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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이재용·정의선·구광모·최태원…닻 올린 ‘재계 동맹’

‘배터리’서 시작된 협력관계, 전경련 빈자리 메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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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07.01 09:51:16

과거 전경련 시절,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왼쪽)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위쪽 사진) 이들의 손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작년 1월 신년회 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을 잇따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과 두고 ‘재계 연합’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전경련 시대를 대표했던 1·2세대 기업인들이 은퇴하거나 별세하면서, ‘SNS 세대’로 회자되는 3·4세 총수들이 ‘금기’를 깨고 연대에 나섰다는 점에서다. 일단 교집합은 ‘전기차 배터리’지만, 재계에서는 갈수록 공통분모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4대그룹 총수들 ‘전기차 배터리’ 협력
‘한국판 뉴딜’ 재계 연합 탄생 가능성
연합체의 공통분모는 ‘실용주의·소통’
옛 전경련 역할 해낼지 기대감 ‘솔솔’


‘재계 동맹’의 신호탄을 가장 먼저 쏜 사람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다. 그는 지난 5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6월 22일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각각 만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했으며, 조만간 최태원 SK 회장도 만날 예정이다.

만약 이들 간 협력이 구체화 된다면 재계 1~4위 총수들이 손을 잡은 셈이 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작년 기준 자산규모 순위는 1위 삼성(자산총액 414조5000억원), 2위 현대차(223조4900억원), 3위 SK(218조 130억원), 4위 LG(129조6100억원)다.

정 부회장이 먼저 손을 내민 이유는 현대차그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친환경(수소·전기)차 사업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 차를 선보일 예정인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이 순수 전기차다. 현대차의 경우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친환경차 분야 세계 3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기아차는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지난해 2.1%에서 2025년에 6.6%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기차 배터리 확보가 필수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수급이 확보돼야 전기차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의 환경 규제와 세계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으로 전기차 공급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는 배터리 공급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1987년 2월 제26차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18대 회장에 추대된 구자경 LG 회장(왼쪽)이 전임 회장인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위쪽 사진) 이들의 손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LG화학 오창공장에서 협력의 의미로 손을 잡고 있다. (사진=각사 제공)

 

현대차, 배터리 동맹 ‘속도’

이런 가운데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사는 중국의 CATL, 일본 파나소닉 등과 함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25.5%(1~4월 기준)의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카와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에 LG화학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는데, 갈수록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정 부회장은 구 회장을 만나 LG화학이 집중하고 있는 장수명(Long-Life)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의 개발 방향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정 부회장이 이 부회장과 만난 이유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전고체 배터리의 안전성과 수명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기존보다 배터리 음극 두께를 얇게 만들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을 개발한 상태다. 배터리 1회 충전으로 800km 주행하고 1천회 이상 재충전할 수 있는 꿈의 기술이다. 이에 정 부회장은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이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과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정 부회장은 조만간 최태원 회장과도 만나 SK이노베이션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 ‘45’ (사진=현대차 제공)
 

젊은 오너들, 새 연합체 ‘시동’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현대·기아차와 삼성, LG. SK 등 4대그룹이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차 개발을 위한 공동협력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배터리 3사가 모두 국내기업인 만큼 현대차 입장에서는 특정 회사와 손잡는 합작사보다는 3사와의 동맹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구나 미래차는 문재인 정부가 ‘한국판 뉴딜’로 육성하는 산업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을 미래먹거리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4대그룹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할 필요성이 커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4대그룹의 협력 논의가 전기차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는 ‘재계 세대교체’가 배경이 되고 있다.

최근 5~6년 사이에 재계 1·2세대들이 은퇴하거나 유명을 달리하면서 지금은 40~50대 젊은 나이의 3·4세들이 기업을 이끌고 있다.

이들이 선대회장 시절의 권위와 형식주의를 과감히 탈피해 실용노선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연대 가능성이 점쳐진다.

실제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 구 회장, 최 회장은 사석에서 호형호제(呼兄呼弟)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최 회장, 구 회장 세 사람은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때 재계 대표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는데, 서로를 챙기고 배려하는 모습이 자주 카메라에 잡혔다. 나란히 백두산을 오르고 대동강변에서 함께 셀카를 찍은 것. 과거 재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다.

한 대기업 지주회사 관계자는 CNB에 “과거 한국 재계는 특유의 보수성과 경쟁심리 때문에 재벌 간 업무협력은 사실상 전무했다. 하지만 지금은 실리·실속이 권위보다 우선이 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과거 전경련 시대의 선대 회장들과 달리 3·4세대 젊은 총수들은 소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 때 최태원 SK 회장이 대동강변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권위 보다 실리” 정부와 손발 맞출듯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이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는 점도 재계연합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전경련은 한때 경제계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거대조직이었다. 초대 삼성 이병철 회장을 비롯, 현대 정주영, LG 구자경, SK 최종현, 대우 김우중 등 5대그룹 총수들이 차례로 회장을 맡았다. 근대화 시기 전경련은 자유시장경제를 뿌리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잇단 권력형 게이트로 인해 지금은 ‘적폐’ 취급을 받고 있다. 전경련이 전두환 정권의 자금줄(일해재단) 역할을 해온 사실이 1988년 5공 청문회를 통해 드러났고, 1995년에는 전두환·노태우의 대선 비자금 사건에 연루됐다. 1997년 대선 때는 정치자금을 모금한 사실이 알려져 도마에 올랐다. 2002년 대선 때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측에 823억원을 지원한 일명 ‘차떼기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지난 정권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 53곳으로부터 774억원 걷어 지원했다.

이에 2017년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재벌개혁을 1순위에 올렸고 전경련은 자연스레 도태됐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코로나19 경제대책 논의 등 굵직한 현안 때마나 기업 총수·CEO, 경제단체들과 머리를 맞댔는데, 전경련의 자리는 없었다. 전경련은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정기총회를 열었지만 10대 그룹 회장이 모두 고사해, 결국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두 차례나 ‘셀프 연임’하는 수모를 겪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전경련을 대체할 새로운 연합체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와 호흡을 맞추면서 기업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나갈 구심이 시급하다는 것. 4대그룹의 ‘배터리 협력’이 향후 ‘재계 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CNB에 “과거 전경련이 건재했던 시절에는 기업들이 정부와 전경련 간의 협의를 거쳐 움직였는데, 지금은 이런 과정 없이 각자도생 하고 있다”며 “만약 배터리 사업을 통해 4대그룹 연합체가 만들어진다면 정부와의 한국판 뉴딜 협력에 있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뿐 아니라 반도체, 바이오헬스 등 정부 주도의 여러 사업에 있어 공동보조를 맞출 수도 있다는 얘기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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