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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기업정책 핫이슈⑤] 공익과 사익 사이…‘대기업 공익법인’을 말하다

총수일가 지배력에 악용? 여권, 대수술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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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0.07.14 09:10:35

21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새 국회는 정쟁으로 얼룩진 지난 국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민생입법 완수를 지상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더불어민주당이 176석의 거대여당으로 출범한 만큼, 잠자고 있던 대기업 규제 법안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CNB는 주요 기업정책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한다. 이번 주제는 정부·여당발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논란이다.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을 재추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 놓고
수년째 재벌개혁 화두로 논란
여권 일부서 다시 개정안 꿈틀
거대 민주당 이번엔 실행할까


정부가 재벌 대기업 ‘공익법인’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 별다른 논의 없이 불발(법안 자동폐기)로 돌아간 지난 20대 국회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이 포함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이번 21대 국회에서 재추진한다는 요량으로 현재 입법예고한 상태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상장 계열사에 한해 특수 관계인 합산 15% 한도 내에서 의결권 행사를 허용키로 한 것.

이처럼 초강수를 둔 연유는 뭘까. 공익법인이 악용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단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공익법인 보유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KT, 한진, CJ, 두산, 부영, LS, 대림, 효성, 영풍, 금호아시아나, KT&G, 코오롱, OCI, HDC, SM, 세아, 태광, 이랜드, DB, 호반건설, 태영, 동원, 한라, 아모레퍼시픽, 삼천리, 동국제강, 하이트진로 등 36개 대기업집단 소속 65개 공익법인이 124개 계열사에 대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공익법인을 통한 지분 보유를 선호하는 건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을 통해 공익법인에게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2018년 6월에 실시한 ‘공익법인 운영실태 조사·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익법인이 주식을 보유한 119개 계열사 중 112개(94.1%)의 주식에 대해 상증세 면제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공익법인들이 세제 혜택을 누리면서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 및 사익편취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 공정위에 따르면 공익법인에 동일인·친족·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이사로 참여하는 경우가 83.6%이고 특수관계인이 대표자인 경우가 59.4%였다.

특히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비율이 93.6%에 달하는 등 적극적이었고 모두 찬성했다. 즉, 공익법인이 그룹의 핵심계열사와 재벌 2·3세 출자회사 지분을 주로 보유하며 총수일가가 이사장 등의 직책을 통해 지배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료=공정위)

“오직 찬성” 거수기 역할

공익법인 악용 사례는 다양하다. 법무법인 한누리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총수가 이사장인 공익법인이 계열사 간 합병에서 발생한 신규 주식을 공익법인 재산으로 매입한 사례 △총수가 이사장인 공익법인이 다수 계열사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아 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한 경우 △총수가 이사장인 공익법인이 경영권 분쟁에 이용된 사례 등 비영리법인을 통한 지배력 행사 수법이 다양했다.

반면, 고유목적사업(공익법인의 법령 또는 정관에 규정된 설립목적을 직접 수행하는 사업)을 위한 수입·지출의 비중은 전체 수입·지출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전체 공익법인의 고유목적사업 수입·지출 비중은 60%로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들의 약 2배에 달한다.

무늬만 공익(公益)이지 사익(私益)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대대적인 메스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입법예고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의하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10조원 이상 집단) 소속 공익법인에게 적용되는데 계열회사(상장법인)의 주주총회에서 임원의 선임 또는 해임, 정관 변경, 합병 및 양도(계열사간 합병·양도는 제외) 등의 사유에서만 그 계열사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5를 초과할 수 없도록 의결권 행사를 막은 것이다.

법이 개정될 경우 2년 경과 후 ▲2023년 12월 31일까지: 100분의 30 ▲2024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100분의 25 ▲2025년 1월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100분의 20까지 규제하고 이후부터는 15%로 단계적으로 의결권 한도가 축소된다.

단, 공익법인이 100% 소유한 회사는 예외로 뒀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5월 기준, 2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90개 계열회사(상장사 58개, 비상장사 32개) 지분을 보유 중이므로, 개정안이 수용되는 경우 이중 공익법인이 100% 지분을 가진 7개사를 제외한 22개 집단 83개사(상장사 58개, 비상장사 25개)가 의결권을 제한받게 된다.

여기에 더해 경제개혁연대, 경실련, 참여연대 등에서는 이 같은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예외사항 없이 아예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어떻게 바꿔야 하나’ 토론회에서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성호 기자)


재계 “주식은 사적재산, 제한은 위법”

반면 재계는 고개를 젓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계에서는 법인 주식은 고유재산인 만큼 의결권 제한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방지를 위해 공익법인 규율이 필요하더라도 공익활동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며,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 도입보다는 공시의무와 사회공헌의무 강화 등 기존의 제도를 통한 관리·감독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주식이 고도로 분산된 상장회사의 경우 의결 정족수조차 확보가 어려워 주총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고, 특히 공익법인에 출연돼 있는 주식의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내부 지분율 하락으로 적대적 M&A 등 경영권 위협 상황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현재 세법 개정에 따라 2021년 1월부터는 공익법인이 출연재산을 단순 보유하지 않고 공익 목적에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의무지출제도 적용대상이 확대되고,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회계감리 제도 도입도 2022년 1월부터 각각 시행될 예정이긴 하다.

여기에 더해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오는 21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치고 의견 수렴한 것을 반영해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데, 공익법인의 입장에서는 전에 없던 강한 압박이자 족쇄가 걸리게 되는 셈이다.

176석의 거대여당으로 재탄생한 더불어민주당의 존재는 지난 20대 국회와 달리 경제계 및 야당의 반대를 뚫고 이번에는 법안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여당은 이미 여러 차례 공익법인 등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 차단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지난 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어떻게 바꿔야 하나’ 토론회를 열기도 한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재벌 총수일가 전횡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로 삼았고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은 공약이행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공정위 안은 지난 2018년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최종 보고서보다 후퇴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특위 보고서에서 공익법인 관련 부문을 보면 보유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는 원칙 금지하되 특수관계인과 합해 15%, 전체 공익법인 합산 5%내로 행사는 가능토록 하자고 제시한 바 있고, 공익법인 100% 출자회사 의결권 허용 부문은 담지 않았다.

박 의원은 조만간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이 포함된 전면개편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혀 정부·여당발 공정거래법 개정 드라이브가 서서히 속도를 낼 것임을 시사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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