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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면 비대면①] KT·LG헬로비전·CJ올리브네트웍스…‘언택트 나눔’ 나선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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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0.12.05 07:13:00

“안 가고도 봉사가 돼?” 질문 무색
‘온라인5일장’ ‘랜선 김장’ ‘재택봉사’
시공간 초월한 나눔에 코로나 저만치

 

옹기종기 모여서 해야 제 맛인 김장을 할 때도 거리두기는 필수다. 사진은 (왼쪽부터)KT 이철규 네트워크부문장, 안상돈 법무실장, 구현모 대표이사, 신효섭 셰프, 개그맨 정종철이 랜선 김장나눔 행사에 참여해 임직원 100명과 함께 김장을 담그는 모습. (사진=KT)

 

직접 가는 것이 안 되면 방법은 하나다. 비대면이다. 얼굴 마주 않곤 아무 일도 못할 줄 알았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비대면의 지평은 생각보다 깊고 넓었다. 봉사활동도 여행도 대면없이 가능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영화 인터스텔라 대사처럼 “늘 그랬듯이 (난관 앞에서) 답을 찾아”가며 얻어낸 성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게 돼?”가 많은 비대면의 곁가지들. CNB가 달라진 기업문화를 분야와 형태에 따라 소개한다. 1편은 접촉 없어도 생생한 나눔의 현장이다. (CNB=선명규 기자)
 


스튜디오↔직원 자택, KT의 ‘랜선 김장’



장갑에 덕지덕지 붙은 빨간 고춧가루와 이마에 맺힌 몽글몽글한 구슬땀. 붉고 묽은 색으로 각인되는 연말 나눔의 대표적 현장이 올해는 화면으로 들어왔다. 코로나19가 쌓은 ‘집합 금지’의 장벽을 넘으려는 시도는 옹기종기 모여서 해야 제 맛인 ‘김장 봉사’의 풍경도 바꿨다.

때는 서울 최저기온이 0도를 가리키던 지난달 4일. 한 스크린에 구현모 KT 대표와 이 회사 임직원 100명이 잡혔다. 있는 곳이 저마다 달랐다. 직원들은 각자의 집, 구 대표는 서울 종로구 KT 스퀘어 메인홀에 설치된 스튜디오였다. 이들은 흩어진 채 현재 있는 곳에서 배춧속을 채우고 배추를 빨갛게 물들였다. 그리고 한 땀 한 땀 이어가는 일련의 진행과정을 서로 지켜보고 소통했다. 화면으로 중계된 이른바 ‘랜선 김장’을 통해 따로 있으면서도 함께 김치를 담근 것이다.

이날 봉사는 꼼꼼히 준비된 상황에서 진행됐다. 임직원들은 전날 회사로부터 절임 배추 10kg과 버무림 재료, 요리용품이 담긴 ‘김장 재료 키트’를 받은 상태였다.

김장에 프로가 있으면 아마추어도 있을 터.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여줄 강사가 있었다. 요리연구가 신효섭, 빼어난 요리 실력으로 이제 ‘옥주부’로 불리는 개그맨 정종철 씨가 중계 본부격인 스튜디오에서 김장 담그는 법을 설명했다. 자택에 있는 임직원들은 화면을 보고 따라하면서 궁금한 점을 실시간으로 질문하기도 했다. 이날 원격 봉사에는 KT가 자체 개발한 비대면 온라인교육 화상서비스가 활용됐다.

이선주 KT 지속가능경영단장(상무)은 “코로나19로 한 자리에 모여 김장을 담기 어렵지만 비대면으로나마 봉사자들의 따듯한 마음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랜선으로 완성된 김치는 다음날 서울·대구·대전·부산·강원 등 전국의 소외이웃에게 전해졌다.

 

이날 서울 종로구 KT스퀘어 드림홀에 설치된 메인 스튜디오에서는 스타셰프 신효섭과 개그맨 정종철(맨 오른쪽)이 등장해 김장 담는 법을 설명했다. 임직원들은 각자의 자택에서 셰프의 레시피를 따라하며 궁금한 부분을 실시간으로 묻기도 했다. (사진=KT)

 


집 또는 회사가 ‘희망 공간’



이처럼 가지 않아도 온정 나누기는 얼마든지 된다. ‘코로나 팬데믹’이 유행시키고 있다. 지금 있는 장소를 곧 ‘봉사 현장’으로 만들고 있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이른바 재택봉사다.

가령 LG헬로비전 임직원 100명은 낡은 크레파스를 재가공해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선물했는데, 제작 장소가 집이었다. 몽당 크레파스를 색깔별로 분류해 녹이고 굳혀 형형색색의 ‘레고 크레파스’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제집서 이행했다.

또한 가정을 작업장 삼아 마스크와 비누 등 위생용품, 공기정화 식물 액자를 제작해 취약계층과 대구경북지역 독거어르신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출근해서도 퇴근해서도 온정 빚기는 가능하다.

CJ올리브네트웍스 임직원들은 환경보호 실천을 위해 폐현수막에 디자인을 입혀 가방을 만드는 ‘폐현수막 에코백 만들기’와 ‘장난감 수리 봉사’를 장소의 제약이 없이 진행했다. 회사든 가정이든 어디서도 했다.

공간을 뛰어넘어 완성된 550개의 에코백은 인천보육원과 혜심원, 여명학교, 효창종합사회복지관 등 7개 지역사회 복지기관 아이들과 독거노인에, 사회적기업 코끼리공장과 함께 수리·소독해 재포장한 장난감 50개는 사회복지기관에 전해졌다.

 

봉사는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집이든, 회사든 어디든 나눔의 현장이 된다. 사진은 CJ올리브네트웍스 임직원들이 ‘장난감 수리봉사’에 참여한 모습 (CJ올리브네트웍스 제공)

 


전통시장 집객은 ‘온라인’이 미덕



기업이 전통시장과 상생을 도모할 때 쓰는 방법 중 하나는 집객거리 마련이다. 과거에는 시장에 키즈 카페, 도서관을 열거나 유명인 앞세운 이벤트를 열어 사람 모으는 방식이 흔했다. 주지하다시피 지금은 ‘모임’을 가장 경계해야할 상황. 이럴 때 활용할 창구가 있으니 ‘온라인’이다.

 

고흥 역전시장의 왕바지락, 양평물맑은시장의 홍가리비 등 전국 전통시장을 대표하는 먹거리가 새로 등록되면 클릭하는 손이 바빠진다. 닷새에 한번 품목이 바뀌어 열리는데 메뉴도 다양하고 시중가격 대비 저렴한데다 배송비도 없어서 솔깃하고 쏠쏠하다. LG유플러스가 전통시장 소비 활성화를 위해 운영한 ‘U+로드 온라인5일장’ 얘기다.

 

지난 4일 6회차를 끝으로 종료된 이 상생 프로젝트는 이름처럼 5일장을 표방했다. 무대만 온라인일 뿐. 매회 주제를 달리해 5일 간격으로 열렸다. 첫 장날인 지난달 5일은 어물전, 10일은 청과, 15일은 정육, 20일은 국물, 25일은 야식이었다. 장날이면 상품을 5000개씩 선착순 판매했는데, 목록이 바뀔 때마다 ‘품절’이 빠르게 뜨는 등 매진행렬을 이어갔다.

 

판매로 혜택 받는 것은 상인만이 아니다. LG유플러스는 소비자가 ‘U+로드 온라인5일장’에서 구매에 쓴 금액의 20%를 별도 재원으로 마련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전달할 예정이다. 기부금은 농어촌정보격차 해소와 고령 농업인 지원 활동에 쓰인다. 착한 소비로 상생이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것이다.

 

LG유플러스가 전통시장 소비 활성화를 위해 운영하는 ‘U+로드 온라인5일장’ 은 새로운 제품이 등록되면 빠르게 품절이 될 만큼 인기다. (‘온누리전통시장’ 온라인 구매 페이지 캡처)

 


지금이 나눔 성수기 “할 건 한다”



연중 사회공헌 성수기라 할 수 있는 12월로 접어들면서, 대면 봉사가 막혀도 할 건 한다는 분위기다. 다만 방식을 바꾸려할 뿐이다. 얼굴 보고 전하기에서 멀리서 만들어 보내기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일까를 고민하면서.

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예년만큼은 어렵겠지만 다양한 비대면 봉사활동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특히 임직원 각자의 능력을 모으는 재능기부 형태로 소외된 이웃을 도울 계획”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격으로 가능한 봉사 아이디어를 짜내다 보니 생각보다 방법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지금을 오히려 사회공헌 활동의 반경을 넓히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눔의 단계도 격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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