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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NO 아베’와 국민연금의 전범기업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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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9.08.22 17:56:14

(사진=연합뉴스)

NO ABE(노 아베)! 반일 보이콧 바람이 거세다.

日 아베 정부가 대한민국 대법원이 내린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수출절차 우대 대상)에서 제외시키면서 반일감정이 격화되고 있으며, 자발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퍼져가고 있는 것.

역사를 뒤돌아보자.

‘일제강점기’에는 ‘일제 만행’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1910년 한일합병조약 이후 조선총독부를 통해 한반도를 지배한 일본은 다음 단계로 아시아태평양전쟁을 일으켰고, 군수물자 생산을 위한 노동력이 부족하게 되자 이를 해결키 위해 1938년 국가총동원법을 제정해 조선인에 대한 강제징용을 실시했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인을 강제동원한 전력이 있는 일본기업(전범기업)은 총 299개소며 피해 인원은 약 755만4355명이다.

여성·미성년자 등도 포함됐고, 한반도·일본본토·남사할린·중국관내 및 만주·동남아시아·타이완태평양 등지로 끌려가 가혹한 노동착취에 시달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다치거나 죽기도 했으며, 피해의 후유증은 치유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전범기업들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을 강제 동원함으로써 많은 이익을 남겼고, 미쓰비시·미쓰이·스미토모 등은 패망 후에도 살아남아 지금에도 일본 주요 재벌 대기업으로 올라와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중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강제징용됐던 한국인에게는 공식사과나 손해배상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한민국 대법원은 승소 판결을 냈지만, 아베 정부는 이를 부정하며 일방적으로 수출규제라는 무역전쟁을 일으켰다.

적반하장 태도에 우리 국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보이콧을 외치며 대항했다.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른 것은 “불매운동이 얼마가지 못할 것”이라는 등 일본 본토로부터 전해진 오만한 시각이었다. 한국을 깔보고 얕잡아 보는 행태에 공분했다. 역으로 “오냐! 제대로 보여주마”라며 자발적인 ‘노노재팬’이 확산되는 기폭제가 됐다.

아베 정권의 오만한 행태에 경종을 울릴 필요는 분명히 있다. 이에 대한 발로로 보이콧 등이 확산되고 있지만 기약 없는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불매운동이 아니다. 자유무역 질서를 훼손하며 정치적으로 악용한 일본 측에 손 놓고 마냥 당할 수 없기에 스스로 일어선 것으로, 화해무드가 조성될 때까지 유지될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각설하고,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곱씹어 볼 문제가 있다.

바로 국민연금의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다. 정부가 국민들이 납부하는 보험료를 기반으로 노후에 지급하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그러나 이 기금을 운용하면서 전범기업에게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은 현시점에 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최근 5년간 전범기업 투자 평가액은 5조6600억원이다. 지난해에만 일본 전범기업 75곳에 1조2300억원을 투자했다. 대일항쟁기 당시 10만명 이상의 조선인을 강제로 동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표적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을 포함한 미쓰비시 계열사에는 총 875억원이 투자된 것으로 집계됐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인정치 않고 외려 일방적인 무역보복을 당하고 있는 와중에 우리 국민연금이 전범기업들의 수익을 확보케 하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아무래도 아이러니하다.

국민연금의 전범기업 투자를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물론 어쩌지 못하는 사정도 있다는 것. 일본 주식시장에서 전범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 가량인데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전면적으로 배제하게 되면 포트폴리오 투자위험이 증가해 기금의 수익성·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일본의 공적연금도 우리 주식시장에 엇비슷한 금액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양측 모두 ‘강대강’으로 나갈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우리 증시가 입는 타격이 더욱 클 수 있다.

특히 구체적인 기금운용방향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금운용의 기본 원칙인 ‘운용 독립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는 다시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이러저러한 갖가지 이유를 붙여대며 자기검열에 빠져서, 브레이크 없는 투자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면 공감을 얻기 어렵다.

노르웨이 GPEG는 인권침해, 윤리기준위반, 전쟁 및 분쟁시 심각한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이스라엘·인도·미국·멕시코 등의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한 바 있고 스웨덴·캐나다 등의 해외 연기금에서도 책임투자의 원칙하에 인권적 측면을 고려해 투자대상을 제한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 어떻게 해야 좋을 지 이제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다각적으로 진지하게 논의해 볼 때가 됐다. 전범기업이 아니라도 다른 일본기업에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 상식 밖의 일본에 대해 우리만 지레 겁먹고 성역을 그을 필요는 없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전체 일본기업이 아닌 전범기업에 한해 과거 아픈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투자를 신중히 하겠다는 우리의 명분은 충분하다. 내세워야 한다.

 

작금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국민연금의 전범기업 투자가 명분이 없다. 아베 정부처럼 악의적인 보복조치가 아니다. 한일 무역전쟁 전부터 누누이 논란이 된 사안이다.

 

전혀 결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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