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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박근혜표 면세점‘, 천덕꾸러기 된 사연

롯데·한화·두산의 ‘면세점 흑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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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11.13 10:13:12

송객수수료 증가와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유통대기업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조만간 폐점할 예정인 두산그룹의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 (사진=연합뉴스)

한화와 두산이 최근 면세점 사업을 접은데 이어, 롯데는 월드타워면세점의 특허가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세 곳 모두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 시책에 의해 탄생했다는 점에서 재계에서는 ‘박근혜표 면세점’들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때 특혜 논란까지 부르며 승승장구했던 면세 사업이 왜 이렇게 됐을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CNB=도기천 기자)

한화·두산, 4년 버텨온 면세점 결국 포기
롯데, 부정 혐의로 월드타워점 폐점 위기
박근혜 시절 ‘황금알’이 천덕꾸러기 신세
원칙 무시한 ‘잘못된 정책’ 교훈 삼아야


2015년 야심차게 출범했던 두산그룹의 ‘두타면세점’과 한화그룹(한화갤러리아)의 ‘갤러리아면세점63’이 최근 잇따라 문을 닫았다. 지난 9월 갤러리아면세점63이 폐점한데 이어 지난달 두타면세점도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두산은 두타면세점을 연매출 7000억원 규모로 키웠지만 누적된 적자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흑자(10억원)를 내긴 했지만 면세사업에 진출한 직후 2년간(2016~2017년) 쌓인 600억원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한화도 사정은 비슷하다. 애초 영업 기간은 내년 말까지지만, 면허기간(5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 9월 4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그동안의 영업손실이 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실패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면세사업이 포화상태에 이른 탓이다. 2016년 6개였던 시내 면세점은 지난해 13개(대기업 기준)로 2배 이상 늘었다.

여기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크게 줄며 상황이 더 악화됐다.

두산, 한화와 사정은 다르지만 롯데그룹도 면세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대법원 판결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월드타워면세점의 특허를 청탁한 혐의 중 일부가 유죄로 판명 났기 때문. 관세법 제178조에 따르면 면세점 운영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특허가 취소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대법원 판결문을 검토한 뒤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면세점 사업이 노른자위로 인식되면서 여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2017년 8월 김낙회 전 관세청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면세점 특혜 의혹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혜가 아니라 ‘저주’였나

이들 3개 면세점은 4년전 박근혜 정부의 신규사업자 선정 당시부터 여러 곡절을 겪었다.

정부는 2015년 한화갤러리아, HDC신라면세점, 두산, 신세계, SM(하나투어) 등 서울시내 신규사업자 5곳을 두 차례에 걸쳐 선정했는데, 2000년 이후 15년 만이었다. 당시는 한류 바람이 절정에 이르러 매년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던 때였다.

그러다보니 면세점이 ‘황금알 낳는’ 사업으로 인식되며 온갖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2015년 7월 10일 사업자 발표(1차) 때는 사전유출설이 돌았다.

당시 발표는 주식시장이 문을 닫은 오후 5시에 이뤄졌지만 사업자로 선정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주가는 오전부터 급등해 상한가로 마감했다. 거래량도 전날보다 30배 이상 늘었다. 상한가 행진은 4거래일간 지속됐고 6만원이던 주식은 17만원대로 폭등했다. 하지만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이랜드·SK네트웍스 등 탈락한 기업들의 주가는 약속이나 한 듯 고요했다.

그러자 사전에 입찰 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일었고 금융위원회와 관세청이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결과 한화는 주가폭등과 아무 관련이 없음이 밝혀졌지만, 한동안 갖은 의혹에 진땀을 뺐다.

2015년 11월에 면세점 사업자(2차)로 선정된 두산도 한화의 전철을 밟았다.

두산은 발표가 나기도 전에 사업자로 낙점됐다는 내용이 담긴 정보지(일명 찌라시)가 나돌아 곤욕을 치렀다. 경제단체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수장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과 면세점 인허가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 간에 ‘빅딜’이 있었다는 게 낭설의 요지다. 박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경제사절단 단장 자격으로 동행해 곁에서 수행했고, 정부 고위 관료들과 자주 만나 기업정책 등을 논의해왔는데 이 점이 호사가들의 상상력을 키운 것이다.

롯데의 경우는 더 드라마틱하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관세청은 2015년 7월 면세점 특허 심사 과정에서 계량 항목 평가 점수를 잘못 산정했고, 이로 인해 호텔롯데(롯데면세점)에 불리한 점수가 매겨졌다. 이로 인해 롯데는 탈락하고 다른 기업이 낙점됐다.

그해 11월 롯데월드타워면세점 특허 연장 심사에서도 2개 계량항목의 점수가 잘못 산정되는 바람에 롯데는 지난 1989년부터 27년간 운영해온 자리를 내놔야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시 관세청 실무자들이 해임 등 중징계를 받았지만, 이들이 무슨 목적에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는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이후 롯데가 청탁 혐의를 받게 된 결정적 원인이 됐다. 만약 당시 심사가 정당하게 진행됐으면 롯데가 탈락하지 않았을 것이고, 재승인과 관련해 청탁에 나서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월드타워점 사업권 재승인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청탁했다는 혐의로 수년 간 재판을 받았고, 최근 대법원은 일부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월드타워점은 다시 면허가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송객수수료 증가와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유통대기업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위부터 이날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롯데면세점 소공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사진=연합뉴스)

 

“너나 해라 면세점” 빅3 모두 불참

이런 불편한 과정들을 지켜본 재계는 더 이상 면세점 사업에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데다 온갖 의혹에 휘말렸던 흑역사가 연상되면서 아예 면세사업을 쳐다보지도 않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실제로 유통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이 이달 11~14일 진행하는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에 면세점 ‘빅3(롯데·신라·신세계)’가 모두 불참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대문 상권을 노리고 있는 현대백화점만 두타면세점을 인수하며 입찰에 참여했다. 과거 대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면세사업에 뛰어든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CNB에 “면세점 사업에 관심을 갖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을 떠나 워낙 대내외적인 변수가 많기 때문”이라며 “투자의 기본인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가 매우 힘든 분야”라고 말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곳으로 인식되던 면세점이 이렇게 된 데는 잘못된 수요·공급 정책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사업자 선정 당시 관세법에 따르면, 외국인관광객이 전년보다 30만명 이상 증가할 경우 면세점을 신규 허가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2015년 초에 ‘공항·항만 등을 통한 입국자’였던 외국인관광객의 산출기준을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동향연차보고서로 바꿨다.

이로 인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2015년 외국인관광객 수가 전년보다 100만명 이상 줄었음에도 신규허가가 시행됐다. ‘2015년 기준 관광동향연차보고서’가 2016년 8~9월에 발표되는 점을 이용해 2016년 4월에 2014년 자료를 근거로 면세점 추가 허가 방침을 발표한 것. 당시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유커들의 한국방문이 크게 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 이에 기존 사업자들은 관세청을 찾아 면세점 추가 허가를 반대했지만 무시됐다.

이런 과정은 정부가 일시적인 한류 이벤트에 고무돼 스스로 원칙을 어겼다는 비난을 면키 힘들다.

 

2016년 6개였던 서울 시내 면세점은 지난해 13개(대기업 기준)로 늘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왼쪽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동대문 두산타워. (사진=CNB포토뱅크)

여기에 더해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한반도 사드 배치는 결정타가 됐다. 이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중국 정부는 2017년 3월 한한령(限韓令·한류 및 단체관광 제한령)을 발동했고, 면세점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당시 정부가 중국의 보복조치가 예견 됐음에도 면세점 허가를 강행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CNB에 “그때 정부는 면세점을 신규 허가하지 말든가, 사드를 배치하지 말든가 둘 중에 하나를 택했어야 했다”며 “결국 면세점 사업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셈”이라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관광 인프라 및 기업혁신투자 중심의 투자 활성화’를 이유로 관세법을 완화해 면세점 진입 장벽을 낮췄다. 외국인관광객이 전년보다 20만명 이상 증가하거나 매출액이 2000억원 이상 늘어나는 두 가지 요건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신규 면세점을 허가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고, 외국인 관광객 증가 기준도 30만명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정부가 시장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수급 조절을 해야 함에도 면세점을 계속 허가하는 바람에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한지 오래됐다”며 “결국 박근혜 정부에서 비롯된 실책이 지금까지 나비효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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