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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재벌家 3·4세들, 요즘 시국에 주식 사들이는 ‘속내’

책임경영의 일환?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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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03.24 10:10:48

23일 오후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폭락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처럼 폭락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 오너들은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경제위기를 야기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국내 증시가 연일 폭락하는 와중에도 일부 재벌기업 오너가(家) 자녀들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겉으로는 주가를 방어하려는 책임경영 의지라 밝히지만, 또다른 속내도 있어 보인다. CNB가 내막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증시 대폭락 와중에 자사주 매입
주가방어·책임경영 차원이라지만
쌀때 지분 늘리자는 속내도 작용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세계 86개국 증시 시가총액은 코로나19 여파로 한달 새 약 3경2000조원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총 감소 폭이 30% 이상인 국가는 86개국 가운데 40곳에 달했다. 한국 증시 시총 또한 1조4062억 달러에서 8731억달러로 37.9%나 줄었다. 코스피 지수는 현재(23일 종가기준) 1482선까지 내려가 올해 고점(2257) 대비 34%나 주저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기업 오너들이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자사주 매입은 오너나 기업이 자기자금으로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자사주를 가장 두드러지게 매입한 재벌가는 GS그룹이다.

고 허만정 GS 창업주의 손자인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이달 들어서만 일곱 차례에 걸쳐 8만5608주를 장내매수했으며, 허 회장의 조카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또한 여섯 차례에 걸쳐 14만6357주를 사들였다.

또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인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4만2000주,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의 아들 허선홍씨 2만5000주,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의 자녀인 허원홍씨가 1만4000주,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의 차남인 허정홍군이 7만8155주를 최근 매수했다. 이들은 모두 창업주 집안의 손자, 증손자들이다.

이에 따라 GS그룹은 지난 17일 허창수 회장(GS 최대주주이자 허태수 회장의 형) 외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기존 49.11%에서 49.86%로 0.75%포인트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최근 자사주를 두드러지게 매입한 재벌가는 GS그룹이다. (주)GS 최대주주인 허창수 회장과 그의 막내동생인 허태수 GS그룹 회장. (사진=CNB포토뱅크)
 

누이 좋고 매부 좋다?

LS그룹은 구자은 LS엠트론 대표를 비롯한 오너일가가 지주회사 (주)LS의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LS는 지난 6일 오너일가 15명이 보통주 6만6701주를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HDC그룹(현대산업개발)에서는 정몽규 HDC 회장의 장남인 준선씨와 차남인 원선씨가 지난달 2∼4일 각각 3만주, 4만주씩 모두 7만주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지분율이 37.88%에서 38.00%로 늘었다.

대신증권 오너가 3세인 양홍석 사장은 지난 2일과 3일 3만3417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번 거래로 양 사장의 지분은 2019년 9월말 기준 7.79%에서 8.28%로 높아졌다.

앞서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은 지난 1월말 신세계 보통주 5만주를 장내 매수해 지분율이 9.83%(96만7853주)에서 10.34%(101만7853주)로 올랐다.

이밖에도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장남 윤인호 전무가 지난달 말 회사 주식 5만1500주를, 대한제분 창업주 이종각 회장의 장남이자 2대 주주인 이건영 회장이 최근 자사주 4378주를 사들였다.

이들은 하나같이 ‘책임경영’을 자사주 매입의 이유로 밝히고 있다. “회사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겠다는 경영진의 책임경영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A기업), “책임경영 및 주가부양의 의지를 대내외 표명한 것”(B기업) “그룹 경영실적에 대한 자신감”(C기업) 등이다.

일반투자자들 또한 오너일가의 이런 행위를 ‘호재’로 받아들인다.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다.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대주주가 나섰다는 점에서 매수 타이밍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현대차 관련주들은 23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 190억원어치를 사들였다는 공시가 나오자 낙폭을 줄였다.

더 나아가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에는 발행 주식수 자체가 감소하게 되므로 기존 주식의 가치가 상승되는 효과가 있다. 최근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목표주가가 한단계 상향된 예가 대표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NB에 “자사주 매입은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오너가 직접 신경 쓰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주가흐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주요 재벌그룹의 최고경영자들. 이들은 자사주 매입, 주식 상속·증여 등의 방식으로 선대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사진=연합뉴스)
 

경영 승계 ‘우회로’ 될까

여기까지가 드러난 이유라면, 말못할 속내도 있다. 자사주 매입으로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려면 지분을 상속하거나 증여해야 하는데, 막대한 세금이 걸림돌이다.

상속·증여세는 재산 규모에 따라 세율이 달리 매겨지는데 5억~10억원까지는 세금이 없거나 미미하다.

 

하지만 상속·증여 재산이 30억원을 넘으면 최대세율인 50%를 적용받는다. 여기에다 최대주주 지분을 50% 미만 상속·증여할 때는 20%, 50% 이상 상속·증여할 때는 30% 할증된다. 이를 감안하면 최고세율은 65%까지 높아진다. 1000억을 상속받거나 증여받는다면 최대 650억원의 세금을 내야한단 얘기다.

이는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학계에 따르면 실제 상속세를 내는 비율인 실효세율이 일본, 독일, 미국 보다 우리나라가 높다.

이처럼 높은 세율로 인해 기업들은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례로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이 작년 4월 별세하면서 조원태 회장 등 유족들이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2600억원의 상속세 마련을 위해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고,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 주식으로 담보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

LG그룹 또한 2018년 구본무 회장이 타계하면서 총수 자리에 오른 구광모 회장이 수천억대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했다. 연이자 1.8%를 적용해 여섯 차례 나눠서 내는 연부연납 방식, 판토스 보유 지분(7.5%) 매각, 주식담보대출 등이었다.

하지만 이에 비해 자사주 매입은 세금 부담을 피하면서도 가업 승계에 유리하도록 지분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사주 매입은 세법상 분리과세로 20%의 단일세율이 적용되며, 4대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주가가 폭락한 지금이 매입 적기일 수 있다. 실례로 오너 일가가 지분 확보에 나선 GS의 경우, 최근 주가는 지난 5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고 1년 전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NB에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막대한 세금을 내며 주식을 물려받는 식의 고전적인 경영승계 방식 보다 자사주를 사들이는 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여기에다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막는 효과까지 있어 대주주 일가 입장에서는 지금이 적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너들에게는 증시 위기가 또 다른 기회가 되는 셈이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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