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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한진家 ‘누나의 난’은 언제 끝날까

한진칼 사태 대한항공까지? 가능성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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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02.18 10:53:37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 가족 간 경영분쟁의 정점이 될 한진칼 주주총회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분쟁이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이 주총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내년에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 조 회장과 대척점에 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조 회장의 누나)은 이번 사태를 어디까지 끌고 갈까. (CNB=도기천 기자)

조 회장, 내년엔 대한항공 임기만료
한진칼 주총 이기더라도 불씨 남아
재계 “제2의 롯데 사태 될라” 우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시작된 한진가(家) 경영 분쟁에서, 일단 현재는 조원태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내달 25일로 예정된 한진칼(한진그룹 지주회사) 주주총회를 앞두고 파격적인 혁신안을 내놓았는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내놓은 개선책은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조 회장은 최근 한진칼과 대항항공 이사회를 잇따라 소집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고 레저·호텔사업을 접기로 했다. 부실사업을 정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초강수였다.

또 기존 대표이사가 겸직하던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별도로 선출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이는 조 회장 스스로 한진칼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얘기다. 또 대한항공 이사회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주주가치와 주주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을 사전 검토하는 거버넌스위원회를 새로 설치하는 안을 의결했다.

 

한진가(家) 가족분쟁의 당사자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장면1  조원태 ‘혁신’ vs 조현아 ‘뒷북’

반면 조 전 부사장 측이 지난 13일 한진칼에 제출한 주주제안(주주들이 주총 안건을 제시하는 행위)은 조 회장의 혁신안과 별 차이가 없었다.

조 전 부사장과 함께 주주연합을 결성한 KCGI, 반도건설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독단 경영을 막겠다며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 △사외이사 중심 거버넌스위원회·보상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지만 이는 조 회장의 안과 겹치는 부분이다.

이밖에 △준법감시 윤리위원회 및 환경·사회공헌위원회 신설 △이사회가 특정 성별로만 구성되지 않도록 정관 변경 △전자투표제 도입을 제안했는데, 이 사안들도 한진그룹 내에서 오래전부터 공론화 되어온 것들이라 새로울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전자투표제는 시스템 개발 등에 시일이 걸린다는 점에서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조 회장을 대신할 전문경영인들(사내·외이사 후보 8인)을 공개했는데, 이들이 항공업 경험이 부족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실제 사내이사 후보 3인 중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SK그룹 부회장, SK C&C(씨앤씨) 대표이사 등을 지냈지만 항공업 경력은 없다.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국총괄 또한 항공업과는 무관하다.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는 항공업 경험은 있지만 그룹의 호텔사업 부문 요직을 두루 거치며 조 전 부사장과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에서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과거 칼호텔네트워크·왕산레저·한진관광 등의 대표를 맡으며 그룹 내 호텔·레저사업을 이끌었다.

이에 대한항공 노조는 “항공산업의 기본도 모르는 이들과 (조 전 부사장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계열사인 한진·한국공항의 노조도 “최근 조원태 회장을 몰아내고 3자 연합(조현아·KCGI·반도건설)이 한진그룹을 차지하려는 시도를 지켜보며 깊게 우려하고 있다”며 “(조 전 부사장은) 복수심과 탐욕을 버리고 자중하라”고 주장했다.

 

반(反) 조원태 연합군.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사진=연합뉴스)
 

장면2  우려했던 국민연금, ‘중립’ 모드

이런 가운데 본의 아니게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된 국민연금이 사실상 ‘중립’ 모드를 취하고 있는 점도 조 회장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한진칼 주총에서 표대결이 이뤄질 경우, 33.45% 대 32.06%로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 측 지분을 1.39% 앞선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지분을 2.9%가량 갖고 있다.

따라서 조 회장은 행여 국민연금이 ‘반 조원태 연합군’의 주주제안에 참여하지 않을까 마음을 졸여왔다.
국민연금은 작년 한진칼 주총 때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하며 적극적 주주 행동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이사는 이사직을 즉시 상실한다’는 내용의 정관변경을 요구했다.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시 총수(고 조양호 회장)를 겨냥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진그룹이 스스로 혁신안을 내놓자 국민연금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상법상 주주제안은 직전 연도 정기 주주총회일에 해당하는 일자의 6주 전까지만 가능하다. 지난해 한진칼 주총은 3월29일에 열렸으므로 2월15일까지가 주주제안 시한인데 이때까지 국민연금의 반응은 없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CNB에 “한진칼 주총과 관련된 논의는 아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의 선제 조치에 명분을 잃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조원태 회장이 자신에게 특별한 결격사유가 발생한 것도 아닌 상태에서 스스로 높은 수위의 개혁안을 내놓았기 때문에 주주들이 조 회장을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조원태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내년에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에서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사진=연합뉴스)
 

장면3  남은 불씨는 ‘대한항공’

이처럼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이 경영권을 지킬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그렇다고 분쟁의 불씨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가 내년 3월까지라는 점에서다. 대한항공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핵심계열사다.

문제는 이사 선임과 해임을 특별결의사항으로 규정한 정관이다. 특별결의사항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대다수 상장 기업이 이사 선임·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으로 분류해 주총 참석 주주 과반의 동의만 얻으면 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1997∼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해외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성행하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1999년 이사 선임·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에서 특별결의사항으로 바꿨다.

하지만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취했던 조치가 되레 조 회장의 발목을 잡게 됐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주총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작년 11월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는 29.96% 지분을 보유한 한진칼이며, 국민연금공단(10.63%), 정석인하학원(2.73%), 우리사주조합(1.56%) 등이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는 소액주주(57.62%)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등 총수 일가의 대한항공 지분은 우선주를 포함해 0.01% 수준으로 미미하다.

 

지난해 대한항공 주주총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장면4  커지는 우려

 

따라서 대한항공은 내년 주총에 대비해 올해 주총에서 정관 개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 선임·해임안을 특별결의사항에서 일반결의사항으로 다시 바꾸는 작업이다. 하지만 정관 개정 역시 특별결의사항이기 때문에 이 역시 올해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대주주인만큼 한진칼 이사회를 어느 쪽이 장악하느냐에 따라 대한항공 주총의 향방도 갈릴 수 있다”며 “조 회장이 이번에 한진칼 대표이사직(사내이사 연임)을 유지하게 되더라도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다면 내년 대한항공 주총에서 또 한번 힘든 싸움을 해야할 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만약 한진그룹 분쟁이 길어질 경우, 롯데가(家)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롯데그룹은 창업주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을 등에 업은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회장 간의 경영권 다툼으로 수년간 고초를 겪었다.

양측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한·일 양국에서 서로 간에 해임무효, 손해배상청구, 가처분, 업무방해, 재물은닉, 명예훼손 등 여러 소송을 벌였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무려 다섯 번이나 신 회장 해임안을 상정했지만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마지막 해임안이 부결된 2018년 6월이 되어서야 형제간 분쟁이 일단락됐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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