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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주류업계 복고 열풍…‘1988’에 뭘 두고 왔길래

‘뉴트로의 실체’ 찾아 유통현장 파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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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전제형기자 |  2020.02.10 09:55:25

뉴트로 맥주·소주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이에 오비맥주는 애초 1월말까지만 서울 주요 상권에 공급하기로 한 'OB라거'의 납품 채널과 판매 기한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하이트진로 역시 '진로(진로이즈백)'의 연간 목표 판매량을 2달 만에 달성하자 소주 공급량을 늘리며 리딩 브랜드로의 입지 구축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노포(老鋪)에서 기자가 OB라거와 진로이즈백을 시음하는 장면. (사진=전제형 기자)      

 

주류업계를 필두로 예전 히트 상품을 리뉴얼해 다시 선보이는 ‘뉴트로 마케팅(New+Retro Marketing)’이 인기다. 이 같은 복고에 새로움을 더한 마케팅은 소비자의 과거 향수를 자극해 소비를 이끌어 내자는 전략이다. 유통가 복고 열풍을 CNB가 들여다봤다. (CNB=전제형 기자)

‘부어라 마셔라’가 ‘나홀로 감성’으로
한잔 술에 옛추억 살리며 웰빙 모드
2030에겐 어릴적 향수와 새로움 선사

 

오비맥주의 오비라거 캔(355㎖)과 병(500㎖)맥주. (사진=CNB포토뱅크)

 

#1, 오비·하이트와 ‘시간여행’

뉴트로 마케팅에 가장 열심인 기업은 주류업계 양대산맥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0월 서울과 수도권 대형마트 10곳에 1952년 출시돼 오랫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OB맥주’에 현대적 감각을 첨가한 ‘OB라거’를 캔(355㎖)으로 한정 출시했다.

오비맥주 브랜드 정통성을 살리기 위해 친숙한 곰 캐릭터와 복고풍 글씨체 등 옛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적용했고 100% 맥아와 독일산 호프만을 사용, 올 몰트 맥주의 깊고 클래식한 맛을 구현했다. 또 알코올 도수는 ‘프리미엄 OB’ 보다 낮은 4.6도로, 깔끔한 목넘김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회사는 추억을 ‘저격’하는 온라인 광고도 제작했다. 해당 광고에선 최근 ‘곽철용 신드롬’을 일으킨 대세 모델 김응수와 원조 OB라거 모델인 박준형이 출연해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랄라라 댄스’ 춤을 23년만에 젊은 감각으로 재탄생시켰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전국 음식점과 유통채널에 원조 브랜드 진로에 현대적 감각을 입힌 ‘진로(眞露)’(일명 진로이즈백 소주)를 병(360㎖)으로 선보였다.

진로이즈백은 브랜드 정통성을 반영하되 과거 디자인을 적용한 라벨 사이즈, 병 모양, 병 색깔 등을 현대적 느낌으로 살렸다. 기존 제품과는 다르게 소주병에 투명한 스카이블루 색상을 통해 새롭고 순한 느낌을 연출했으며 한자로 표기된 진로와 브랜드를 상징하는 두꺼비는 파란색을 입혀 세련된 느낌을 담아냈다.

또 하이트진로는 2030세대를 겨냥해 한달 동안 강남, 홍대 등에서 팝업스토어 ‘두꺼비집’을 열였다. 숯불무뼈닭발과 주먹밥, 해물계란탕, 햄폭탄 부대찌개 등 차별화된 안주 메뉴와 추억의 뽑기 게임, 두꺼비 잡기 게임, 추억의 간식 등으로 구성된 두꺼비 오락실 운영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제공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1975년 출시된 원조 진로(왼쪽)와 2019년 출시된 진로(眞露) 소주. (사진=CNB포토뱅크)

 

주류업계 바깥에서도 복고 열풍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음료와 주류 제품을 동시 생산하고 있는 롯데칠성은 최근 1987년 칠성사이다 모델인 가수 이선희를 33년 만에 ‘칠성사이다 70주년 티징 광고’ 모델로 재기용해 소비자에게 복고풍 감성에 따른 향수를 불러일으키려 애썼다. 이를 통해 1950년부터 70년을 함께한 칠성사이다의 역사를 표현하고자 했다.

생활뷰티업체인 애경산업(애경그룹 계열)은 올해 설 기간에 뉴트로 형식의 ‘오드리 햅번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샴푸, 치약 등이 들어 있는 선물세트 디자인에 외면과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던 그녀의 상징적 이미지를 그려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젊은층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하고자 했다.
 

애경산업, 설맞이 '헵번 뉴트로' 선물세트. (사진=애경산업)

 

#2, 뉴트로 제품들, 효자 등극

이같은 기업들의 복고 마케팅 전략은 속속 결실을 맺고 있다.

‘OB라거’ 캔 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오비맥주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서울 주요 상권 일반 음식점에 병맥주(500㎖) ‘OB라거’를 내놓았다. 애초 가정용 캔으로 대형마트에 국한해 출시할 계획이었던 맥주의 소비자 반응이 사측의 기대 이상이자 병으로 된 제품까지 출시한 것. 이에 따라 오비맥주는 앞으로 판매채널을 넓혀 갈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또 지난 설 명절 동안 전국 대형마트에 355㎖ 캔 12개, 전용잔 2개, 스티커 1매로 구성된 ‘OB라거 랄라베어’ 패키지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호응에 부응했다.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은 출시 7개월만인 지난해 11월말 기준 누적판매 335만 상자, 1억53만병(360㎖)을 달성했다. 이는 월평균 약 1436만병을 판매한 것으로, 1000만병 판매 이후 4.5배 빨라진 판매 속도를 보였다.

이렇듯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품귀현상이 발생하자 회사는 지난 10월 공장생산 라인을 확대해 공급을 안정화했다.

롯데칠성 광고는 국내외에서 론칭된 TV광고를 접할 수 있는 TVCF에서 3개월 이내 온에어 된 광고 중 ‘베스트 CF’ 1위를 비롯, 1월 ‘직장인이 뽑은 BEST’, ‘커리어우먼이 뽑은 BEST’, ‘주부가 뽑은 BEST’에서도 각각 1위에 랭크되며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도를 확인했다.

 

애경산업 역시 뉴트로 감성이 가미된 ‘생활용품 선물세트’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칠성의 '칠성사이다 70주년 티징 광고' 스틸컷. (사진=롯데칠성)

 

#3, 복고 트렌드 먹히는 이유 ‘셋’

이처럼 향수를 자극하는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끄는 이유는 뭘까.

우선 레트로(복고풍) 감성이 보편적인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중장년층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움을, 젊은층에게는 신선함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에게는 윗세대를 통해 경험한 상품들을 새롭게 접하는 즐거움을, 부모님 세대는 어릴적 추억을 살려내는 효과를 동시에 발휘하고 있다는 것. 기업 입장에서 보면 소비층이 넓어졌단 얘기다.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측면도 있다. 사회평론가 구병두 교수(건국대)는 CNB에 “현대인들은 나날이 발전해가는 기술 혁신 대비 소통 부재, 개인주의 경향 심화,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외롭고 불안한 심리를 띄기 쉬운 상황에 놓여있다”며 “이에 많은 소비자들이 과거 추억을 떠올리며 심리적인 위로를 받고 있다. 바로 이점이 복고 마케팅과 접목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소비 취향의 변화도 복고 열풍에 한몫을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최근 주류소비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예전에 비해 1인 음주, 작은 사치로서의 음주, 감성·개성을 표현하는 음주, 가벼운 음주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홀로 감성’을 즐기는 쪽으로 음주 트렌드가 변하면서 뉴트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관계자는 CNB에 “취하기 위해 술을 마셨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엔 과거 추억을 떠올리며 한잔 가볍게 즐기는 문화가 빛을 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의 'OB 라거 : 랄라라,100% 올몰트로 즐겨라'편(왼쪽)과 하이트진로의 '진로 : 높이뛰기'편 광고. (사진=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반면 이런 식의 마케팅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모 주류회사의 뉴트로 콘텐츠를 접해본 박모(26)씨는 “제품을 봐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며 “경험하지 못한 시대의 상품이 주는 이미지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의 과거 명성, 기성세대들이 느끼는 감성을 신세대들이 그대로 느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신선함을 느끼는 정도만이라도 효과적이란 생각”이라고 밝혔다.

(CNB=전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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