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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문학③] 크라운해태제과, 詩가 ‘우리’가 되다

임직원 모두 시인? 일상화된 ‘모닝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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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0.10.24 10:14:19

크라운해태제과가 임직원들의 작품을 모은 시집을 만들었다. ‘바람이 세운 돌’이라는 제목이다. (사진=크라운해태제과)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지만 그래도 가을은 무르익고 있다. ‘집콕’이 대세가 된 요즘, 문학은 메마른 삶에 위로가 된다. 이에 CNB가 ‘문학’을 ‘경영’에 담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고 있다. 이번 편은 시(詩)를 사랑하는 ‘크라운해태제과’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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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들 한해 수천편의 시 창작
유명 시인 초대해 모닝 아카데미
시상을 신제품 네이밍 활용하기도


 


“애틋하고 서러운 것은, 저 멀리 별이 되고, 뻗어도 닿지 않는 손은, 뒤에 남겨진 슬픔으로 돌을 세운다.’ (시집 ‘바람이 세운 돌’ 중에서)

과자를 굽는 고소한 향기가 난다. 그러면서 시도 쓴다. 이 과자는 더 맛있지 않을까?

시와 과자를 만드는 기업은 크라운해태제과다. 최근 ‘아침을 여는 사람들 4 - 바람이 세운 돌’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만들었다. ‘아침을 여는 사람들’ 시리즈 중 4번째이다. 이전에는 ‘달콤한 운명을 만나다’ ‘문 없는 문’ 등의 시집을 선보였다.

 

크라운해태제과는 ‘AQ 모닝 아카데미’라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한 시인들을 초청했다. 이런 과정이 시 쓰기의 바탕이 됐다. 윤영달 크라운해태홀딩스 회장이 ‘AQ 모닝 아카데미’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크라운해태제과)

이번 시집은 임직원들이 최근 2년 동안 쓴 4000여편의 시에서 223편을 엄선해 만들었다. 현역 시인들이 우수작을 뽑았다. 책 제목은 으뜸으로 뽑힌 작품을 인용해 사용했다. 표지에는 시의 한 구절을 적었다.

감수는 고운기 시인(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이 맡았다. 그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겠다는 의지가 시의 행간에서 묻어나 감동을 준다”고 설명했다.

크라운해태제과가 생산하는 과자인 ‘죠리퐁’을 생생하게 묘사한 시도 있다. 부드러운 식감의 ‘쿠크다스’ 만드는 과정을 그린 시도 있고,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도 있다.

이 시들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 기업에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인 ‘AQ 모닝 아카데미’가 있다. ‘AQ’는 ‘Artistic Quotient’의 줄임말로, 예술지수를 의미한다. 예술가적 기질을 키우자는 취지다. 도종환, 신경림, 정호승 시인을 초청, 아침에 임직원들이 모여서 다양한 강연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과정이 시의 바탕이 됐다.

문학계 관계자는 CNB에 “시집 표지에 적혀 있는 시 구절도 상당히 고차원적인 상징을 응용한 것이다”며 “우리나라 시단을 이끌어온 시인들로부터 진지하게 배우고 한 편씩 정성스럽게 시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크라운해태제과는 문화 분야 지원을 통해 아트 경영을 하고 있다. 시뿐만 아니라 국악과 조각 등에도 관심이 많다. 이를 통해 예술적인 감성을 담은 과자로 행복을 전한다는 계획이다. 크라운해태제과 사옥 모습. (사진=손정호 기자)
 

‘詩’가 공통분모…업무 활력소



이처럼 크라운해태제과가 시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직원들이 시를 통해 정서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해태제과 인수를 앞두고, ‘AQ 모닝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서로 다른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는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를 한 지붕 가족으로 묶기 위해서이다. 같이 공부하면서 가까워지자는 취지였다.

 

‘AQ 모닝 아카데미’에서 ‘시’라는 공통분모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직업이 될 수도 있지만 취미일 수도 있다. 어렵지 않게 도전해 쓸 수 있다. 함께 시를 쓰면, 직원들끼리 감성을 나누는 정서적 소통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직원들은 시를 쓰면서 떠오른 시상을 제품 네이밍에 활용하기도 한다. 시 쓰기를 통해 제품 이름을 지은 ‘어썸’ 과자 모습. (사진=크라운해태제과)

시를 활용해 브랜딩도 할 수 있다. 시는 아름다운 언어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장르이다.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의 브랜딩과 네이밍에 적합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성공 사례도 있다. 이번 시집에 4편의 시를 실은 마케팅부 직원이 있다. 그는 시를 쓰면서 떠올린 시상으로 감자스낵 ‘어썸(awesome)’, 초콜릿 ‘디샤(dicha)’의 이름을 지었다. ‘어썸’은 굉장하다는 의미의 영어, ‘디샤’는 행운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시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은 셈이다.

‘아트 경영’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지속적으로 예술 분야를 지원해왔다. 창신제라는 국악 공연을 개최하고 있다. 작년 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5회 창신제 국악 뮤지컬 – 수궁가’에서는 임직원들이 공연에 참여했다. 올해 1월에는 경기도 양주의 그룹 연수원에서 ‘제8회 모여라! 국악 영재들’ 경연대회를 진행했다.

조각 전시도 한다. 크라운해태제과는 경기도 양주에 아트밸리를 운영하고 있다. 종합 문화예술 테마파크이다. 올해에는 인근에 있는 장흥자연휴양림에서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방식으로 ‘견생작품전(見生作品展)’을 열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130여점의 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같은 아트 경영의 일환으로 문학 분야에서는 시를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영달 회장은 ‘과자는 마음이다’라는 제목의 수필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단순한 과자가 아니라, 예술적인 감성을 담은 과자로 행복을 전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문학계 관계자는 CNB에 “시를 쓰면서 나와 우리에 대해 반성하고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며 “이 과정을 통해 신제품의 이름을 짓고 고급스러운 브랜드를 만드는 데 도움을 받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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