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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주류업계 지각변동? 하이트진로의 설욕전

‘테라’ 영토 어디까지…맥주전쟁 마지노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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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수식기자 |  2020.01.22 13:57:23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3월 출시한 테라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5억병 가까이 팔렸다. (사진=김수식 기자) 

맥주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오비맥주 ‘카스’에 내준 지 오래인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테라’를 내세워 대대적인 설욕전에 나서고 있다. 출시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5억병 가까이 팔리면서 맥주시장 영토를 거침없이 앗아가고 있다. 여기에다 ‘진로 이즈백’ 소주 또한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올해 주류업계 판도는 어떻게 변할까. (CNB=김수식 기자)

‘테라 열풍’에 주류시장 흔들
‘소맥’‘뉴트로’ 앞세워 승부수
올해가 맥주전쟁 최정점 되나


하이트진로가 ‘테라’를 출시하면서부터 견고하게 유지되던 주류업계 판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이트진로는 1996년부터 2011년까지 맥주 ‘하이트’로 국내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2005년을 정점으로 점유율이 줄어들었고, 결국 2012년 오비맥주에 자리를 내주고 줄곧 2위에 머물렀다. 2014년부터는 맥주 사업이 영업적자로 돌아서 5년 연속 손실을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하이트진로가 변화를 맞았다. 지난해 3월 출시한 테라가 선풍적인 인기를 일으키며, 출시 100일만에 1억병을 돌파한 것. ‘반짝’ 기세가 아니었다. 165일만에 2억병을 판매하더니 지난해 12월 24일(출시 279일) 기준 누적 판매 약 1503만 상자, 약 4억5600만병(330㎖ 기준) 판매를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이번 달 안에 5억병 돌파가 확실시된다.

출시 당시 목표였던 두 자릿수 점유율을 3개월만에 달성했고, 지난해 11월에 이미 연 판매 목표의 약 2.5배 이상을 판매하며 하이트진로 맥주 부문의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덩달아 소주 ‘참이슬’과 ‘진로 이즈백’의 매출도 올랐다. 테라가 소맥(소주+맥주)으로 마시면 더 맛있다는 입소문이 돌았고, ‘테슬라(테라+참이슬)’, ‘테진아(테라+진로 이즈백)’ 등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테라(오른쪽)가 소주와 섞어 마시면 맛이 더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진로 이즈백'(왼쪽)과 '참이슬'(가운데)도 인기다. (사진=김수식 기자)

 

특히, 지난해 4월 출시된 진로는 복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새로움과 복고·new+retro)’ 열풍에 힘입어 출시 7개월 만에 1억병 이상 팔렸다. 360㎖ 병 제품으로만 만들어낸 성과다.

이 소주는 두꺼비 캐릭터를 통해 원조 브랜드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기존의 녹색 병이 아닌 하늘색 병을 1970년대 디자인으로 복원해 주목받았다. ‘2019 대한민국광고대상’ 디자인 부문에서 금상 수상의 쾌거도 이뤘다.

테라‧진로, 올해도 ‘꽃길’

이러한 신제품들의 인기는 실적에 그대로 드러났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67.9%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492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291억원, 당기순이익은 258억원으로 각각 5.8%, 173.7%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작년 4분기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4분기 실적 컨센서스(Consensus)는 매출액 5177억원, 영업이익 39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75%, 121.59% 증가한 수치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맥주와 소주 모두 신제품 효과로 매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고성장 흐름을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대로라면 올 상반기 맥주 사업에서 흑자 전환도 기대된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맥주 부문은 지난해 2분기를 기점으로 가동률 상승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테라의 판매 호조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 하이트진로의 맥주부문 매출은 작년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테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실적도 크게 오르고 있다. 식당의 한 고객이 테라를 마시고 있다. (사진=김수식 기자) 

 

이처럼 맥주와 소주에서 각각 이익 창출이 가능해지면서 수익성에 기대가 높아지자 하이트진로 주가도 오르고 있다. 실제로 테라 정식 출시일인 지난해 3월 21일 1만8150원이었던 주가는 1월 22일 종가 기준 3만2650원으로, 무려 79.8%나 뛰어올랐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12일 롯데칠성음료와 진로 소주병 교환을 합의하면서 새해들어 기분 좋은 출발을 맞이했다. 앞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진로 이즈백’ 병 색깔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소주 제조사들은 공병 재사용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2009년 자율협약을 맺고, 같은 모양의 360㎖ 초록색 병을 사용해 왔다. 롯데는 “하이트진로가 자율협약을 어겼다”며, 진로 소주병 420만개를 롯데 주류공장에 장기간 방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테라와 진로가 인기를 끌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하이트진로가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간다면 주류업계 1위 탈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정시장은 ‘카스’ 여전히 건재

반면, 이 같은 반등세에 대한 반론도 있다. 먼저, 오비맥주 판매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의견이다. 이는 음식점이 아닌 가정시장에서는 오비맥주 카스의 점유율이 더 높다는 분석에 기인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맥주 전체 소매점 매출액은 8867억원으로 집계된다. 이중 오비맥주의 3분기 소매점 매출은 54.3%인 4818억원이다. 하이트진로는 21.6%인 1921억원를 차지했다.

 

가정시장에서는 오비맥주 '카스'가 여전히 강세라는 분석이다. 대형마트에 테라와 카스가 나란히 놓여있다. (사진=김수식 기자)

 

초반 마케팅을 강화한 일시적인 효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3분기 맥주 사업에서 4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나타났는데 상당 부분이 신제품 테라를 홍보하는 데서 발생하지 않았겠냐는 게 업계 반응이다.

또 테라 열풍이 ‘풍선효과’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비맥주나 롯데주류 등의 경쟁사 맥주가 아닌 ‘하이트’, ‘맥스’, ‘d’ 등 자사 브랜드의 점유율을 빼앗고 있다는 것. 한 편의점 점주는 CNB에 “테라를 찾는 손님들이 확실히 늘었지만, 하이트진로의 다른 맥주들은 찾는 손님이 예전에 비해 줄었다”고 말했다.

(CNB=김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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