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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바벨의 도서관, 영혼의 도시로 항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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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0.12.03 10:37:53

밤의, 신세계 스타필드 별마당도서관 모습. 불을 밝히고 항해하는 도서관처럼 보인다. (사진=손정호 기자)

최근에 기업과 문학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문학은 내게 어렸을 때부터 친구이자 외부와 소통하는 창구였다. 지금도 나는 조금씩 소설을 쓰고 꿈을 꾸며, 산책을 하고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아직 현재진행형인데, 넷마블문화재단의 동화책으로 시작해서 동서식품의 동서문학상, 크라운해태제과의 시집, 롯데그룹의 출판문화대상, 신세계그룹 스타필드의 별마당도서관과 이마트24의 문학동네 큐레이션 매장, 넥슨의 판타지소설 원작 게임으로 이어졌다. 배달의민족의 아포리즘 시 신춘문예도 다뤘다. 물론 몇 가지 아이템이 더 있다. 이건 이 기자수첩에서는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스타필드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박미산 시인의 오후 7시 강연이다. 2층 높이의 거대한 도서관인 별마당도서관은 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집 ‘픽션들’에 나오는 ‘바벨의 도서관’을 연상시켰다. 문학, 에세이 뿐만 아니라 과학과 경제 등 인류 지성이 이룬 모든 책들을 저장해 놓은 방주 같은 느낌이다.

핫 플레이스인데, 한밤에 주황빛 불을 밝히니 불에 타는 영혼들의 도시에 등장할 법한 도서관처럼 보였다. 이 도서관이라는 배를 타고 검고 푸른 망망대해를 항해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날 박 시인은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시를 오마쥬한 시를 낭송해, 마음을 아련하게 만들었다.

나는 몇 년 전에 일을 하다가 한 시인 선배에게 더는 시를 쓰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건 더 좋은 시가 잘 쓰이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시라는 도구로 세상을 살아가는 게 난망하기 때문에 부린 투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를 하면서 시를 활용해 제품 네이밍을 하고 브랜딩을 하는 사례를 발견했으며, ‘초코파이 情’이라는 문구도 시를 쓰는 사람이 마케팅 일을 하면서 내놓은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별마당도서관을 취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본, 거대한 전광판에 투영된 ‘아르놀피 부부의 초상’. (사진=손정호 기자)

특히 아름다운 기억은 이날 밤 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발견했다. 나는 얼마 전에 호반그룹 태성문화재단의 호반아트리움에 열린 ‘아트 인 더 컬러’ 전시회를 취재하고, 이스라엘 화가인 오릿 푹스의 전시공간을 사진으로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오릿 푹스로부터 직접 빨간색 하트 3개의 댓글을 받았다. 이 기억을 기자수첩으로 쓰면서 네덜란드 화가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 부부의 초상’, 스페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언급했다. 오릿 푹스의 전시공간을 이 그림들을 떠올리며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사진으로 찍었기 때문이다.

이날 SM타운으로 추정되는 건물의 거대한 전광판에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 부부의 초상’이 오랫동안 걸려 있었다. 대형 전광판에 오래된 그림, 내가 얼마 전에 다시 떠올린 그림이 떠 있어서 마음이 뭉클했다. 그건 나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몇 명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선배들 때문일지도 모르고, 누군가 나를 여전히 바라보고 지켜줄 것이라는 인간의 마음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다시 시를 쓰기로 했다. 주로 소설을 가끔 주말이나 휴가 때 쓰고는 하지만, 항상 시를 쓰지는 못한다고 해도 한국문인협회장이었던 신세훈 시인에게 2001년 ‘자유문학’을 통해 초회추천을 받은 사람으로, 소설과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시도 언젠가는 다시 도전해 보리라는 용기를 얻었다. 그건 누군가의 꿈이 나의 영역으로 침투해서 벌어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바로 다시 새로운 시를 쓰지는 못하겠지만, 몇 년 후에는 다시 새 시를 써볼까 생각 중이다. 그 시로 등단을 하거나, 추천을 완료하는 건 다른 문제이지만 말이다. 이게 내 두통의 원인일까. 그래서 내가 추천을 받은 20살 때 쓴 시를 여기에 적어 보려고 한다. ‘은하철도 999’의 원작동화인 ‘은하철도의 밤’을 쓴 일본의 동화작가 미야자와 겐지를 위한 시 ‘미야자와 겐지에게……’이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파란 달 하나
그대 가슴에 띄워진
초록빛 쪽배
날이 지난 후 사라지면
집없는 고양이가 우유를 먹고
쪽배는 달을 향해
물결을 날리고
달은 일그러진 채 그대에게 가리.
날이 지난 후 사라지면
집없는 고양이가 우유를 먹고
지구공 사람들은 손뼉을 치면서
달의 빵조각을 맛있게 먹으리.


나는 다음에 내가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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