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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영혼까지 끌어 현금확보” 재계 자산매각 러시 “왜”

알짜 부동산까지 던져…‘4월 위기설’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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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03.31 09:27:47

한진그룹이 최근 매각을 결정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한진그룹은 이 부지에 7성급 호텔을 짓는 것을 숙원(宿願)으로 여겼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전방위적으로 현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주식 매각은 물론 알짜 부동산까지 시장에 던지고 있다. 이러는 이유는 신용등급이 떨어져 대출·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채권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 이른바 ‘4월 위기설’이다. CNB가 2008년 금융위기 때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는 재계를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금융위기 학습효과 ‘현금 확보 총력전’
사상 최대 채권만기…4월 위기설 부상
커지는 공포…정부대책에도 ‘마이웨이’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다 대출받아 투자)에서 ‘영끌 현금’(영혼까지 끌어다 현금 확보)으로 상황이 급반전 됐다. 지금은 어떻게든 실탄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A대기업 임원)

금융감독원 및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말까지 부동산·주식 등 유형자산 양도 및 처분결정을 공시한 상장사는 30여곳에 이른다. 이들이 매각을 결정한 주식 규모만 무려 2조3천억원에 달하며, 토지·건물·공장 매각까지 합치면 3조원을 웃돈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하면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유통업계에서는 양대 거두인 롯데와 신세계가 자산을 빠르게 현금화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지난 25일 마곡도시개발사업 업무용지 CP4 구역을 8158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이 부지는 마곡 스타필드 건설을 위해 2013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부터 2340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마트가 세금·부대비용을 제하고도 3000억원 가량의 매매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13개 점포를 총9525억원에 처분한 바 있다.

롯데쇼핑은 자구책으로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전국 700여개 오프라인 점포 중 30%에 달하는 200여개 점포를 단계적으로 폐점하고 있는 중이다.

 

정부가 시중에 자금을 푸는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워낙 경기가 좋지 않은 탓에 기업들은 자산을 빠르게 현금화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관련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돈 되는건 다 판다”

전세계 하늘길이 막히면서 비상경영에 돌입한 항공업계도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한진그룹은 유휴자산과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핵심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지난달 6일 이사회를 열어 ‘7성급 호텔’ 건립 계획이 무산된 바 있는 종로구 송현동 부지(토지 3만6642㎡, 건물 605㎡)를 매각하고, 비주력사업인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의 지분 또한 연내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튿날인 7일에는 한진칼(한진그룹 지주사)이 이사회를 열어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의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를 처분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대한항공은 6227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까지 발행했다. ABS는 미래에 발생할 매출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향후 5년간 비씨(BC)카드를 통해 결제되는 항공권의 신용카드 매출 채권 등을 담보로 제공했다.

코로나19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한 기업들도 장기불황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몸집을 줄이고 있다.

LG전자는 다음달에 LG홀딩스홍콩 지분 49%를 리코창안유한회사에 6688억원에 매각할 예정이다.

LG하우시스는 울산 신정사택의 토지와 건물을 630억원에 처분키로 결정했다. 지난해 ‘어닝쇼크’를 겪는 등 9년째 유지한 ‘AA’ 등급을 반납할 위기에 처하자 재빠르게 다이어트에 들어간 것.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옛 사옥이던 강남 성암빌딩 매각을 추진했으나 이달 초 무산되면서 유동성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주식·증권을 처분하고 있는 기업도 크게 늘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대유에이텍과 유선 통신장비 제조업체 대유플러스는 최근 보유하던 스마트저축은행 주식을 미래테크원, 미래코리아 등에 팔았다. 아이에스동서는 조만간 사업부 하나를 분할해 신설회사를 설립한 뒤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위메이드, 한솔시큐어, 한류AI센터, 에스맥, 바이오톡스텍, 에스모머티리얼즈 등 코스닥 상장사들은 자회사 및 투자 회사 지분을 팔아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면서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회사채 시장마저 요동치고 있다. 사진은 3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회사채 만기 ‘발등의 불’

이처럼 자산을 현금화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큰 틀에서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원인이지만, 각각의 처한 상황은 온도차가 있다.

일부기업은 부동산 가치가 더 하락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토지·건물을 처분했다가 향후 경기가 살아나면 다시 투자하겠다는 셈법을 갖고 있다. 실례로 한국타이어는 최근 부산 영도 물류센터 부지 등 유휴자산을 매각하면서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은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발행했던 회사채가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음달부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은 42조원에 이르는데 이중 올해 최대 물량인 6조5천억원 어치의 만기가 4월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만기 시점에 맞춰 다시 회사채를 발행해 현금을 마련, 기존 회사채를 갚는 방식(차환발행)으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 여파로 새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게 됐다. 회사채 발행 규모와 금리는 신용등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신용등급이 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줄줄이 하향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올해들어 현재까지 신용등급을 하향조정 했거나 하향조정을 검토 중인 대기업은 33개사(하향조정 21개, 하향검토 12개)에 이른다.  LG디스플레이, 두산중공업, 현대로템, 이마트, 대한항공, 한진칼, 두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CJ CGV 등이다.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액 자체가 크게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달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2월 마지막주 회사채 발행액이 4조 2442억원이었는데 3월 첫째주와 둘째주는 각각 1조 7558억원, 1조 4245억원에 불과했다.

실제 대우건설은 이달 초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하려던 계획을 미뤘다. 한국석유공사는 다음달 예정된 5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 발행을 하반기로 연기했다.

문제는 회사채 시장만이 아니다. 기업의 자금줄인 유상증자, 상장(IPO), 은행 대출 등이 전부 얼어붙은 상태다. 국내증시가 폭락해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상장을 포기하는 기업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화장품 원료소재 기업인 엔에프씨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 일반공모 청약까지 마쳤지만, 주식가치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 20일 돌연 상장 진행을 철회했다.

이처럼 자금줄이 말라붙는 ‘돈맥경화’ 상태에 처하자 마지막 수단인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내외 경기가 꽁꽁 얼어붙자 기업들은 사업재편·구조조정 등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있다.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에서 골리앗 크레인을 배경으로 봄꽃이 만발해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고난의 행군' 언제까지?

정부는 이런 현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국은행을 앞세워 획기적인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무덤덤한 편이다.

한은은 4월부터 3개월 간 시중은행·증권사들로부터 환매조건부채권(RP) 전부를 매입할 계획이다. RP는 금융기관이 일정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RP를 매입한다는 건 금융기관에 현금을 무제한으로 푼다는 얘기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볼 수 없었던 초유의 양적완화 조치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처럼 회사채를 정부가 직접 매입할 방법은 없다. 한은법에는 한은의 여신과 증권 매입 대상이 국고채와 정부보증채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RP를 통해 시중에 자금이 풀릴 수 있겠지만, 당장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들은 만기연장, 대출지원 등 보다 확실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만기를 막아내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흑자 도산’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은 흑자가 나고 있는데도 채권을 못 막아 부도가 나는 상황을 뜻한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CNB에 “금융기관이 자금난에 시달리면 기업대출을 회수하는 등 연쇄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이 유동성 공급에 나선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6월까지 한시적인 조치인데다, 한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이 자금회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설령 만기연장, 대출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나오더라도 워낙 글로벌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한동안은 강도 높은 사업재편·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는 한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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