수로 서울 내 매장은 홍대점이 유일한 상황이다 보니 영등포점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수원역과 평택역, 홍대역에서 백화점·쇼핑몰을 운영하는 등 풍부한 역사 사업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인수 의지의 동력이 되고 있다.

한편 롯데는 기존에 30년간 진행해 온 역사 운영 노하우와 상품기획 경쟁력, 지역상권과의 상생 경험 등을 내세우며 수성 의지를 다지고 있다. 영등포점이 롯데 전체 점포 중 ‘톱5’에 들 정도로 알짜배기라는 점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 신세계와 함께 유통업계 ‘빅3’로 꼽히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일찌감치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영등포에서 멀지 않은 여의도에 내년 대형 신규 백화점을 오픈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사진=CNB포토뱅크)
 

영등포점이 효자 될지는 의문

이처럼 유통대기업들은 저마다 절실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지만, 영등포점이 이들의 절박함을 해소해줄 ‘황금알 거위’가 될지는 의문이다.

우선 보장된 사업기간이 미지수다. 국유재산법에 따른 사용허가 기간은 기본 5년에 한 차례 연장 시 5년을 더해 최장 10년으로 제한돼 있다. 최근 사용 기한을 최대 2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철도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긴 했지만, 이 법이 실제적인 효력을 발휘하려면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이 함께 개정돼야 한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로 여야 정치권이 대립하고 있어 법안 통과가 안개속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전통시장과 상생협약을 체결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영등포역 인근에는 영등포 청과시장이 있다. 입찰공고에 따르면 낙찰 이후 6개월 이내에 상생협력 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사업권을 반납하게 돼 있다.

여기에 더해 경기악화와 소비트렌드 변화로 인해 백화점 사업이 고전하고 있는 점도 앞날을 점치기 힘든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영등포점을 누가 차지하든 간에 수천억원대의 보증금과 별도의 리뉴얼 비용 등 천문학적인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며 “대기업들이 막대한 비용투자에도 불구하고 영등포점을 차지하려는데는 브랜드의 자존심을 건 상징적인 의미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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