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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삼성·KT·아모레…가전도 화장품도 “체험을 팝니다”

앞다퉈 체험장 도입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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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0.02.28 09:34:40

서울 광화문 KT 스퀘어 1층에 있는 '일상이상' 전경. KT와 삼성전자의 서비스와 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요즘 뜨고 있거나 이미 뜬 체험 중심형 매장에는 몇 가지 법칙이 있다. 상품을 설명하지 말고 경험하게 할 것, 성능이나 기능 소개는 은연중에 할 것, 전에 없던 새로운 문화를 선보일 것 등이다. 이 정도만 지켜도 명소로 올라서기에 손색이 없다. 전자기기도 통신서비스도 화장품도 체감을 먼저 파는 시대. 오감 만족을 넘어 육감을 건드리는 이색 공간들을 찾았다. (CNB=선명규 기자)

‘일상이상’·‘아모레 성수’ 등 가보니
“사세요” 아닌 “이렇게 써보세요”
까다로운 설명보단 경험으로 전달


서울 광화문 KT 스퀘어 1층에는 이상한 장소가 숨어 있다. 로비 옆, 의뭉스러운 짧은 복도를 지나 들어가면 온통 핑크빛 일색인 공간이 나타난다. 갖가지 옷이 행거에 걸려 있고 TV,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들이 다림판이나 책상 위, 또는 발 닿는 어딘가에 무심히 놓여 있다. 한쪽 벽에는 반듯이 열 맞춘 세탁기 8대가 둥근 눈을 뜨고 바라본다.

이곳의 정체는 뭘까? 정체성은 반짝이는 네온사인 문구에서 드러난다. ‘오늘은 빨래하기 좋은 날’. KT와 삼성전자가 함께 기획해 마련한 이곳 ‘일상이상’은 코인 세탁소를 주제로 꾸민 체험 공간이다. 양사가 새로 선보인 서비스와 신규 기능들을 ‘빨래’라는 매개를 통해 겪어볼 수 있다.

 

음질을 비교하며 들을 수 있는 '드랍더비트' (사진=선명규 기자)

이 삼위일체를 가장 직관적으로 만날 수 있는 구역은 초입에 마련된 ‘드랍더비트’다. 최근 찾은 ‘일상이상’에서 입구에 설치된 자판기 앞에 섰더니 화면에 연이어 질문이 나왔다. 답이 끝나면 어울리는 노래와 향기를 추천해준다고 했다.

‘당신의 오늘 날씨’, ‘당신을 표현하는 패턴’, ‘당신만의 디저트’란 항목 아래 나온 보기 중 하나씩을 선택하자 시트형 섬유유연제를 닮은 카드가 떨어졌다. 라벤더향이 나는 카드 뒷면에는 QR코드가 새겨져 있었다.

재생은 옆에 놓인 삼성 갤럭시 2대로 해야 한다. 1대씩 차례로 카메라를 켜고 QR코드에 대자 헤드폰에서 ‘벚꽃엔딩’이 즉각적으로 흘러나왔다. 차이가 있다면 음질. 왼쪽은 KT의 초고음질 음악서비스 5G 리얼지니팩으로, 오른쪽은 일반 음질로 청음이 가능하다. 빨라진 기기의 반응, 한층 맑아진 소리를 이러한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다.

양사의 기술을 가지고 노는 코너도 있다. ‘나 돌아갈래’에서는 구비된 휴대전화들을 통해 여럿이 KT의 5G 영상 통화 서비스 나를(narle)과 사용자의 얼굴을 아바타로 구현하는 갤럭시의 AR이모지를 활용해 셀피를 찍을 수 있다. 해당 사진은 원하면 전송도 해준다. ‘Cloth-업’에서는 갤럭시 노트10의 S-PEN으로 그린 그림을 프로젝터로 투사해 정면의 새하얀 티셔츠에 비춰볼 수 있다. 솜씨가 없어도 여기서는 누구나 아티스트가 된다.

KT 관계자는 CNB에 “KT의 5G를 삼성의 기기들로 자유롭게 체험할 있도록 꾸몄다”며 “통신과 관련한 체험이나 전시는 딱딱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직접 체험도 하고 포토존에서 촬영도 가능해 젊은 층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아모레 성수'에서는 곳곳에 마련된 화장대에서 아모레퍼시
픽그룹의 30여개 브랜드, 2300여개 제품을 써 볼 수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인스타그래머 사로잡은 ‘아모레 성수’

체험형 매장 도입은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활발하다. 그중 지난해 10월 문 연 ‘아모레 성수’는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들의 필수 방문지로 떠오른 곳. 비결은 물건 대신 경험만을 판매하는 파격적인 운영 방식이다.

지난 21일 이곳에서 만난 20대 직장인 오순영 씨는 “기초부터 색조 화장품까지 마음껏 써보면서 나에게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다”며 “인테리어도 독특해 SNS에 올리기에 좋다”고 말했다.

오 씨의 말대로 ‘아모레 성수’에서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30여개 브랜드, 2300여개 제품의 체험이 가능하다. 길게 늘어선 탁자와 벽장에 빼곡히 도열한 화장품들을 바구니에 담아 곳곳에 마련된 ‘화장대’에서 자유롭게 시용할 수 있다. 미리 예약만 하면 전문가가 메이크업을 해주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독특한 건물 내외부도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요소다. 과거 자동차 정비소였던 건물을 개조했는데, 노출 콘크리트 같은 옛 인테리어 방식을 그대로 살려 요즘 세대에게는 오히려 신선함을 준다. 중앙에는 연못과 수풀이 우거진 정원이 중정처럼 자리하고 있어 거친 마감과 대비되는 효과가 있다. 구석구석이 촬영 명소라 SNS에 ‘# 아모레 성수’를 검색하면 11만개 이상의 관련 게시물이 쏟아진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CNB에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기 이전에는 평일 기준 하루 평균 500명, 주말에는 900명 가량이 몰릴 정도로 붐볐다”고 말했다.

애경산업의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루나(LUNA)가 AK& 홍대점에 마련한 ‘루나 시그니처’ 매장을 찾기 전에는 미리 목표를 정하는 것이 좋다. 오늘은 어떤 얼굴을 내보일까? 이곳은 데이트존(Date Zone), 오피스존(Office Zone), 클럽존(Club Zone) 등 세 가지 콘셉트로 매장을 꾸몄다. 각 구역에서는 루나 제품으로 각 상황에 맞는 메이크업을 할 수 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CNB에 “퇴근 후 모임 또는 데이트에 가기 전 들러서 목적에 따라 메이크업을 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했다.

 

AK& 홍대점 2층에 오픈한 애경산업의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루나 시그니처' 매장 내부 모습 (사진=선명규 기자)


육감 자극→잠재적 소비로

기업들이 곧장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 ‘체험장’을 도입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유통 채널이 다각화되면서 생긴 변화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화장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사상 처음으로 10조원(12조2986억원, 통계청 조사)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거래액 9조8404억원에서 껑충 뛰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오프라인에서의 판매만 고집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판매장을 체험장 형태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도 한몫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소비자들은 복잡한 설명보단 직관적인 경험을 중시한다”면서 “일상에서 특정 제품을 어떻게 활용 가능한지 보여줌으로써 당장이 아닌 잠재적 소비를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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