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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현대차 주가 급등했지만…애플 ‘비밀주의’ 덫 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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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1.01.18 11:09:23

애플 협력설에 주가 ‘널뛰기’
LG전자 다음은 현대자동차
애플, 협상설 공개에 뿔났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팀 쿡 애플 CEO.(사진=연합뉴스)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과 관련해 협력사 가능성이 거론된 LG전자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세를 타다 다시 하락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증권가에서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애플이 협력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 자체를 싫어하다보니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CNB=정의식 기자)

 


협력설에 오르고, 무응답에 내리고



지난해 12월 23일 LG전자가 세계 3위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 기업(조인트 벤처)을 설립해 전기차 부품을 생산, 애플 전기차에 공급할 거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LG전자의 주가가 30%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탔다.

이후로도 LG전자 주가는 상승세를 유지하다 1월 7일 최고가 15만5000원(종가기준)을 기록했지만, 다음날인 8일 현대차와 애플의 협력설이 대두되자 주가가 하락세로 반전됐다. 12월 22일 9만2200원이었던 주가는 1월 15일 장마감 기준 14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스크린에 현대차 주가 그래프가 표시돼 있다. 이날 현대차가 애플의 전기차 생산에 협력한다는 설에 주가가 전날보다 19.42% 뛰어오른 24만6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역대 가장 높은 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주가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1월 8일 현대차가 애플의 전기차 생산 협력사가 될 것이라는 설이 퍼지면서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19.42% 뛰어오른 24만600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이는 가격 제한폭이 ±30%로 확대된 이후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의 일간 상승률이어서 증권가를 놀라게 했다.

이후로도 현대차 주가는 계속 급등세를 이어가 11일 장중 28만90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하지만 12일부터는 4일 연속 하락세로 반전해 1월 15일 장마감 기준 현대차 주가는 24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 협의하고 있다지만…



두 회사의 주가가 급등했다 하락한 이유는 물론 애플이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공시에 ‘애플’을 언급하는 등 관련 입장을 밝혀 LG전자의 사례보다는 협력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하지만 상황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현대차 애플카 협력설’이 불거진 지난 8일 현대차는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미확정)’이라는 제목의 공시를 통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며 “확정되는 시기 혹은 1개월 이내에 관련 내용을 다시 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현대차가 처음 공시에서 “애플과 협의를 진행 중”이란 내용을 명시했으나, 수시간 후 ‘애플’이 빠지고 “다수의 기업”으로 바뀌었다는 것. 이는 현대차가 실제로 애플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애플 특유의 ‘비밀주의 엄수’로 인해 이름이 빠진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차 8일자 공시.(자료=DART)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는 문구도 사실상 그 시점까지 협력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의사표현으로 분석됐다. 특히 일부 보도에서는 양측의 협의가 애플 측의 요구로 시작됐고, 이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결단만 남았다고 보도해, 협력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브랜드 가치 면에서는 앞서지만 전기차 분야에서 초심자인 애플이 현대차의 E-GMP 플랫폼 등 전기차 기술력을 활용해 시장 조기 진입을 노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 업계에서는 이번 협업이 성사될 경우 전기차 완성품을 위한 전동화 핵심 기술과 생산은 현대차가,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기술은 애플이 맡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 질주, 비밀주의에 막히다



이렇듯 현대차와 애플의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후 애플은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증권가는 서서히 ‘관망’ 모드로 돌아섰다. 현대차 주가도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13일 애플의 팀 쿡 CEO가 ‘중대발표’를 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증권가는 ‘현대차와의 애플카 협력’ 관련 소식이 아닐까 관심을 가졌지만, 정작 팀 쿡이 밝힌 것은 1억달러 규모의 인종간 평등 및 정의 이니셔티브 운영에 대한 내용이었고 현대차나 애플카와 관련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렇게 되자 현대차 주가는 4일 연속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애플카에 대한 기대심리가 잦아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를 업계는 ‘애플의 비밀주의’에서 찾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사진=현대차)

미국 매체 CNBC는 14일(현지시간) ‘애플과 사업을 한다면 이걸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된다. 현대는 그걸 배웠겠지만’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애플이 고객사에 ‘비밀유지 협약(NDA)’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번 논란에 대해 ‘애플’을 언급하지 말았어야 했다. 애플이 다른 기업에 비해 기밀 유지를 지나치게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닝, 시러스 로직 등 수많은 협력사들은 애플과의 거래 사실을 사업보고서에 밝히는 것조차 꺼렸고, 심지어 소송을 당한 사례도 있다는 것.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애플 협력설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반면, 현대차와 애플의 협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IT업체인 애플과 자동차기업인 현대차의 기업문화 차이에서 발생한 해프닝이라고 본다”며 “현대차의 전기차 분야 강점이 명확하고, 이를 애플이 필요로 하는 것도 사실이기에 진통은 있겠지만 결국 협의는 성사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애플은 삼성전자와 법적분쟁 중일 때도 제품 수급은 유지했을 정도로 실리적”이라며 “애플이 현대차가 아닌 다른 협력사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 이유가 비밀엄수 미비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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