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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CEO]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회적 책임론’…이번엔 취약계층 돕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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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1.01.26 09:38:15

골목상권에서 구매한 도시락
‘급식 사각지대’ 있는 곳으로
영세식당에는 매출증가 효과
취약계층 끼니해결 ‘일거양득’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일 신년 서신에서 결식문제를 언급했다. “팬데믹 같은 대재난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무너뜨린다. 우리역량을 활용해 당장 실행 가능한 일부터 시작해보자”는 것인데, 실제로 이번달부터 결식 우려계층과 영세 자영업자를 동시에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 안전망’ 구축의 일환으로 시작한 ‘한끼 나눔 온택트 프로젝트(이하 한끼 나눔)’가 시작 한달도 안돼 큰 효과를 낳고 있어 주목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들과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동시에 돕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CNB가 최 회장이 추구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을 들여다봤다. (CNB=선명규 기자)

“코로나에 가장 타격 받은 작은 식당들을 돕고자 배달과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도시락을 만들었어요. 남산 아래 회현동에서요. 하루에 200개나 팔릴 정도로 성공했죠. 여기에 식당 주인들이 자신감을 얻어서 특색있는 음식을 많이 만들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한 기업이 이 도시락을 많이 사들여 노숙인들에게 제공했어요. 위기의 골목식당과 노숙인을 연계한 거죠. 그게 바로 상생 아니겠습니까”

최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이욱정 PD가 밝힌 일화다. SK그룹이 이달 초부터 진행중인 ‘한끼 나눔’ 사업의 경험담을 소개한 것이다. 이 짧은 이야기에 프로젝트의 성격이 모두 담겨있다. 먼저 영세한 식당에서 도시락을 구매해 매출을 올려준다. 그리고 그 ‘발 없는 음식’을 복지시설 운영 중단 등으로 굶을 가능성이 커진 이들에게 보낸다. 그렇게 코로나로 힘든 두 집단의 어려움을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SK가 한마음한몸 운동본부의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소인 명동밥집, 회현동 골목상점 연합체인 남촌상인회 등과 '소상공인 온기 배달 프로젝트'를 1월부터 시작했다. (왼쪽부터)남촌상인회 윤남순 회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이형희 SV위원장, 한마음한몸 운동본부장 김정환 신부, 남촌상인회 김지영 부회장. (사진=SK)

 

새해에 돛을 올린 이 프로젝트는 순풍을 타고있다. 당장 서울 중구 명동·회현동 중소 음식점들에서 도시락을 주문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 ‘명동밥집’에 공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루 500여명의 노숙인, 결식노인 등의 끼니가 해결될 전망이다. 여기에는 SK와 명동밥집 외에도 명동·회현동 1구역 상가연합, 골목상점 연합체인 ‘남촌상인회’, 지역 특색을 살린 요리 개발 등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요리인류’가 참여한다.

난관을 무릅쓰고 무료급식을 이어온 단체도 지원한다. 재원 부족으로 수요를 감당 못하는 상황에 놓인 ‘안나의 집’(경기도 성남시)이다. 이곳은 최근 일 500식에서 800식으로 급식 수량을 늘렸는데도 발길 돌리는 독거노인 등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로 문 닫은 무료 급식소가 많아지면서 찾는 이가 쏠렸기 때문이다. SK는 여기에 도시락 200여개를 더 공급할 수 있는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무료 급식소들의 운영 정상화도 돕는다. SK 주요 관계사의 사업장 주변을 우선 대상으로, 대면 배식을 중단한 급식소들이 도시락을 배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예산과 배송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급식 수요에 비해 도시락 설비가 미흡한 지역은 SK가 후원중인 '행복도시락 센터’와 연계해 지원하거나 인근 음식점에 도시락을 발주하는 방식의 도입을 추진한다. 현재 전국 29개 행복도시락 센터는 연간 350만여개의 도시락을 결식우려 어린이 등에게 배달하고 있다.

SK그룹 측은 “우선 향후 3개월 간을 긴급지원 기간으로 정해, 독거노인 등에게 40여만 끼니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올해 코로나로 열지 않은 그룹 신년회 비용도 이 프로젝트 예산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남촌상인회 윤남순 회장이 명동밥집에 보낼 도시락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SK)

 


최 회장 “사회가 원하는 가치 만들어야”



이 같은 새로운 상생모델 도입과 발 빠른 추진은 최태원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최 회장은 지난 1일 구성원 대상 신년 서신에서 결식 문제를 언급하며 “팬데믹 같은 대재난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무너뜨린다"며 “우리 역량을 활용해 당장 실행 가능한 일부터 시작해보자”고 말했다.

그는 또 “유독 혹독한 시기를 보내며, 얼마 전 알게 된 김하종 신부님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운을 뗀 뒤 “성남에서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 신부님은 코로나로 무료급식소들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노숙자와 홀몸 어르신 수백분에게 한결같이 따뜻한 식사를 나누고 계신다”고 소개했다. SK가 ‘안나의 집’을 지원하는 배경이다.

‘도시락 프로젝트’가 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은 코로나라는 돌발 위기상황이 닥친 이후 유독 기업의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수차례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업이 사회, 고객, 구성원들을 위해 새로운 안전망(Safety Net)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제7회 21세기 인문가치포럼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새로 쓰겠다”고 공언해 이목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과거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나무를 베어 비싸게 파는 것이 최고의 가치였다”면서 “그러나 필요한 가치만 추구하게 되면 삼림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질 뿐 아니라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오히려 사업환경이 악화돼 존속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림보호, 이산화탄소 감축, 안전한 근로환경 조성과 같은 인류의 편의를 돕는 방식으로 사회가 원하는 가치를 함께 만들어야 기업이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기업인의 근본적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이는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좋은 기업’, ‘착한 기업’이 돼야 기업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제시한 것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해 경북 안동시 소재 전통리조트 ‘구름에’에서 열린 21세기 인문가치포럼 개막식에서 초청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SK) (2)

 


소상공인과 보폭 나란히…다음 스탭은 대한상의 회장



재계에서는 이처럼 동반자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최태원 회장이 또 다른 자리를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차기 회장이다.

서울상공회의소는 다음달 초 회장단 회의에서 박용만 회장 다음의 회장 후보를 추대하는데, 관례상 23명의 부회장단 중 1명을 합의 추대하는 방식으로 회장 선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최 회장의 단독 추대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지론이 문재인 정부의 사람중심 경제정책 기조와 잇닿아 있어, 정부와 원활히 소통하고 경제계의 목소리를 낼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CNB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기업 경영의 새로운 원칙으로 내세우고 영세 자영업자들과 동반 성장하려는 최 회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18만 상공인을 대변하는 대한상의의 취지와 맞아떨어진다”면서 “4대그룹 총수 중 나이가 맏형 격이라는 점에서도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적합해 보인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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