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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벌개혁 첫 단추’ 흔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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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9.11.28 14:38:13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이 초기에 강하게 내걸은 깃발은 ‘재벌개혁’이다. 더 이상 썩은 병폐를 좌시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차인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다.

총수 일가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전자투표제 의무화, 집중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은 물론 재벌 보유 부동산에 대한 상세 내역 공개, 출자구조 제한, 전속고발권 전면폐지,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 등은 제자리걸음이다. 꽉 막혀 있는 입법기관인 국회의 탓이라 애써 돌릴 수는 있겠다.

그러나 재벌개혁보다는 오히려 친재벌 정책으로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은 곱씹어 봐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고하던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를 허문데 이어 대주주 적격성 완화 등 문제가 생길 때 마다 한 없이 베풀어주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특혜 시비다.

또한 최근 정부·여당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벤처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도입도 논란이다. 차등의결권이란 상법상 ‘1주 1의결권’ 원칙에 예외를 둬, 1주에 복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재벌가의 3·4세 및 친인척들이 벤처사업가로 변신할 수가 있기에 경영권 세습의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갑툭튀’로 황제경영을 견제할 수 있는 날카로운 칼의 등장에 시선이 모아진다. 의심스러운 현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그나마 살려주고 있는데, 이달 8일부터 본격 시행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 시행령’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자신이 재임하던 회사에 5억원 이상 횡령죄 등 재산범죄로 막대한 손해를 입힌 임직원이 일정 기간 다시 그 기업체에 이사, 임원 등으로 취업하는 것이 제한됨이 골자다.

범죄행위자인 총수일가가 출자기업이나 계열사의 임원으로 재직하는 것을 일정기간 원천적으로 차단, 이달 8일부터 경제범죄를 저질러 형이 확정된 사람부터 적용되고 있다.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까지, 집행유예가 확정된 경우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로부터 2년간 취업을 막았다.

특히 기존에는 주로 공범이나 범죄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얻는 제3자와 관련된 기업체에 대해서만 취업을 제한했지만, 그동안 제외됐던 ‘유죄판결된 범죄행위로 재산상 손해를 입은 기업체’까지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보다 강력한 저지선이 그어진 것이다.

국회의 도움이 필요한 모법을 건드리지 않고 단지 하위법령인 시행령만을 손봐 과감한 메스를 들이댄 것인데, 앞으로는 재벌총수 일가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처벌을 받고 무탈하게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것을 일정기간 차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단, 취업제한이 이뤄지더라도 법무부에 신청해 승인을 받으면 예외적으로 취업이 가능하다. 법무부는 최근 꾸린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를 통해 특정경제사범에 대한 취업, 인·허가 등 승인 여부 및 취업제한 등을 위반한 경우 해임·허가 등의 취소 요구, 그 밖에 특정경제사범 관리에 관한 사항에 대해 심의·자문하는 활동을 꾀할 예정이다.

한편, 경제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범의 위험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취업을 5년간 제한(집행유예 시 2년)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이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형 집행 등이 종료된 기업인의 재직기업 복귀까지 제한해 ‘죄형법정주의’와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어긋나 위헌 소지가 있으며,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된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결국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규율해야 할 사안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설하고, 흔들지 마라. 그렇다고 흔들려서도 안 될 것이다. 이마저도 흐지부지된다면 이 정부는 면목이 없다.

태생적 가치를 후퇴시키거나 스스로 저버리지 않고 이 정권에서 공약했고 이를 지켜내 재벌개혁을 이뤄냈다고 발표하는 날을 기대하는 것이 허무맹랑한 사치나 망상이 아니길 바란다.

이제 겨우 첫 단추가 꿰어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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